들기름과 다진 대파를 두른 팬에서 계란후라이가 중약불로 익고 있다. / 기사 이해를 돕기 위한 생성형 이미지 |
아침마다 가장 손이 많이 가는 반찬이 계란후라이다. 밥 한 그릇에 하나씩 부쳐 올리면 그만한 것이 없어서 일주일에 몇 번씩 팬을 꺼내게 되는데, 막상 먹어 보면 늘 비슷한 맛에 머문다. 흰자는 고소하다기보다 심심하고, 노른자를 터뜨려 밥에 섞어도 금방 물린다.
그래서 소금을 조금 더 뿌리거나 후춧가루를 털어 넣고, 간장을 몇 방울 떨어뜨려 보기도 한다. 간은 분명히 달라지지만 코끝으로 올라오는 향은 그대로라서, 몇 번 하다 보면 결국 아무것도 안 뿌리고 먹던 자리로 돌아간다.
계란후라이 맛을 바꾸는 자리는 계란 위가 아니라 팬에 두르는 기름이다. 식용유 대신 들기름을 소량 두르고 다진 대파를 먼저 볶아 파기름을 낸 다음 계란을 올리면, 재료를 더 사지 않고도 같은 계란후라이가 훨씬 고소해진다.
팬에 두르는 기름으로 계란 맛이 갈리는 이유
팬 바닥에 얇게 두른 들기름 위로 다진 대파와 계란 흰자가 익기 시작한 모습. / 기사 이해를 돕기 위한 생성형 이미지 |
계란은 그 자체로 향이 센 재료가 아니라서 무엇과 함께 익는지에 따라 맛이 갈린다. 식용유는 향을 거의 내지 않고 열만 고르게 전해 주는 기름이라, 식용유에 부친 계란후라이에서는 계란 특유의 비릿한 기운이 그대로 남는다. 소금이나 간장을 더해도 짠맛과 감칠맛만 얹히고 향은 보태지지 않아서 심심한 느낌이 쉽게 사라지지 않는다.
들기름은 반대로 향이 먼저 느껴지는 기름이다. 팬 바닥에 얇게 깔린 들기름이 데워지면서 고소한 향이 올라오고, 그 위에서 흰자가 익는 동안 향이 계란 아랫면에 그대로 입혀진다. 여기에 다진 대파를 먼저 볶아 두면 대파의 매운 기운은 빠지고 단맛과 향만 기름에 녹아 나오는데, 이렇게 만든 파기름이 들기름의 고소함과 겹쳐지면서 계란 비린 기운을 덮어 준다.
들기름과 대파로 계란후라이 고소하게 부치는 방법
냉장 보관한 들기름과 잘게 다진 대파 흰 부분, 계란을 조리 전 준비한 모습. / 기사 이해를 돕기 위한 생성형 이미지 |
준비할 것은 많지 않다. 계란 한두 개에 들기름 한 큰술, 대파는 흰 부분을 잘게 다져 한 큰술 정도면 충분하다. 대파는 푸른 잎보다 흰 부분이 향과 단맛이 진해서 파기름을 낼 때 더 어울린다.
팬을 미리 달구지 않고, 차가운 팬에 들기름을 두른 다음 불을 중약으로 켠다. 들기름은 식용유보다 열에 약해서 센 불에 올리면 금방 연기가 나고 쓴맛이 돈다. 팬에서 연기가 올라오면 불을 줄이거나 팬을 잠시 불에서 내려 식힌 뒤에 다시 올리는 것이 좋다.
차가운 팬에 들기름을 얇게 두르고 중약불을 켠 조리 시작 단계. / 기사 이해를 돕기 위한 생성형 이미지 |
기름이 미지근하게 데워지면 다진 대파를 넣고 중약불에서 1분에서 2분쯤 천천히 볶는다. 젓가락으로 몇 번 저어 주다가 대파 가장자리가 투명해지면서 고소한 파 향이 코끝으로 올라오면 파기름이 다 난 것이다. 색이 갈색으로 짙어지기 전에 멈춰야 쓴맛이 생기지 않는다.
들기름에 넣은 다진 대파를 젓가락으로 천천히 볶는 단계. / 기사 이해를 돕기 위한 생성형 이미지 |
파 향이 올라온 그 상태에서 계란을 깨 넣는다. 불은 그대로 중약불에 두고, 흰자 가장자리가 하얗게 굳고 가운데까지 투명한 기운이 사라질 때까지 기다린다. 노른자를 반숙으로 먹으려면 그대로 접시에 옮기고, 완전히 익히려면 뒤집어 30초쯤 더 두면 된다. 뒤집을 때는 대파가 팬 바닥에 눌어붙지 않게 뒤집개로 함께 떠서 넘긴다.
들기름은 이렇게 낮은 불에 짧게 쓰는 요리에 어울리고, 센 불에 오래 볶거나 튀기는 요리에는 식용유를 쓰는 것이 낫다. 남은 들기름은 뚜껑을 꼭 닫아 냉장실에 넣어 두고 한두 달 안에 쓰는 것이 좋은데, 개봉한 들기름을 실온에 오래 두면 고소한 향이 빠지고 묵은 냄새가 난다.
계란후라이는 손이 익을 만큼 익숙한 반찬이라 바꿀 데가 없어 보이지만, 기름 한 가지와 대파 한 큰술만 더하면 밥반찬 하나가 새로 생긴 셈이 되니 다음 아침에 한 번 해 보길 권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