옷장 안 옷걸이에 걸린 밝은색 코트가 긴 세탁소 비닐 커버에 싸여 있다. / 기사 이해를 돕기 위한 생성형 이미지 |
9월 하순이 되면 옷장을 정리하면서 여름옷을 넣고 코트와 정장을 꺼내 걸어 두게 된다. 한 철 입고 세탁소에 맡겨 두었던 옷을 찾아오는 시기이기도 해서, 옷걸이에 걸린 채 긴 비닐이 씌워진 옷들이 옷장 한쪽을 채우게 된다.
그 비닐을 벗기지 않고 그대로 거는 사람이 많다. 먼지가 앉지 않게 막아 주니 오히려 잘 보관하는 방법이라고 생각하기 쉽다. 그런데 다음 계절에 꺼내 보면 흰 셔츠나 밝은색 코트의 어깨와 겨드랑이가 누렇게 변해 있어서, 깨끗하게 맡겼던 옷인데 입기 어려워지는 경우가 생긴다.
비닐 커버는 옷을 들고 오는 동안 쓰라고 씌워 주는 것이라 집에 오면 벗겨 내는 것이 가장 좋다. 다만 먼지가 걱정되어 그대로 두고 싶다면 가위 하나로 해결할 수 있는데, 비닐 세 군데만 잘라 두면 된다.
비닐 안에 갇힌 용제가 옷을 누렇게 만드는 이유
세탁소 비닐 안에서 코트의 어깨와 소매 부분이 옷감에 가까이 닿아 있는 모습이다. / 기사 이해를 돕기 위한 생성형 이미지 |
옷이 누렇게 변하는 이유는 드라이클리닝이 물로 하는 세탁이 아니라는 데 있다. 드라이클리닝은 기름을 녹이는 용제로 때를 빼내는 방식이라서, 건조와 다림질을 거친 뒤에도 용제와 기름기가 섬유 사이에 조금씩 남는다. 세탁소에서 받아온 옷에서 특유의 냄새가 나는 것도 그 때문이다.
이 잔류 성분은 공기 중으로 날아가면서 시간이 지나면 사라지는데, 비닐이 옷 전체를 감싸고 있으면 빠져나갈 자리가 없어 그 안에 그대로 머문다. 여기에 옷장 안의 습기까지 비닐 안쪽에 갇히면 남은 용제와 수분이 만나면서 밝은 옷이 누렇게 변하는 황변이 생긴다.
공기가 돌지 않는 비닐 안은 습기도 잘 빠지지 않아서 곰팡이 냄새가 배거나 좀이 생기기도 한다. 특히 어깨와 겨드랑이는 비닐이 옷에 가장 바짝 붙는 자리라 변색이 먼저 눈에 띈다. 그래서 비닐을 그대로 두려면 공기가 드나들 구멍을 만들어 주어야 한다.
세탁소 비닐에 가위로 세 군데 구멍 내는 방법
베란다의 접이식 빨래건조대에 걸어 둔 코트에서 세탁 뒤 남은 냄새를 날리고 있다. / 기사 이해를 돕기 위한 생성형 이미지 |
가장 좋은 방법은 집에 들어오자마자 비닐을 벗겨 버리고 옷을 베란다나 창가처럼 바람이 통하는 곳에 세 시간에서 네 시간쯤 걸어 두는 것이다. 그동안 남아 있던 용제 냄새가 빠지고, 그다음에 옷장에 넣으면 변색 걱정이 거의 없다.
그래도 먼지가 앉는 게 신경 쓰인다면 통풍을 시킨 옷에 비닐을 다시 씌우고 가위로 세 군데를 자른다. 먼저 바닥을 향한 밑단인데, 비닐 아래쪽은 대개 좁게 붙어 있어서 이 부분을 가로로 20~30cm쯤 길게 잘라 아래를 완전히 열어 준다.
옷걸이에 건 코트의 세탁소 비닐 밑단을 가로로 길게 잘라 아래쪽을 열어 둔 모습이다. / 기사 이해를 돕기 위한 생성형 이미지 |
다음은 양쪽 겨드랑이다. 옷을 걸어 둔 상태에서 소매가 몸판과 만나는 자리를 찾아 좌우 각각 10cm 정도로 세로로 길게 자른다. 겨드랑이는 옷에서 통풍이 가장 안 되는 곳이라 이 두 군데를 열어 두면 아래에서 들어온 공기가 위로 빠져나가며 비닐 안쪽을 지나간다.
코트 소매와 몸판이 만나는 양쪽 겨드랑이 위치의 비닐을 세로로 열어 둔 모습이다. / 기사 이해를 돕기 위한 생성형 이미지 |
제대로 됐는지는 손으로 비닐 아래를 살짝 밀어 보면 알 수 있는데, 비닐이 팽팽하게 부풀지 않고 헐렁하게 흔들리면 공기가 통하는 상태다. 겨울까지 몇 달을 그대로 둘 옷이라면 비닐을 아예 벗겨 내고 부직포 커버로 바꿔 씌우는 것이 낫다. 부직포는 천처럼 공기가 통하면서 먼지는 막아 준다.
옷장에 걸어 둔 옷은 한 달에 한 번쯤 문을 열어 바람을 들이고, 옷 사이를 손바닥 하나 들어갈 만큼 띄워 두는 것이 좋다. 세탁소 비닐을 벗기거나 세 군데 트는 일은 다음 계절에 그 코트를 그대로 입을 수 있게 하는 가장 간단한 준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