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무 도마 위에서 칼등으로 썬 양파와 대파를 한쪽으로 모으는 모습. / 기사 이해를 돕기 위한 생성형 이미지 |
저녁 반찬을 하려고 양파와 대파를 썰다 보면 처음엔 잘 들던 칼이 어느새 토마토 껍질 위에서 미끄러지고, 손에 힘을 더 줘야 겨우 썰리는 순간이 온다. 칼을 간 지 얼마 되지도 않았는데 벌써 무뎌졌나 싶어 답답해지는 일은 어느 집 부엌에서나 흔하다.
그럴 때마다 숫돌이나 간이 칼갈이를 꺼내 날을 다시 세우지만, 며칠만 지나면 처음처럼 무뎌져 같은 일을 되풀이하게 된다. 칼을 자주 갈수록 그만큼 날이 깎여 나가기 때문에 칼을 쓸 수 있는 기간도 짧아지는 편이다.
칼이 금방 무뎌지는 이유는 써는 동작보다 썰고 난 뒤의 습관에 있는 경우가 많다. 도마 위에 썰어 둔 재료를 칼날로 쓸어 모으는 버릇과 쓰고 난 칼을 서랍에 다른 조리도구와 섞어 넣는 버릇만 바꿔도 칼을 가는 횟수를 눈에 띄게 줄일 수 있다.
재료를 쓸어 모을 때 옆으로 긁히는 칼날
도마 위에 놓인 칼날과 잘게 썬 양파의 가까운 모습. / 기사 이해를 돕기 위한 생성형 이미지 |
칼날 끝은 아주 얇게 갈려 있어서 위에서 아래로 누르는 힘에는 강하지만 옆에서 밀리는 힘에는 약하다. 썰어 둔 재료를 칼날로 쓸어 모으면 그 얇은 날이 도마 표면을 옆으로 긁고 지나가면서 조금씩 휘어지거나 끝이 뭉툭해진다.
한 번에는 표가 나지 않지만 반찬 하나를 만드는 동안에도 재료를 모으는 일은 여러 번 반복되는데, 날이 휘는 일도 그만큼 쌓인다. 휜 날은 재료에 바로 들어가지 못하고 겉에서 미끄러지기 때문에, 갈아 놓은 지 며칠 만에 다시 무뎌졌다고 느끼게 된다.
칼을 뒤집으면 손잡이 쪽에서 칼끝까지 이어진 두툼한 칼등이 도마에 닿는데, 칼등은 날이 서 있지 않아 도마를 밀고 지나가도 칼이 상하지 않는다. 그래서 재료를 모을 때는 칼등을 쓰고, 칼날은 써는 데만 쓰는 것이 날을 오래 쓰는 방법이다.
주방칼 날이 금방 무뎌지지 않게 쓰고 보관하는 방법
플라스틱 도마 위에서 칼로 대파를 써는 모습. / 기사 이해를 돕기 위한 생성형 이미지 |
썰기 전에 먼저 도마부터 살펴본다. 유리나 대리석, 사기 접시처럼 칼보다 단단한 바닥 위에서 썰면 날이 닿을 때마다 끝이 깎이므로, 나무나 플라스틱처럼 칼보다 무른 도마를 쓰는 것이 좋다. 칼이 닿을 때 딱딱 튀는 소리 없이 부드럽게 멈추면 알맞은 도마다.
재료를 다 썰었으면 손잡이를 쥔 채 손목을 돌려 칼을 뒤집고, 칼등을 도마에 댄 채 재료를 한쪽으로 밀어 모은다. 냄비나 그릇에 옮길 때도 칼등으로 도마 가장자리까지 밀어낸 뒤 그릇을 도마 끝에 대고 받으면 칼날로 재료를 떠 담을 일이 없다.
뒤집은 칼의 칼등으로 썬 재료를 도마 끝의 흰 그릇 쪽으로 미는 모습. / 기사 이해를 돕기 위한 생성형 이미지 |
칼을 뒤집으면 칼날이 위를 향하므로 다른 손을 칼등 위에 얹어 누르지 말고 손잡이 쪽 힘만으로 천천히 미는 것이 안전하다. 처음에는 손이 조금 어색하지만 몇 번 하다 보면 칼을 뒤집는 동작이 금방 손에 익는다.
쓰고 난 칼은 물기를 닦아 칼꽂이에 꽂거나 벽에 붙이는 자석 칼걸이에 걸어 둔다. 서랍에 넣어야 한다면 칼날에 덮개를 씌우거나 칼만 두는 칸을 따로 만드는 것이 좋은데, 국자나 가위와 섞어 두면 서랍을 여닫을 때마다 날이 부딪혀 쓰지 않아도 무뎌지기 때문이다.
물기를 닦은 주방칼에 투명 칼날 덮개를 씌워 서랍 칸에 따로 둔 모습. / 기사 이해를 돕기 위한 생성형 이미지 |
칼날로 재료를 모으던 손을 칼등으로 바꾸는 데는 돈도 시간도 들지 않으니 오늘 저녁 도마 앞에서부터 해 보길 권한다. 잘 드는 칼은 힘을 덜 줘도 잘 썰려서 손목이 편하고 칼이 미끄러질 일도 그만큼 줄어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