넓은 외투용 옷걸이에 걸린 검은 패딩의 어깨와 소매가 창가 바람을 받으며 펼쳐져 있다. / 기사 이해를 돕기 위한 생성형 이미지 |
아침저녁으로 바람이 차가워지면 옷장 위나 침대 밑에 넣어 두었던 압축팩을 꺼내게 된다. 지퍼를 열고 공기를 넣으면 한 철을 납작하게 눌려 있던 패딩이 나오는데, 두께가 작년에 넣어 둘 때와 영 달라 보인다. 어깨와 등은 눌려 있고 소매에는 굵은 주름이 가 있어 그대로 입기가 망설여진다.
이럴 때 대부분은 눌린 자리를 손으로 몇 번 털고 그대로 입거나, 옷장에 바로 걸어 둔다. 그런데 옷장에 걸어 둔 패딩은 옆 옷에 끼여 눌린 자리가 그대로 남고, 입고 나가면 어깨가 들어간 모양으로 하루를 보내게 된다. 주름을 펴려고 다리미를 대 보는 경우도 있는데 패딩 주름은 다리미로 펴지지 않는다.
압축팩에서 막 꺼낸 패딩은 입기 전에 바람이 잘 통하는 곳에 하루에서 이틀 걸어 두면 된다. 손을 대지 않고 걸어 두기만 해도 눌려 있던 충전재가 저절로 부풀어 두께가 돌아온다.
압축팩에서 꺼낸 패딩이 눌린 채로 굳는 이유
투명 압축팩에서 꺼낸 검은 패딩의 어깨와 등판에 접힌 자국이 남아 있다. / 기사 이해를 돕기 위한 생성형 이미지 |
패딩이 따뜻한 것은 옷감이 두꺼워서가 아니라 안에 든 오리털이나 솜 사이에 공기가 들어차 있기 때문인데, 이 공기층이 몸에서 나온 열을 붙잡아 둔다. 압축팩은 그 공기를 빼내서 부피를 줄이는 물건이라, 보관하는 동안 충전재가 서로 들러붙은 상태로 눌려 있게 된다.
눌린 충전재는 압축팩을 열자마자 원래대로 돌아오지 않는다. 한 철 내내 같은 자리가 접혀 있었던 만큼 털이 뭉쳐 있고, 그 뭉친 덩어리가 풀려 사이사이에 공기가 다시 들어가는 데 시간이 걸린다. 다리미나 스팀으로 열을 주면 겉감의 주름만 조금 눌리고 안쪽 뭉침은 그대로여서, 열에 약한 겉감이 상할 수 있다.
결국 패딩에 필요한 것은 열이 아니라 공기와 시간이다. 옷을 넓게 펼쳐 바람이 지나가게 두면 뭉쳐 있던 털이 조금씩 풀리면서 사이에 공기가 들어가고, 눌려 있던 두께가 올라온다.
압축팩에서 꺼낸 패딩 바람으로 볼륨 올리는 방법
두툼한 흰색 외투용 옷걸이에 지퍼와 단추를 연 패딩이 걸려 있다. / 기사 이해를 돕기 위한 생성형 이미지 |
꺼낸 패딩은 먼저 어깨가 넓고 두툼한 옷걸이에 건다. 철사 옷걸이는 어깨 한 점에 무게가 쏠려 그 자리가 다시 눌리기 때문에, 외투용 옷걸이를 쓰는 것이 좋다. 지퍼와 단추는 모두 열고 모자가 있으면 펼쳐서, 옷 안쪽까지 바람이 들어가게 둔다.
걸어 두는 자리는 바람이 잘 통하는 베란다나 창가다. 옆 옷과 벽에서 손바닥 하나쯤 띄워 두고 창을 조금 열어 공기가 지나가게 한 다음, 하루에서 이틀 그대로 둔다. 한낮에 햇볕이 그대로 들어오는 자리는 피하는 것이 좋은데, 직사광선을 오래 받으면 겉감 색이 바랜다.
베란다 창을 조금 열고 벽에서 떨어뜨린 패딩이 옷걸이에 단독으로 걸려 있다. / 기사 이해를 돕기 위한 생성형 이미지 |
걸어 둔 사이에 손바닥으로 눌린 자리를 가볍게 두드려 주면 뭉친 털이 더 빨리 풀린다. 아래쪽에 털이 몰려 있으면 옷을 들어 위아래로 몇 번 흔들어 고르게 퍼뜨린다. 다 됐는지는 손으로 확인하는데, 눌렀다 뗐을 때 곧바로 다시 부풀어 오르고 솔기 사이가 통통하게 올라와 있으면 된 것이다.
깨끗한 손이 옷걸이에 건 패딩의 어깨 부분을 가볍게 두드리고 있다. / 기사 이해를 돕기 위한 생성형 이미지 |
당장 입어야 해서 이틀을 기다릴 수 없다면 건조기를 쓰는 방법도 있다. 40도 이하 저온이나 송풍에 맞추고 깨끗한 테니스공 서너 개를 같이 넣어 40~60분 돌리면, 공이 굴러다니며 뭉친 충전재를 두드려 풀어 준다. 고온으로 돌리지 않는다. 겉감의 방수 코팅이 상하고 오리털에서 냄새가 날 수 있다.
내년에도 같은 일을 겪지 않으려면 패딩은 압축팩보다 통풍이 되는 부직포 커버에 넣어 걸어서 보관하는 편이 좋다. 자리가 없어 압축팩을 쓸 수밖에 없다면, 꺼낸 다음 하루 이틀 걸어 두는 과정만 챙겨 보길 권한다. 몇 해를 입을 겨울 외투의 두께를 지켜 주는 가장 쉬운 방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