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운사 / 한국관광공사-김지호 |
선운사 앞을 흐르는 도솔천은 폭이 좁고 물살이 느린 개울이다. 양쪽 기슭에 선 애기단풍 가지가 물 위로 길게 뻗어 있어, 잎이 물드는 늦가을이면 나무에 달린 단풍과 수면에 비친 단풍이 위아래로 겹친다. 전북 고창군 아산면 선운산도립공원 안, 선운사로 들어가는 길에서 볼 수 있는 풍경이다.
애기단풍은 잎이 손톱만 하게 작고 갈래가 가늘어 가지마다 붉은 잎이 촘촘하게 달린다. 이 숲은 산 정상까지 오르지 않아도 주차장에서 절까지 이어지는 평지 길에서 만날 수 있다. 선운산 단풍은 해마다 11월 초·중순 전후로 짙어지는 편이고, 지난해에는 11월 12일 무렵까지 절정이 이어졌다. 내륙 산의 단풍이 질 즈음 색이 오르는 늦은 단풍 명소인 셈이다.
개울 위로 겹쳐 보이는 붉은 숲
선운사 / 한국관광공사-김지호 |
주차장에서 일주문을 지나 절 마당까지는 도솔천을 곁에 두고 걷는 길이다. 개울 쪽으로 가지가 낮게 드리운 구간에서는 물빛까지 붉게 물들어, 길을 걷는 내내 숲이 두 번 보인다. 바람이 잦아들어 수면이 잔잔할 때는 가지 끝의 잎 모양까지 물 위에 또렷하게 비친다.
물 아래에는 먼저 떨어진 잎이 바닥에 깔려 있고, 수면에는 아직 가지에 달린 잎이 비친다. 같은 자리에서도 붉은색이 겹겹이 쌓여 보이는 이유다. 반영을 사진으로 담으려면 가지가 물 위로 길게 뻗은 곳을 골라 개울과 나무를 한 화면에 넣으면 된다.
경내에 들어서면 풍경이 조금 달라진다. 대웅보전 뒤편 산자락에는 천연기념물로 지정된 동백나무 숲이 자리하고 있어, 늦가을에도 짙은 초록 잎이 사찰 지붕 뒤를 감싼다. 절 앞 개울가의 붉은 단풍과 뒤편의 초록 숲이 한 시야에 들어온다.
선운사 / 한국관광공사-김지호 |
도솔암까지 걷는 3.2km 흙길
단풍을 더 오래 보고 싶다면 선운사에서 도솔암 방향으로 길을 이어 가도 된다. 선운사에서 도솔암까지는 약 3.2km로, 경사가 거의 없는 평탄한 흙길이다. 천천히 걸으면 편도 약 1시간이 걸린다. 이 길도 도솔천 상류를 따라 이어져, 걷는 동안 개울과 단풍이 번갈아 시야에 들어온다.
도솔천 반영과 경내만 둘러볼 계획이라면 주차장에서 선운사까지 왕복하며 1시간 30분에서 2시간 정도면 충분하다. 도솔암까지 다녀오면 반나절 일정으로 잡는 편이 여유롭다. 흙길이라 등산화가 아니어도 걸을 수 있지만, 낙엽이 쌓인 곳은 미끄러울 수 있어 바닥이 단단한 신발이 편하다.
관람 시간과 찾아가는 길
도솔천의 가을 / 한국관광공사-윤진호 |
선운사 관람 시간은 오전 6시부터 오후 7시까지다. 이른 시간에 문을 여는 만큼 해가 높이 뜨기 전 개울가를 걸으며 단풍을 볼 수 있다. 해가 짧아지는 11월에는 오후 늦게 도착하면 숲이 금세 어두워지므로 오전이나 이른 오후에 찾는 편이 낫다.
자가용으로는 서해안고속도로 선운산 나들목으로 나와 선운사 방면으로 들어가면 선운산도립공원 주차장에 닿는다. 주차장에서 내려 도솔천을 따라 걸으면 곧 일주문이 나오고, 그때부터 애기단풍 숲이 시작된다. 주차장에서 절 마당까지는 오르막이 거의 없어 아이나 어르신과 함께 걷기에도 부담이 적다. 돌아오는 길에는 올라갈 때와 반대쪽에서 개울을 보게 되므로, 같은 숲이라도 빛이 드는 방향에 따라 다른 반영을 만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