찐 늙은호박 그릇에 담아 치즈를 올린 닭갈비 / 기사 이해를 돕기 위한 생성형 이미지 |
찬 바람이 부는 11월이면 늙은호박 한 덩이를 사 두는 집이 많은데, 크고 무거워 한 번 자르면 양이 많아진다. 호박죽을 한 솥 끓이고 나서도 조각이 남아 냉장고 한쪽에 넣어 두었다가 결국 무르게 만드는 경우가 흔하다.
늙은호박은 대개 호박죽이나 호박전으로만 먹게 되고, 같은 음식을 며칠씩 이어 먹다 보면 식구들도 금방 손을 놓는다. 달큰한 맛이 좋은 재료인데도 단맛 때문에 반찬이나 한 끼 식사로는 쓰기 어렵다고 여겨 남은 호박이 늘 애매하게 남는다.
늙은호박 밑동을 통째로 쪄서 그릇처럼 쓰고 그 안에 매콤한 닭갈비를 담으면, 호박 속살과 닭고기를 함께 떠먹는 한 그릇 요리가 된다. 죽으로만 먹던 늙은호박으로 저녁 밥상에 올릴 요리를 하나 더 만들 수 있다.
매운 닭갈비와 잘 어울리는 찐 늙은호박 속살
닭갈비와 함께 숟가락으로 떠낸 찐 늙은호박 속살 / 기사 이해를 돕기 위한 생성형 이미지 |
닭갈비는 고추장과 고춧가루로 맛을 내 매운맛이 센 편이라, 먹다 보면 입안이 얼얼해져 밥이나 순한 채소를 자꾸 곁들이게 된다. 찐 늙은호박 속살은 단맛이 있고 결이 부드러워 숟가락으로 쉽게 떠지는데, 닭고기와 한입에 넣으면 매운맛이 한결 부드럽게 느껴진다.
늙은호박을 닭고기와 한 팬에 볶지 않는 이유는 익는 시간이 크게 다르기 때문인데, 단단한 호박이 속까지 무를 때까지 볶다 보면 닭고기는 질겨지고 양념은 바닥에 눌어붙기 쉽다. 찜기에서 늙은호박을 먼저 익혀 두면 닭갈비는 고기가 익을 만큼만 볶으면 된다.
늙은호박 밑동은 둥근 모양을 살려 속을 비우면 우묵한 그릇처럼 되어 닭갈비를 담기 좋고, 담아 둔 양념이 호박 속살에 배어 함께 떠먹기 좋다. 그래서 호박을 찌고 닭갈비를 따로 볶은 다음 마지막에 둘을 합치는 순서로 만드는 것이 좋다.
찐 늙은호박에 매콤한 닭갈비 담아 내는 방법
씨와 섬유질을 긁어내 속을 비운 늙은호박 밑동 / 기사 이해를 돕기 위한 생성형 이미지 |
준비할 것은 늙은호박 밑동 760g과 닭다리살 400g, 양배추 조금, 모차렐라치즈 3분의 2컵이다. 늙은호박은 밑동 쪽을 잘라 내고 숟가락으로 씨와 섬유질을 긁어내 속을 비워 두고, 닭다리살은 한입 크기로 썰어 평소 쓰는 닭갈비 양념에 버무려 10분 이상 재워 두는 것이 좋다.
닭고기를 재우는 동안 늙은호박 밑동을 속이 아래로 가게 엎어서 찜기에 넣고 센불에서 25분 찐다. 젓가락으로 찔러 보았을 때 힘을 주지 않아도 부드럽게 들어가면 다 익은 것이고, 아직 단단하게 걸리면 몇 분 더 쪄 주면 된다.
찜기에서 익힌 늙은호박을 젓가락으로 찔러 보는 모습 / 기사 이해를 돕기 위한 생성형 이미지 |
늙은호박이 익는 사이 팬에 양배추를 깔고 그 위에 재워 둔 닭고기를 올려 중불에서 볶는다. 양배추에서 나온 물기 덕분에 양념이 덜 타고, 닭고기를 잘라 보았을 때 속에 분홍빛이 남아 있지 않으면 불을 끈다.
양배추 위에서 익힌 닭갈비를 볶는 모습 / 기사 이해를 돕기 위한 생성형 이미지 |
찐 늙은호박은 김이 뜨거우니 면장갑 위에 고무장갑을 끼고 꺼내 전자레인지에 넣을 수 있는 접시에 바로 세워 놓는다. 호박 안에 닭갈비를 담고 모차렐라치즈를 고루 뿌린 다음 전자레인지에 1~2분 데워, 치즈가 녹아 늘어나면 상에 낸다.
늙은호박이 한 덩이 남아 있다면 이번 저녁에는 죽 대신 닭갈비 그릇으로 써 보길 권한다. 매운 양념을 좋아하는 식구와 순한 맛을 찾는 식구가 한 그릇을 함께 떠먹을 수 있는 요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