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이 부실 정도로 화려합니다" 1979년 천연기념물로 지정된 가을 억새 명소 여행지


산굼부리 / 한국관광콘텐츠랩-두드림

산굼부리 / 한국관광콘텐츠랩-두드림

제주특별자치도 제주시 조천읍 비자림로 768에 산굼부리가 있다. 제주 동쪽 중산간 들판 한가운데 자리인데, 밖에서 보면 주변 땅보다 30m쯤 솟은 야트막한 언덕이어서 오름이라고 부르기 어색할 만큼 낮다. 매표소에서 언덕마루까지 걸어 올라가는 데 몇 분이면 되고, 그 마루에 올라서면 발밑으로 깊이 100m가 넘는 구덩이가 갑자기 벌어진다.

이 구덩이가 산굼부리 분화구다. 굼부리는 화산의 분화구를 가리키는 제주말이고, 이곳은 1979년에 천연기념물로 지정됐다. 평지를 걷다가 난간 앞에 서면 땅이 그대로 아래로 꺼져 내려간 단면이 한눈에 들어온다.

땅이 꺼져 생긴 국내 하나뿐인 마르형 분화구

산굼부리 / 한국관광콘텐츠랩-두드림

산굼부리 / 한국관광콘텐츠랩-두드림

제주에 흩어져 있는 오름은 대부분 용암과 화산재가 쌓여 위로 솟아오른 봉우리다. 산굼부리는 그 반대로 생겼다.

화산이 터질 때 분출물이 주변에 거의 쌓이지 않고 땅만 아래로 꺼져 내려앉아 만들어진 마르형 분화구인데, 국내에서 이런 형태를 한 곳은 산굼부리 하나뿐이다.

산굼부리 / 한국관광콘텐츠랩-이범수

산굼부리 / 한국관광콘텐츠랩-이범수

화구는 위쪽 지름이 600~650m, 바깥 둘레가 2,067m다. 아래로 내려갈수록 좁아져 바닥 둘레는 756m로 줄고, 깊이는 얕은 쪽이 100m 남짓, 깊은 쪽이 146m에 이른다. 화구 벽이 거의 수직으로 서 있어서 위에서 보면 원뿔을 거꾸로 세워 놓은 모양이 그대로 드러난다.

바닥이 주변 지표면보다 100m 넘게 낮은데도 비가 아무리 와도 물이 고이지 않는다. 화산 지형이라 바닥에 떨어진 물이 그대로 땅속으로 빠져나가기 때문인데, 그래서 백록담처럼 물이 담긴 화구호가 아니라 나무가 빽빽하게 들어찬 바닥을 내려다보게 된다.

북사면은 낙엽수, 남사면은 동백나무가 자라는 화구

산굼부리 / 한국관광콘텐츠랩-이범수

산굼부리 / 한국관광콘텐츠랩-이범수

화구 안쪽 사면은 어느 쪽을 향하고 있느냐에 따라 자라는 나무가 다르다. 볕이 덜 드는 북향 사면에는 겨울에 잎을 떨구는 낙엽활엽수가 자라고, 하루 종일 볕이 드는 남향 사면에는 동백나무를 비롯한 상록활엽수가 군락을 이룬다. 지름 600m 남짓한 구덩이 하나를 사이에 두고 서로 다른 숲이 마주 보고 있는 셈이다.

이 차이는 가을과 겨울에 눈으로 확인하기 쉽다. 한쪽 사면은 잎이 물들었다가 떨어져 나뭇가지가 드러나는데, 맞은편 사면은 그때도 짙은 초록빛이 그대로 남는다. 난간에 서서 좌우를 번갈아 보면 같은 화구 안에서 색이 갈리는 것을 볼 수 있다.

산굼부리 / 한국관광콘텐츠랩-이범수

산굼부리 / 한국관광콘텐츠랩-이범수

분화구 안으로 내려가는 길은 따로 없다. 탐방로는 화구 가장자리를 크게 도는 순환로 하나이고, 길이 넓게 정비되어 있는 데다 경사도 완만해서 한 바퀴 도는 데 40분쯤 걸린다.

계단이 섞인 구간도 짧아 걷기에 부담이 적다. 억새는 이 탐방로 양옆으로 이어진다. 들판 한가운데라 바람이 그치는 때가 거의 없어 이삭이 내내 흔들린다. 억새 사이를 걷다가 전망이 트인 자리에서 걸음을 멈추고 화구를 내려다보는 순서가 된다.

입장료는 어른 7,000원, 청소년과 어린이 6,000원이고 경로와 제주도민, 장애인은 5,000원이다. 문을 여는 시각은 오전 9시로 같지만 닫는 시각이 철마다 달라서, 9월과 10월에는 오후 6시 40분에 닫고 입장은 오후 6시에 마감한다. 11월부터 2월까지는 한 시간씩 앞당겨 오후 5시 40분에 닫는다. 연중무휴로 운영한다.

산굼부리 / 한국관광콘텐츠랩-이범수

산굼부리 / 한국관광콘텐츠랩-이범수

억새가 은빛으로 물드는 때는 10월이다. 볕이 비스듬히 드는 늦은 오후가 억새를 보기에 좋은 시간이지만, 해가 넘어가고 노을이 드는 시각까지 머물 수는 없다. 9월과 10월 기준으로 입장 마감이 오후 6시라, 늦어도 5시 안에는 매표소를 지나야 한 바퀴를 여유 있게 돌 수 있다.

제주에서 오름을 여럿 올라 본 사람이라도 발밑으로 꺼져 내려간 화구를 내려다보는 것은 이곳에서만 할 수 있다. 올가을 제주 동쪽으로 향한다면 산굼부리에서 화구를 한 바퀴 둘러 걸어보길 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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