뚜껑을 열어 둔 은색 스테인리스 텀블러에 뜨거운 물을 부어 하얀 거품이 입구 가까이까지 올라와 있다. / 기사 이해를 돕기 위한 생성형 이미지 |
아침마다 커피를 담아 들고 다니는 텀블러는 겉은 멀쩡해 보여도 뚜껑을 열고 안을 들여다보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은색이던 안쪽 벽이 어느새 연한 갈색으로 물들어 있고, 바닥 가장자리는 손톱으로 긁어도 색이 그대로 남아 있다. 맹물만 담아도 어딘가 텁텁한 맛이 나기 시작하면 매일 쓰는 물건이라 더 눈에 거슬린다.
그럴 때 대부분 수세미나 긴 손잡이가 달린 솔을 넣고 힘껏 문지른다. 세제를 넉넉히 풀고 몇 분을 돌려 가며 닦아도 헹구고 나면 갈색은 옅어졌을 뿐 그대로이고, 대신 안쪽 벽에는 가느다란 흠집만 늘어난다. 흠집이 생기면 다음번 착색은 더 빨리 자리를 잡아 악순환이 된다.
텀블러 안쪽 갈색 때는 문질러서 떼어 내는 것이 아니라 물에 띄워서 빼내는 쪽이 맞다. 집에 있는 과탄산소다 한두 스푼과 뜨거운 물만 있으면 손을 대지 않고도 착색을 벗겨 낼 수 있다.
문질러도 지워지지 않는 텀블러 안쪽 갈색 때
텀블러를 기울여 안을 들여다본 모습으로, 바닥과 옆면이 만나는 둥근 모서리에만 옅은 갈색 띠가 보인다. / 기사 이해를 돕기 위한 생성형 이미지 |
커피와 홍차에는 색이 진한 성분이 들어 있는데, 이 성분이 뜨거운 상태로 몇 시간씩 담겨 있으면 스테인리스 표면의 아주 작은 틈으로 스며들어 색이 배어 버린다. 여기에 우유나 커피에 남은 기름기가 얇게 덮이면서 색소를 붙잡아 두기 때문에 물로 헹구는 정도로는 씻겨 나가지 않는다.
솔이 잘 통하지 않는 것도 이유다. 텀블러 안쪽은 바닥과 옆면이 만나는 모서리가 둥글게 들어가 있어 솔이 닿지 않는 자리가 꼭 남고, 입구가 좁고 깊은 보온병은 아예 손이 들어가지 않는다. 게다가 표면에 밴 색은 닦아 내는 힘으로 지워지는 것이 아니라서, 세게 문지를수록 흠집만 생기고 갈색은 그대로 남는다.
긴 손잡이 솔을 텀블러 안에 넣어 바닥까지 닿게 한 모습으로, 솔모가 둥근 모서리를 비켜 가 있다. / 기사 이해를 돕기 위한 생성형 이미지 |
과탄산소다는 60도가 넘는 뜨거운 물에 풀리면 잘게 부서지면서 산소 거품이 쉬지 않고 올라온다. 이 거품이 표면에 얇게 깔린 기름기와 색소 밑으로 파고들어 물 위로 밀어 올리기 때문에, 손이 닿지 않는 바닥 모서리나 깊은 보온병 속까지 물만 닿으면 저절로 정리된다.
과탄산소다로 텀블러 갈색 때 빼는 방법
계량스푼에 담긴 흰색 과탄산소다 가루를 빈 텀블러 입구 위로 기울여 넣고 있다. / 기사 이해를 돕기 위한 생성형 이미지 |
준비물은 과탄산소다 한두 스푼과 뜨거운 물이 전부다. 손이 데지 않을 정도로 뜨거운 물이면 충분하고, 미지근한 물에서는 거품이 거의 올라오지 않으니 갓 끓인 물을 조금 식혀 쓰는 것이 좋다. 한 번 세척하는 데 드는 값은 300원 정도라 부담이 없다.
먼저 텀블러의 뚜껑과 고무 패킹을 분리해 따로 빼 둔 다음, 빈 텀블러에 과탄산소다를 한두 스푼 넣고 그 위로 뜨거운 물을 입구 가까이까지 가득 붓는다. 물을 붓자마자 거품이 부글부글 올라오는데, 이때 뚜껑은 절대 닫지 않는다. 산소가 계속 나오기 때문에 밀폐된 상태로 두면 안쪽 압력이 올라 뚜껑이 열리지 않게 된다.
그대로 30분에서 한 시간, 물이 미지근해질 때까지 둔다. 시간이 지나면 거품이 잦아들고 물빛이 누렇게 흐려지는데, 이렇게 색이 옮겨 나왔으면 제대로 된 것이다. 빼 둔 뚜껑과 패킹은 같은 물을 조금 덜어 담은 그릇에 함께 담가 두면 거기 밴 커피 냄새도 같이 빠진다.
뚜껑을 열어 둔 채 세워 둔 텀블러 옆에, 흰 그릇에 담긴 물에 검은 뚜껑과 고무 패킹이 잠겨 있다. / 기사 이해를 돕기 위한 생성형 이미지 |
물을 버린 뒤에는 주방세제를 묻힌 부드러운 스펀지로 안쪽을 가볍게 한 번 더 씻고 흐르는 물에 헹군다. 손가락으로 안쪽 벽을 훑었을 때 미끌거림이 없어야 헹굼이 끝난 것이다. 마지막으로 물기를 털고 뚜껑을 열어 둔 채 거꾸로 세워 완전히 말린다.
다만 겉이 코팅된 제품이나 알루미늄 용기에는 쓰지 않는다. 강한 알칼리성이라 표면이 검게 변하거나 코팅이 벗겨질 수 있다. 식초나 구연산을 같이 넣으면 거품이 나오다 마니 섞지 말고, 매일 쓰는 텀블러라면 한 달에 한 번 정도만 해도 색이 짙어지지 않는다.
솔을 들기 전에 뜨거운 물부터 부어 두는 쪽으로 방법을 바꿔 보길 권한다. 날마다 입을 대고 마시는 물건이라 안쪽이 깨끗하면 물맛부터 달라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