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 바닥의 접지형 멀티탭에 여러 가전 코드가 연결된 모습. / 기사 이해를 돕기 위한 생성형 이미지 |
9월 하순으로 접어들어 아침저녁으로 서늘해지자 창고에 넣어 두었던 전기히터나 온풍기를 다시 꺼내는 집이 많다. 꺼내 놓고 보면 마땅히 꽂을 자리가 없어서, 결국 텔레비전과 공기청정기가 이미 물려 있는 멀티탭의 빈 구멍에 코드를 밀어 넣게 된다.
멀티탭은 구멍이 여섯 개면 여섯 개까지 꽂으라고 만든 물건이라고 여기기 쉬워서, 자리가 남아 있으면 별생각 없이 하나를 더 꽂는다. 그런데 며칠 쓰다 보면 코드가 꽂힌 자리가 미지근해지고 플러그를 뽑을 때 손끝에 열기가 느껴지는데, 겉에 앉은 먼지만 털어 낸다고 이 열이 가라앉지는 않는다.
멀티탭에는 한 번에 흘려보낼 수 있는 전기의 양이 정해져 있고, 그 값은 옆면이나 뒷면에 작게 적혀 있다. 꽂아 둔 가전의 소비전력을 더해서 이 한도 안으로 줄이는 것만으로 코드 자리가 뜨거워지는 일을 막을 수 있다.
구멍은 남아 있는데 멀티탭이 뜨거워지는 이유
여러 코드가 한 멀티탭으로 모여 연결된 바닥 가까이의 모습. / 기사 이해를 돕기 위한 생성형 이미지 |
멀티탭에 구멍이 여러 개라고 해서 전기가 들어오는 길까지 여러 갈래인 것은 아니다. 벽 콘센트에서 멀티탭으로 들어오는 전선은 한 가닥이고, 여섯 개 구멍에 꽂은 가전이 쓰는 전기가 모두 그 한 가닥을 지나간다. 구멍 수는 꽂을 자리의 개수일 뿐 감당할 수 있는 양과는 상관이 없다.
전선 한 가닥이 감당할 수 있는 양을 넘어서면 전선과 플러그가 맞닿는 자리에서 열이 나기 시작하는데, 이 열은 쓰는 동안 계속 쌓이고 그 자리에 먼지가 껴 있으면 더 빨리 오른다. 멀티탭에 에어컨을 물려 놓고 지켜본 실험에서는 7분 30초 만에 꽂힌 자리에서 불꽃이 튀었다.
플러그가 꽂힌 멀티탭 소켓 가장자리를 가까이에서 확인하는 모습. / 기사 이해를 돕기 위한 생성형 이미지 |
국내 가정에서 쓰는 멀티탭에는 대개 250V 15A라고 적혀 있는데, 집으로 들어오는 전압인 220V에 15A를 곱하면 약 3,300W가 나온다. 다만 이 값은 버틸 수 있는 한계라서 여기에 맞춰 쓰면 여유가 없고, 80%인 약 2,600W 안에서 쓰는 것이 안전하다. 그래서 구멍이 비었는지를 볼 것이 아니라 꽂아 둔 가전이 쓰는 전기를 더해 봐야 한다.
멀티탭 한 개에 몰린 소비전력 줄이는 방법
손으로 멀티탭 옆면의 정격 표시 위치를 확인하는 모습. / 기사 이해를 돕기 위한 생성형 이미지 |
먼저 멀티탭을 뒤집어 옆면에 적힌 정격을 확인한다. 250V 15A면 약 3,300W, 10A라고 적혀 있으면 약 2,200W가 한계이고, 실제로 써도 되는 선은 각각 2,600W와 1,700W쯤이다. 이 숫자를 종이에 적어 두고 시작하면 더하기가 수월하다.
그다음 멀티탭에 꽂아 둔 가전을 하나씩 뒤집어 본다. 소비전력은 제품 뒷면이나 바닥의 작은 라벨에 W 단위로 적혀 있는데, 전기히터와 전기포트가 1,500W 안팎, 전자레인지와 전기밥솥이 1,000W 안팎이고 텔레비전과 공기청정기는 100W가 채 되지 않는다. 적힌 값을 모두 더해 2,600W를 넘는지 본다.
전기포트 바닥의 소비전력 표시 위치를 손으로 확인하는 모습. / 기사 이해를 돕기 위한 생성형 이미지 |
더한 값이 넘는다면 가장 큰 기기부터 뺀다. 전기히터, 전기포트, 전자레인지, 전기밥솥처럼 열을 내는 가전은 하나만으로도 한도의 절반을 넘게 쓰기 때문에, 멀티탭에서 빼 벽 콘센트에 단독으로 꽂는 것이 안전하다. 구멍이 모자란다고 멀티탭에 멀티탭을 다시 꽂으면 전기가 결국 앞쪽 멀티탭 한 곳으로 몰리므로 이렇게 쓰지 않는다.
다 옮겨 꽂은 뒤에는 한 시간쯤 쓰다가 플러그와 멀티탭 몸통을 손등으로 만져 본다. 체온과 비슷하거나 그보다 서늘하면 제대로 줄인 것이고, 손을 대기 어려울 만큼 뜨겁거나 코드에서 탄 냄새가 나면 하나를 더 빼야 한다. 꽂힌 자리에 낀 먼지는 플러그를 모두 뽑은 다음 마른 천으로 닦는 것이 좋다.
난방 가전을 꺼내는 이맘때 멀티탭에 적힌 숫자와 가전 뒷면의 숫자를 한 번 맞춰 보길 권한다. 큰 기기 하나를 벽 콘센트로 옮겨 꽂는 데 드는 시간은 잠깐이지만, 그 잠깐이 겨우내 온 식구가 지내는 방에서 코드가 달아오를 일을 줄여 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