끓는 물이 담긴 냄비에 멸치가루를 작은술로 넣어 젓가락으로 푸는 모습. / 기사 이해를 돕기 위한 생성형 이미지 |
날이 쌀쌀해지면 저녁상에 된장국 한 그릇을 올리는 날이 많아지는데, 막 끓여 낸 국물을 한 숟갈 떠먹어 보면 짜기만 하고 뒷맛이 허전할 때가 있다. 된장은 평소에 풀던 만큼 그대로 풀었는데도 국물이 입에 감기지 않고 맹하게 느껴져서, 밥을 말아 놓고도 수저가 잘 가지 않는다.
이럴 때 대개 된장을 반 큰술쯤 더 풀거나 소금을 조금 넣어 간을 세게 하는데, 그러면 짠맛만 올라가고 국물이 깊어지지는 않는다. 멸치와 다시마를 넣어 육수부터 내면 되는 일이지만 국 하나 끓이려고 20분을 먼저 쓰는 것이 번거로워서, 결국 맹물에 된장만 풀고 끓이는 날이 반복된다.
그런데 마른 멸치를 곱게 갈아 놓은 멸치가루를 한 작은술만 먼저 풀어 끓이면, 육수를 따로 내지 않고도 국물이 시원하고 깊어진다. 들어가는 재료가 하나 늘어나는 것이 아니라 넣는 순서만 달라지는 것이어서, 평소 끓이던 방식에 그대로 얹어 쓸 수 있다.
된장을 더 풀어도 국물이 맹한 이유
맑은 국물에 된장이 고르게 풀린 작은 냄비를 가까이에서 담은 모습. / 기사 이해를 돕기 위한 생성형 이미지 |
된장은 짠맛과 구수한 맛을 내주지만, 국물을 뒤에서 받쳐 주는 감칠맛까지 혼자 다 내지는 못한다. 그래서 맹물에 된장만 풀면 혀에 먼저 닿는 것은 짠맛이고 그 뒤에 남아야 할 맛이 비어 있어서 국물이 얇게 느껴지는데, 여기서 된장을 더 풀면 짠맛과 된장 특유의 묵은 향만 같이 진해져 국물이 무겁고 텁텁해진다.
국물에 그 감칠맛을 내주는 재료가 멸치인데, 통째로 넣은 마른 멸치는 몸이 단단해서 맛이 물로 나오기까지 시간이 걸린다. 끓는 물에 몇 분 담갔다가 건져 내면 멸치 모양만 그대로고 국물은 거의 맹물에 가까워서, 제대로 우리려면 찬물에 담가 두거나 중불에서 15분 이상 끓여야 한다.
멸치가루는 그 마른 멸치를 가루로 만들어 둔 것이라 끓는 물에 닿는 즉시 풀어지면서 맛이 나온다. 건져 낼 멸치 몸통이 없으니 우러나기를 기다릴 일도 없고 가루째 국물에 남아 함께 먹게 되어서, 2~3분만 끓여도 육수를 미리 낸 국물과 비슷한 맛이 된다. 그래서 된장을 풀기 전에 가루를 먼저 끓이는 순서가 중요하다.
된장국에 멸치가루 넣어 국물 맛 내는 방법
물 3컵과 멸치가루, 집된장을 계량해 조리대에 준비한 모습. / 기사 이해를 돕기 위한 생성형 이미지 |
2인분을 기준으로 물 3컵, 약 600밀리리터와 멸치가루 1작은술, 집된장 2큰술을 준비한다. 멸치가루는 건어물 코너에서 봉지로 파는 것을 쓰면 되고, 집에 국물용 멸치가 있으면 머리와 내장을 떼고 믹서에 갈아 두었다가 쓴다. 갈아 둔 가루는 냉동실에 넣어 두면 향이 오래 남는다.
냄비에 물 3컵을 받아 센 불에 올리고, 물이 팔팔 끓어오르면 멸치가루 1작은술을 넣어 젓가락으로 저어 풀고 2~3분 더 끓인다. 찬물일 때 미리 넣으면 가루가 바닥에 가라앉아 뭉치니 끓은 다음에 넣는 것이 좋다. 국물이 살짝 뿌옇게 흐려지고 멸치 냄새가 올라오면 맛이 나온 것이다.
멸치가루를 푼 뒤 국물이 살짝 흐려진 냄비를 젓가락으로 젓는 모습. / 기사 이해를 돕기 위한 생성형 이미지 |
이제 집된장 2큰술을 국자에 담고 끓는 국물을 조금 떠서 개어 풀어 넣은 다음, 불을 중불로 낮춘다. 덩어리째 넣으면 끝까지 안 풀려서 한쪽만 짜게 되므로 국자에서 먼저 개는 것이 좋다. 된장을 넣은 뒤에는 3~5분만 끓이는데, 오래 끓이면 구수한 향이 날아가고 신맛이 돌기 시작한다.
국자 안의 집된장을 끓는 국물로 개어 푸는 모습. / 기사 이해를 돕기 위한 생성형 이미지 |
국물을 더 시원하게 하려면 나박나박 썬 무를 멸치가루와 같이 넣어 투명해질 때까지 끓이고, 시금치는 된장을 푼 뒤 마지막 1~2분에 넣어 숨만 죽인다. 멸치가루는 2인분에 1작은술을 넘기지 않는 것이 좋은데, 많이 넣으면 비린맛이 돌고 국물이 텁텁해진다. 간이 모자라면 소금보다 국간장을 반 작은술씩 넣어 맞춘다.
육수를 낼 시간이 없는 날에는 멸치가루를 먼저 풀고 된장을 나중에 푸는 순서로 한 번 끓여 보길 권한다. 날마다 올리는 국 한 그릇의 국물 맛이 달라지면 같은 반찬으로도 밥상이 한결 든든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