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어 둔 전기밥솥 뚜껑 안쪽의 이너커버와 고무패킹이 보이는 모습. / 기사 이해를 돕기 위한 생성형 이미지 |
밥을 새로 지어 뚜껑을 열었는데 김이 오르면서 쿰쿰한 냄새가 같이 올라오는 일이 있다. 쌀을 여러 번 헹궈 안치고 내솥도 설거지할 때마다 닦아 두었는데도 밥알에 그 냄새가 배어 있어서, 반찬을 차려 놓고 앉았다가도 숟가락을 드는 손이 잠깐 멈추게 된다.
이럴 때 대부분 내솥부터 다시 꺼내 씻는다. 수세미로 안쪽을 한 번 더 문지르고 뜨거운 물로 헹궈 엎어 말려 두면 그날은 좀 나은 듯하다가, 며칠 지나 다시 밥을 지으면 같은 냄새가 그대로 올라온다. 씻는 힘이 모자라서가 아니라 씻는 자리가 달라서 그렇다.
밥솥에서 냄새가 나는 자리는 내솥이 아니라 뚜껑 안쪽과 본체 뒤쪽이다. 고무패킹과 이너커버, 증기 배출구, 물받이 통 네 곳만 빼서 닦으면 밥 냄새가 달라지는데, 네 곳 모두 손으로 빼낼 수 있어 도구도 필요 없다.
내솥을 씻어도 밥에서 쿰쿰한 냄새가 나는 이유
이너커버 둘레 고무패킹의 홈과 증기 배출구를 가까이에서 본 모습. / 기사 이해를 돕기 위한 생성형 이미지 |
밥이 되는 동안 내솥 안에서는 쌀 전분이 녹아 나온 밥물이 끓어오른다. 이 밥물은 거품이 되어 내솥 위로 넘치고, 수증기에 실린 전분은 바로 위에 맞닿은 이너커버와 그 둘레를 감싼 고무패킹에 달라붙는다. 취사가 끝나고 뚜껑이 식으면 전분은 얇은 막이 되어 굳는다.
이렇게 굳은 전분은 행주로 겉을 닦는 정도로는 지워지지 않는다. 고무패킹은 테두리를 따라 홈이 파여 있어 그 안쪽까지 행주가 닿지 않고, 증기 배출구는 구멍이 좁아 손가락이 들어가지 않으며, 본체 뒤쪽 물받이 통에는 취사할 때마다 전분이 섞인 물이 고인다. 여기에 물기가 오래 머물면 쿰쿰한 냄새가 나고, 다음에 밥을 지을 때 올라온 수증기가 그 자리를 적시면서 냄새가 밥알로 옮는다. 그래서 부품을 빼내 물에 불리는 쪽으로 손을 대야 한다.
밥솥 뚜껑 안쪽 부품 빼서 냄새 없애는 방법
식은 밥솥 뚜껑에서 고무패킹 한쪽을 손으로 가볍게 분리하는 모습. / 기사 이해를 돕기 위한 생성형 이미지 |
먼저 전원 코드를 뽑고 밥솥이 완전히 식을 때까지 기다린다. 뚜껑 안쪽에 붙은 둥근 금속판이 이너커버이고 그 둘레를 고무패킹이 감싸고 있는데, 고무패킹은 한쪽을 잡고 가볍게 잡아당기면 빠진다. 힘을 주어 늘리면 밀폐력이 떨어지니 살살 당긴다. 이너커버는 테두리 고리를 젖히거나 아래로 당기면 분리되고, 가운데 압력추는 위로 들어 올려 빼낸다.
빼낸 고무패킹과 이너커버, 압력추는 따뜻한 물을 받은 대야에 10분쯤 담가 둔다. 굳은 전분은 물에 불어야 힘을 주지 않고도 떨어지기 때문인데, 10분이 지나면 주방세제를 묻힌 부드러운 수세미로 앞뒤를 닦는다. 고무패킹 홈 안쪽은 못 쓰는 칫솔로 살살 닦아 낸다.
따뜻한 물을 받은 대야에 고무패킹과 이너커버, 압력추를 담가 둔 모습. / 기사 이해를 돕기 위한 생성형 이미지 |
증기 배출구는 면봉을 넣어 안쪽 벽을 돌려 가며 닦아 낸다. 면봉 끝에 누런 것이 묻어 나오지 않을 때까지 몇 번 갈아 가며 반복하면 찌든 전분이 빠진다. 뒤쪽 물받이 통은 빼서 고인 물을 버리고 세제로 씻는다. 뚜껑 안쪽 본체에는 물을 직접 붓지 말고 적셔서 꽉 짠 행주로 닦는다.
분리한 압력추의 작은 구멍 안쪽을 면봉으로 닦는 모습. / 기사 이해를 돕기 위한 생성형 이미지 |
닦은 부품은 바람이 통하는 곳에서 완전히 말린 뒤 제자리에 끼운다. 물기가 남은 채로 조립하면 홈 안쪽에서 다시 냄새가 올라온다. 고무패킹은 홈을 맞춰 한 바퀴 눌러 넣어야 김이 새지 않는다. 마지막으로 내솥에 맹물만 두 컵쯤 붓고 취사를 한 번 돌리면 세제 냄새와 남은 찌꺼기가 증기와 함께 빠진다.
고무패킹과 이너커버는 식기세척기에 넣거나 끓는 물에 삶지 않는 것이 좋다. 고무가 늘어나면 뚜껑이 제대로 닫히지 않는다. 철수세미로 문지르면 이너커버에 흠집이 생겨 전분이 더 잘 낀다. 이 정도 청소는 일주일에 한 번이면 충분하고, 물받이 통의 물은 밥을 지은 날마다 비우는 것이 좋다.
부품 네 곳을 빼서 닦는 일이 번거롭게 느껴지지만, 한 번 해 두면 다음에 뚜껑을 열 때 올라오는 김 냄새부터 달라진다. 저녁 설거지를 하는 김에 십 분만 들여 뚜껑 안쪽을 살펴보길 권한다. 밥솥 뚜껑을 닦는 일은 식구들이 날마다 먹는 밥에 냄새가 옮지 않게 하는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