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탕 안 넣어도 이만큼 달아집니다" 고구마 찔 때 '이 순서'면 단맛이 두 배가 됩니다


찜기에 쪄낸 고구마를 반으로 갈라 속살이 보이게 담은 모습. / 기사 이해를 돕기 위한 생성형 이미지

찜기에 쪄낸 고구마를 반으로 갈라 속살이 보이게 담은 모습. / 기사 이해를 돕기 위한 생성형 이미지

찬바람이 돌기 시작하는 9월 하순이면 시장 좌판마다 고구마가 쌓이고, 10월까지는 집집마다 가장 많이 쪄 먹는 간식이 된다. 한 소쿠리 쪄서 식탁에 올려 두면 식구들이 오며 가며 하나씩 집어 먹기 때문에, 손이 많이 가지 않으면서도 속이 든든한 군것질거리다.

그런데 같은 고구마를 쪄도 어떤 날은 꿀이 흐르듯 달고 어떤 날은 목이 멜 만큼 퍽퍽하고 밍밍하다. 찜기에 올려놓고 센불로 쭉 밀어붙이다가 젓가락이 쑥 들어가면 불을 끄는 식으로 찌면, 속은 분명히 익었는데 단맛이 붙지 않아 결국 설탕이나 꿀을 따로 찍어 먹게 되는 경우가 많다.

이때 불을 처음부터 끝까지 한 세기로 두지 않고 강불과 중불, 약불 세 단계로 나눠 찌면 똑같은 고구마에서 단맛이 두 배로 진해진다.

센불로만 쪄서 단맛이 붙지 않는 고구마

반으로 자른 찐 고구마의 포슬한 속살을 가까이에서 보여 주는 모습. / 기사 이해를 돕기 위한 생성형 이미지

반으로 자른 찐 고구마의 포슬한 속살을 가까이에서 보여 주는 모습. / 기사 이해를 돕기 위한 생성형 이미지

고구마의 단맛은 처음부터 고구마 안에 들어 있는 것이 아니다. 생고구마는 대부분 전분 덩어리라 그대로 베어 물면 밍밍한데, 열이 들어가면 고구마 안에 있던 효소가 이 전분을 잘게 끊어 단맛이 나는 당으로 바꿔 놓는다. 쪄 놓은 고구마에서 나는 단맛은 대부분 이렇게 찌는 동안 새로 만들어진 것이다.

문제는 이 효소가 일하는 온도가 정해져 있다는 점인데, 고구마 속 온도가 60~70도쯤을 지날 때 가장 활발하게 전분을 당으로 바꾸고 그보다 더 뜨거워지면 힘을 잃는다. 센불로만 몰아치면 속이 이 온도 구간을 몇 분 만에 통과해 버려서, 전분이 당으로 바뀔 시간을 얻지 못한 채 익기만 한다.

덜 익은 것도 아닌데 목이 메는 고구마는 대개 이렇게 만들어진다. 반대로 속 온도가 60~70도 구간에 오래 머물도록 불을 조절해 주면 같은 시간을 쪄도 훨씬 많은 전분이 당으로 바뀌어, 설탕을 넣지 않아도 꿀고구마처럼 단맛이 진해진다. 그래서 고구마는 얼마나 오래 찌느냐보다 어떤 세기로 찌느냐를 먼저 봐야 한다.

고구마 3단계 불 조절로 달게 찌는 방법

씻은 중간 크기 고구마를 찜기에 한 겹으로 올린 모습. / 기사 이해를 돕기 위한 생성형 이미지

씻은 중간 크기 고구마를 찜기에 한 겹으로 올린 모습. / 기사 이해를 돕기 위한 생성형 이미지

고구마를 고를 때는 큰 것보다 중간 크기나 작은 것을 고른다. 굵기가 팔뚝만 한 고구마는 겉이 다 익을 때까지 속이 따라오지 못해 가운데가 딱딱하게 남기 쉽다. 냄비에는 물을 2~3컵 정도 받는데 찜기 바닥에 물이 닿지 않을 만큼만 있으면 되고, 고구마는 흐르는 물에 껍질을 문질러 씻은 다음 물기가 남은 채로 찜기에 한 겹으로 올린다.

뚜껑을 덮고 처음 5분은 강불로 둔다. 이 5분은 고구마를 익히는 시간이 아니라 냄비 안을 증기로 채우는 시간이라 자리를 뜨지 않는 것이 좋고, 뚜껑 틈으로 김이 힘차게 올라오면 바로 불을 줄인다.

뚜껑 틈으로 김이 올라오는 찜냄비를 가스레인지 위에서 지켜보는 모습. / 기사 이해를 돕기 위한 생성형 이미지

뚜껑 틈으로 김이 올라오는 찜냄비를 가스레인지 위에서 지켜보는 모습. / 기사 이해를 돕기 위한 생성형 이미지

김이 오르면 곧바로 중불로 낮춰 10~15분을 익힌다. 고구마 속 온도가 천천히 올라가면서 전분이 당으로 바뀌는 시간이 바로 여기라서, 빨리 먹고 싶어도 불을 다시 올리지 않는다. 중간에 뚜껑을 열면 증기가 한꺼번에 빠져나가 속 온도가 떨어지니 이 10~15분 동안은 열지 않는다.

뚜껑을 열지 않은 찜냄비를 중간 불에서 익히는 모습. / 기사 이해를 돕기 위한 생성형 이미지

뚜껑을 열지 않은 찜냄비를 중간 불에서 익히는 모습. / 기사 이해를 돕기 위한 생성형 이미지

그다음 약불로 한 번 더 낮춰 5분간 뜸을 들이면 단맛이 자리를 잡는다. 젓가락으로 가장 굵은 고구마의 가운데를 찔러 보아 걸리는 느낌 없이 쑥 들어가면 다 된 것이다. 불을 끄고 뚜껑을 열 때는 뜨거운 김이 얼굴 쪽으로 몰리니 몸 반대쪽부터 살짝 들어 올려 김을 뺀 다음 여는 것이 안전하다. 젓가락이 중간에 걸리면 약불에서 5분만 더 두면 된다. 물을 적게 받으면 중불 구간에서 냄비가 탈 수 있으니, 찌는 동안 김이 눈에 띄게 줄면 뜨거운 물을 옆으로 조금 부어 준다.

다 쪄진 고구마는 뚜껑을 조금 열어 둔 채로 몇 분 두었다가 먹으면 겉에 맺힌 물기가 날아가 한결 포슬포슬하다. 올가을 고구마를 찔 때는 불 앞에 잠깐 더 서서 세기를 두 번만 바꿔 보길 권한다. 같은 고구마 한 소쿠리에서 설탕 없이 단맛을 끌어내는 일은 결국 불을 어떻게 다루느냐에 달려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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