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사예담촌 / 한국관광콘텐츠랩-송재근 |
경남 산청군 단성면에는 오래된 담장이 골목을 따라 끝없이 이어지는 마을이 있다. 지리산에서 내려온 물줄기가 마을을 감아 흐르고 그 안쪽으로 고택과 노거수가 앉아 있어, 담장을 따라 걷는 것만으로 한나절이 지나간다.
이 마을에서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오는 것은 집이 아니라 담인데, 흙만 다져 올린 것으로 보이지만 가까이 가서 보면 돌이 켜켜이 박혀 있다. 골목이 좁고 구불구불해 한 굽이를 돌 때마다 담의 표정이 달라지고, 그 굽이마다 대문과 노거수가 번갈아 나타난다.
흙담이 아니라 돌과 흙을 번갈아 쌓은 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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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과 진흙을 켜켜이 번갈아 올려 쌓은 것이어서 흙돌담이나 토석담으로 부르는 편이 맞다. 높이는 1.2미터에서 2미터쯤 되고 위에는 기와나 판석을 얹어 비를 막았다.
이 담장은 2006년에 산청 남사마을 옛 담장이라는 이름으로 국가등록문화유산이 됐고, 골목을 따라 이어진 총 길이는 3.2킬로미터에 이른다. 집이 아니라 담이 한 덩어리로 지정된 것이라 담 한 자락도 함부로 손대지 못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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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을에서는 말을 타고 지나가는 사람이 담 안을 들여다보지 못하도록 담을 높여 쌓았다고 설명한다. 실제로 골목에 서면 안쪽이 거의 보이지 않고, 담이 만든 그늘 때문에 한여름에도 골목 안이 서늘하다.
300년 된 회화나무와 1700년대 고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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담장 안에는 1700년대에 지은 이씨고가와 1930년대에 지은 최씨고가가 남아 있고, 두 집 모두 1985년에 경상남도 문화유산자료로 지정됐다. 연일정씨 재실인 사양정사도 문화유산자료로 올라 있어, 지은 시대가 200년 넘게 벌어지는 집들이 한 골목에 늘어선다.
마을에서 가장 많이 사진에 담기는 것은 오래된 집이 아니라 한 그루 나무다. 두 그루가 1미터 높이에서 서로 굽어 엑스자로 얽힌 회화나무가 이씨고가 근처에 서 있는데, 수령은 300년 안팎이다. 나무 아래에 서면 두 줄기가 만든 문 사이로 골목이 그대로 보인다.
매화를 보러 왔다면 계절부터 확인해야 하는데, 고려 말 원정공 하즙이 심었다는 원정매는 수령 670년으로 이름났지만 꽃은 3월 초에서 중순에 핀다. 원래 나무는 2007년에 말라 죽어 지금은 뿌리에서 난 후계목이 자란다.
마당 안을 들여다보면 안 되는 마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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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마을은 입장료를 받고 여는 관광 시설이 아니라 사람이 사는 생활 공간이다. 문화유산으로 지정된 고택 가운데도 주민이 실제로 사는 집이 있어 안으로 들어갈 수 없고, 골목은 주민들이 오가는 통행로다.
마당 안이나 창문 너머를 들여다보고 사진으로 찍는 일은 삼가야 하고, 이른 아침과 저녁에는 목소리를 낮추는 편이 좋다. 담장에 기대거나 올라서지 않아야 하는데, 흙과 돌을 번갈아 올린 구조여서 한쪽이 눌리면 그대로 무너진다. 반려동물을 데려가려면 마을에 미리 물어보고 움직이는 편이 낫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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늦여름에 담장 위로 넘어와 피는 것은 배롱나무 꽃과 능소화다. 골목을 천천히 도는 데 한두 시간이 걸리고, 걷는 데 드는 돈과 주차료는 받지 않는다. 고택 안을 보고 싶다면 미리 신청해야 하는 별도 프로그램을 이용해야 한다. 그냥 찾아가서는 대문 밖에서 담장만 보고 돌아 나오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