김이 은은히 오르는 흰밥이 담긴 전기밥솥 내솥 / 기사 이해를 돕기 위한 생성형 이미지 |
햅쌀이 나오는 가을이면 새로 산 쌀로 밥을 지어 보지만, 같은 쌀에 같은 밥솥을 써도 어느 날은 밥알이 퍼석하고 어느 날은 질척하게 나와 아쉬울 때가 있다. 밥맛이 들쭉날쭉하면 쌀이 문제인지, 밥솥을 바꿔야 하는지부터 고민하게 된다.
그래서 물 양을 눈금보다 조금 더 넣거나 덜 넣어 보지만, 물을 아무리 맞춰도 밥맛이 크게 나아지지 않는 경우가 많다. 밥맛을 가르는 차이는 물 양보다 앞 단계인 쌀을 씻고 불리는 과정에서 생기기 때문이다.
30년 동안 백반집에서 밥을 지어 온 방식은 생각보다 간단한데, 쌀보다 물을 먼저 받고, 문지르지 않고 가볍게 두 번만 씻고, 물을 빼서 30분에서 1시간 불리는 것이다. 이 세 가지만 바꿔도 밥알이 살아 있고 윤기가 도는 밥을 지을 수 있다.
첫 물과 불리는 시간에서 갈리는 밥맛
맑은 물을 먼저 받은 스테인리스 볼에 쌀을 붓는 손 / 기사 이해를 돕기 위한 생성형 이미지 |
마른 쌀은 물에 닿는 순간부터 물을 빠르게 빨아들이는데, 쌀 표면에는 쌀겨 가루와 먼지가 붙어 있어 처음 닿는 물이 가장 뿌옇고 탁하다. 이 첫 물을 오래 두면 쌀이 탁한 물을 그대로 머금어 밥에서 겨 냄새가 나고 맛이 텁텁해진다.
흰 물이 안 나올 때까지 박박 문지르는 습관도 밥맛을 떨어뜨리는데, 손으로 세게 문지르면 쌀알 겉면이 깨지면서 전분과 맛 성분이 함께 빠져나가기 때문이다. 겉이 상한 쌀알은 밥을 지었을 때 잘 부서지고 질척해지기 쉽고, 요즘 쌀은 도정이 깨끗하게 되어 나와 여러 번 씻을 필요도 없다.
물을 먼저 받아 두고 쌀을 넣으면 쌀알이 물속에 흩어지면서 겉에 붙은 가루가 바로 떨어져 나와 물에 뜨거나 가라앉는다. 씻은 쌀을 불려 두면 쌀알 속까지 수분이 고르게 들어가 밥솥의 열이 안쪽까지 고르게 전달되는데, 그래서 밥알 하나하나가 제대로 익어 질지 않으면서도 쫀득하고 찰진 밥이 된다.
밥알이 퍼석하지 않게 쌀 씻고 불리는 방법
채반에 받쳐 물기를 빼며 불리는 쌀 / 기사 이해를 돕기 위한 생성형 이미지 |
준비물은 볼이나 냄비, 채반 하나면 충분하다. 볼에 수돗물을 쌀이 충분히 잠길 만큼 먼저 받아 두고, 계량컵으로 쌀을 떠서 물에 부어 넣는다. 쌀이 물에 닿자마자 물이 뿌옇게 흐려지는데, 겉에 붙어 있던 가루가 떨어져 나왔다는 표시다.
첫 물은 5~10초 만에 바로 따라 버리는 것이 좋은데, 이 물에 쌀겨와 가루가 가장 많이 섞여 있어 오래 둘수록 쌀이 탁한 물을 머금기 때문이다. 깨끗한 물을 다시 부은 뒤에는 손을 쌀 사이에 넣고 원을 그리듯 10~15초 가볍게 저어 준다. 쌀알을 손바닥으로 비비지 않고 물속에서 쌀이 빙글빙글 돌 정도로만 움직이면 되며, 물을 버리고 같은 방법으로 한 번 더 씻으면 끝이다.
맑은 물 속 쌀을 손끝으로 가볍게 저어 씻는 모습 / 기사 이해를 돕기 위한 생성형 이미지 |
다 씻은 쌀은 바로 밥솥에 넣지 않고 채반에 받쳐 물을 뺀 채로 30분에서 1시간 두는 것이 좋다. 물을 따로 붓지 않아도 쌀알에 남은 물기로 충분히 불려지며, 반투명하던 쌀알이 뽀얀 흰색으로 바뀌면 속까지 물이 든 것이다. 불린 쌀은 밥솥에 옮겨 담고 물은 평소 맞추던 대로 넣어 취사하면 된다.
불린 쌀을 전기밥솥 내솥에 옮겨 담는 모습 / 기사 이해를 돕기 위한 생성형 이미지 |
쌀을 바꾸거나 밥솥을 새로 사기 전에 씻는 순서와 불리는 시간부터 바꿔 보길 권한다. 밥이 맛있으면 반찬이 조금 모자라도 한 끼가 든든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