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늘한 서랍 안에 원래 병째로 세워 둔 비타민 영양제와 흰 건조제 봉지. / 기사 이해를 돕기 위한 생성형 이미지 |
환절기에 들어서면 봄에 사 두고 잊고 있던 비타민 통을 다시 꺼내는 집이 많다. 아침에 목이 칼칼하고 오후만 되면 몸이 처지는 날이 늘어나니 종합비타민이나 비타민C부터 챙겨 먹기 시작하는데, 통을 어디에 둘지는 별 고민 없이 냉장고 문 안쪽 칸으로 정하는 경우가 흔하다.
시원한 곳에 두면 덜 상한다는 생각으로 그렇게 두는 것인데, 몇 달 지나 뚜껑을 열어 보면 알약끼리 들러붙어 있거나 표면이 축축해져 코팅이 얼룩처럼 번져 있기도 하다. 버리기도 아깝고 그냥 먹기도 찜찜해서 결국 통째로 쌓아 두게 된다.
영양제는 차가운 자리보다 마른 자리를 찾아 주어야 하는 물건이다. 원래 들어 있던 병이나 포장 그대로, 30도를 넘지 않는 서늘하고 그늘진 서랍으로 옮겨 두면 사 놓은 값만큼 효과를 볼 수 있다.
냉장고 문을 여닫을 때 영양제 병 안에 맺히는 물기
냉장고 문 안쪽 칸에 놓인 영양제 병 표면에 작은 물방울이 맺힌 모습. / 기사 이해를 돕기 위한 생성형 이미지 |
비타민이 약한 것은 빛과 열, 그리고 수분 세 가지다. 그중에서도 물에 녹는 성질을 가진 비타민B군과 비타민C는 습기에 특히 약해서, 병 안에 물기가 조금씩 들어오면 알약 표면부터 녹기 시작하고 그 자리에서 성분이 분해돼 사라진다.
냉장고가 오히려 나쁜 자리가 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차갑게 식은 병을 문 안쪽에 두면 문을 여닫을 때마다 바깥의 따뜻하고 습한 공기가 닿아 병 겉과 안쪽에 작은 물방울이 맺히는데, 하루에 몇 번씩 이 일이 되풀이되면 병 안은 밀폐된 채로 습해진다.
부엌 싱크대 위나 욕실 선반도 마찬가지다. 설거지하며 올라오는 김과 샤워 뒤에 남는 물기가 통 주변을 계속 젖게 만들고, 창가나 오븐 옆처럼 햇볕과 열이 닿는 자리도 성분이 빠지기 쉽다. 그래서 온도를 낮추는 쪽이 아니라 습기와 빛이 닿지 않는 자리로 옮기는 쪽으로 손을 대야 한다.
냉장고에 넣어 둔 영양제를 서늘한 서랍으로 옮기는 방법
실온에 둔 영양제 병의 뚜껑을 닫은 채 서랍으로 옮기는 손. / 기사 이해를 돕기 위한 생성형 이미지 |
먼저 냉장고에서 통을 꺼내 식탁 위에 한두 시간 그대로 둔다. 차가운 병을 바로 열면 병 속으로 들어간 공기가 식으면서 안쪽에 물기가 맺히기 때문인데, 겉에 낀 성에와 물방울이 마르고 병이 실온과 같은 온도가 된 다음에 뚜껑을 여는 것이 안전하다.
옮길 때는 알약을 다른 통에 덜어 담지 않고 원래 들어 있던 병이나 포장째로 옮긴다. 통 안에 들어 있는 흰 건조제 봉지는 습기를 빨아들이는 역할을 하니 버리지 않고 그대로 두고, 뚜껑은 끝까지 돌려 잠근다. 하루치씩 작은 케이스에 소분해 두는 방법은 꺼내 먹기 편한 대신 습기가 들어가기 쉬워 권하지 않는다.
원래 영양제 병 안에 알약과 흰 건조제 봉지를 함께 둔 모습. / 기사 이해를 돕기 위한 생성형 이미지 |
둘 자리는 15~25도 사이에 습도가 60%를 넘지 않고 직사광선이 들지 않는 곳이면 된다. 침실 옷장 안이나 거실 수납장, 식탁 서랍이 대체로 이 조건에 맞는다. 제대로 보관되고 있는지는 통을 흔들어 보면 알 수 있는데, 알약이 또르르 구르는 소리가 나고 표면이 매끈하면 괜찮은 상태다.
뚜껑을 연 영양제 병 안에서 서로 떨어져 있는 매끈한 알약. / 기사 이해를 돕기 위한 생성형 이미지 |
반대로 알약끼리 붙어 있거나 색이 변했고 시큼한 냄새가 올라오면 성분이 이미 빠진 것이라 먹지 않는 것이 좋다. 유산균처럼 포장에 냉장 보관이라고 적힌 제품은 예외라서 표시된 대로 냉장고에 두고, 나머지는 계절이 바뀔 때 한 번씩 통 상태를 살펴보면 충분하다.
환절기 들어 영양제를 다시 챙겨 먹기 시작했다면 통이 지금 어디에 놓여 있는지부터 확인해 보길 권한다. 날마다 한 알씩 삼키는 영양제를 마른 자리에 두는 일은 들인 돈이 그대로 몸에 들어가게 하는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