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두운 찬장 안에서 구멍 뚫린 바구니에 한 겹으로 담긴 햇고구마. / 기사 이해를 돕기 위한 생성형 이미지 |
9월 하순이 되면 햇고구마가 한창 나온다. 박스째 사 두고 겨우내 쪄 먹을 생각으로 들여놓지만, 막상 집에 들고 오면 어디에 둘지부터 막막해진다. 한 상자를 통째로 놓을 자리는 마땅치 않고, 그냥 베란다에 밀어 두자니 상할까 싶어 마음이 놓이지 않는다.
그래서 많은 집이 고구마를 냉장고에 넣는다. 차가운 데 두면 오래간다고 알고 있어서인데, 정작 한참 뒤에 꺼내 삶아 보면 속이 푸석하고 가운데에 단단한 심이 배긴다. 단맛도 사 왔을 때만 못해서, 아깝다는 생각이 들면서도 이유를 알기는 어렵다.
고구마를 오래 두고 먹으려면 냉장고가 아니라 13~15도쯤 되는 어둡고 서늘한 찬장이 제자리다. 여기에 구멍 뚫린 바구니나 망사 주머니 하나만 있으면 준비는 끝난다.
냉장고에 들어간 고구마 속이 딱딱해지는 이유
냉장고 채소칸에 놓인 고구마와 차가운 내부 선반. / 기사 이해를 돕기 위한 생성형 이미지 |
고구마는 원래 따뜻한 곳에서 자라는 작물이라 낮은 온도를 견디지 못한다. 냉장실 안은 보통 1~5도인데, 이 정도 온도에 하루 이상 놓이면 고구마는 냉해를 입는다. 겉으로는 멀쩡해 보여도 속에서는 이미 조직이 상하기 시작한 상태다.
이때 가장 크게 달라지는 것이 고구마 속의 전분이다. 전분은 0~5도 사이에서 수분을 잃고 단단하게 굳는 성질이 있어서, 한번 이렇게 변한 고구마는 아무리 오래 쪄도 부드러워지지 않는다. 삶은 뒤에 가운데가 걸리는 심이 남고 단맛이 옅어지는 것도 이 때문이다.
냉장고 안의 습기도 고구마에는 좋지 않다. 표면에 물기가 맺힌 채로 오래 있으면 그 자리부터 물러지고 곰팡이가 앉기 쉬운데, 사 오자마자 흙을 씻어서 넣어 둔 고구마라면 더 빨리 상한다. 그래서 고구마는 차게 두는 쪽이 아니라 서늘하게, 그리고 바람이 통하게 두는 쪽으로 자리를 잡아 줘야 한다.
마른 흙이 남은 고구마를 물로 씻지 않은 모습. / 기사 이해를 돕기 위한 생성형 이미지 |
고구마 상하지 않게 찬장에 보관하는 방법
옆면과 바닥에 구멍이 난 바구니에 고구마를 옮겨 담는 모습. / 기사 이해를 돕기 위한 생성형 이미지 |
준비할 것은 구멍 뚫린 바구니나 망사 주머니, 구멍이 있는 채반 중 하나면 된다. 비닐봉지나 사 온 박스 그대로는 공기가 통하지 않아 안쪽부터 물러지니, 옆면과 바닥으로 바람이 드나드는 용기를 고르는 것이 좋다.
박스를 열면 고구마를 씻지 말고 그대로 옮겨 담는다. 흙이 많이 묻었으면 마른 손이나 마른 수건으로 툭툭 털어 내는 정도로 끝내고, 물은 조리 직전에만 쓴다. 상처가 났거나 무른 것이 섞여 있으면 그것만 따로 빼서 먼저 먹는다.
담은 바구니는 13~15도 정도로 서늘하고 빛이 들지 않는 찬장이나 팬트리에 넣는다. 싱크대 아래처럼 물기가 도는 자리와 보일러 옆처럼 온기가 올라오는 자리는 피하고, 고구마끼리 너무 눌리지 않게 한 겹이나 두 겹으로 펼쳐 담는 것이 좋다.
빛이 들지 않는 마른 찬장 선반에 바구니를 넣어 둔 모습. / 기사 이해를 돕기 위한 생성형 이미지 |
일주일 안에 먹을 양이라면 주방 조리대 한쪽에 바구니째 두고 꺼내 써도 괜찮다. 보관이 잘되고 있는지는 눈과 손으로 확인할 수 있는데, 껍질이 마른 듯하면서 눌렀을 때 탄력이 있으면 좋은 상태다. 이렇게 두면 2주가 지나도 속이 촉촉하고 단맛이 그대로 남아 있다.
다만 껍질이 축축해지거나 눌렀을 때 쑥 들어가는 것, 검은 반점이 번진 것은 빼내야 한다. 하나가 무르면 옆의 고구마까지 빨리 상하기 때문인데, 일주일에 한 번쯤 바구니를 훑어보며 상한 것을 골라내면 충분하다. 싹이 조금 났다면 그 부분을 도려내고 먹어도 된다.
올가을에 고구마를 박스로 들여놓았다면 냉장고 문을 여는 대신 바구니부터 꺼내 보길 권한다. 자리 하나만 바꿔 줘도 한 상자를 끝까지 달게 먹을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