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00년 넘은 고목 너머로 산사 기와지붕이 겹쳐 보여요"... 소나무 숲길 지나 돌계단 오르는 세계유산 사찰


안동 봉정사 / 한국관광공사-라이브스튜디오

안동 봉정사 / 한국관광공사-라이브스튜디오

1972년 오래된 법당 한 채를 해체해 고치던 중 지붕 마룻대 아래에서 글이 적힌 기록이 나왔다. 고려 공민왕 12년, 1363년에 지붕을 손봤다는 내용이었다. 건물은 그보다 먼저 지어졌다는 뜻이어서, 이 법당은 지금 남아 있는 국내 목조건물 가운데 가장 오래된 것으로 꼽힌다. 경북 안동시 서후면 천등산 자락에 있는 봉정사 극락전이다.

봉정사는 2018년 '산사, 한국의 산지승원'이라는 이름으로 유네스코 세계유산에 올랐다. 가을에는 오래된 건물만큼 나이 든 나무들이 함께 볼거리가 된다. 경내와 주변에 수령 400년이 넘는 노거수와 은행나무가 서 있어, 잎이 물들면 노란 가지가 회색 기와지붕 위로 겹쳐 보인다. 안동시는 관광 안내에서 이곳 단풍을 보기 좋은 때로 10월 말에서 11월 초를 꼽았다.

고목과 기와지붕이 겹치는 경내

안동 봉정사 / 한국관광공사-디엔에이스튜디오

안동 봉정사 / 한국관광공사-디엔에이스튜디오

돌계단을 올라 처음 만나는 건물은 2층 누각인 만세루다. 절의 출입구 구실을 하는 건물로, 누각 아래를 지나 계단을 오르면 대웅전 앞마당이 열린다. 아래에서 올려다보면 누각 지붕선 뒤로 대웅전 지붕이 한 겹 더 솟아 있어, 산비탈에 건물을 층층이 앉힌 산사의 짜임새가 한눈에 들어온다. 대웅전 역시 국보로 지정된 건물이어서, 극락전과 함께 한 절 안에서 국보 건물 두 채를 차례로 볼 수 있다. 진입로의 돌계단은 경사가 있어 바닥이 미끄럽지 않은 신발이 편하다.

안동 봉정사 / 한국관광공사-디엔에이스튜디오

안동 봉정사 / 한국관광공사-디엔에이스튜디오

대웅전 옆으로는 또 하나의 마당이 있다. 극락전과 그 앞에 마주 선 고금당이 작은 마당을 사이에 두고 있는데, 단청이 화려하지 않아 나무 기둥과 흙벽의 빛깔이 그대로 드러난다. 오래된 목조건물의 수수한 색은 가을 나뭇잎의 노란색, 붉은색과 함께 볼 때 더 또렷해진다.

고목은 건물 사이 빈자리를 채운다. 마당 가장자리에 선 큰 나무의 가지가 처마 끝까지 뻗어 있어, 지붕과 나뭇잎을 한 화면에 담기 좋다. 마당 안쪽에서 처마를 올려다보거나 계단 아래에서 누각과 나무를 함께 잡으면 건물의 나이와 나무의 나이가 함께 담긴 사진이 된다.

소나무 숲길 지나 영산암까지

안동 봉정사 / 한국관광공사-김지호

안동 봉정사 / 한국관광공사-김지호

봉정사에는 주차장이 세 곳 있다. 차를 끝까지 몰고 올라가면 절 바로 앞에 닿지만, 아래쪽 주차장에 차를 두면 소나무 사이로 난 오솔길을 걸어 일주문을 지나게 된다. 숲길을 거쳐 돌계단에 이르는 이 구간이 산사에 들어서는 느낌을 가장 잘 살려 준다. 주말에는 위쪽 주차장부터 자리가 빨리 찬다.

경내를 다 둘러봤다면 부속 암자인 영산암까지 걸음을 이어 볼 만하다. 경내에서 조금 더 올라간 곳에 자리한 작은 암자로, 건물들이 좁은 마당을 'ㅁ'자로 둘러싸고 있다. 본사보다 찾는 사람이 적어 조용하고, 마당의 나무와 낮은 지붕이 가깝게 붙어 있어 아늑한 분위기가 난다.

둘러보는 데 걸리는 시간과 찾아가는 길

안동 봉정사 / 한국관광공사-김지호

안동 봉정사 / 한국관광공사-김지호

숲길과 경내, 영산암까지 천천히 돌아보는 데는 1시간에서 1시간 30분 정도면 넉넉하다. 사진을 여러 장 남기려면 해가 비스듬히 드는 오전이나 늦은 오후가 지붕과 나뭇잎의 색을 살리기 좋다. 봉정사는 문화재 관람료를 받지 않는다.

주소는 안동시 서후면 봉정사길 222다. 안동 시내에서 차로 30분 남짓 걸리며, 하회마을이나 도산서원과 같은 날 묶어 돌아보기에도 무리가 없는 거리다. 단풍 시기에 맞춰 찾는다면 예년 기준인 10월 말에서 11월 초 사이가 알맞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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