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부산과 거제를 잇는 거가대교는 대형 선박 통항과 무른 뻘이라는 지형적 한계를 극복하고자 세계 최초로 외해 침매터널 방식을 도입해 개통했습니다.
- 개통 당시 통행량이 예상치의 77.5%에 못 미치면 차액을 세금으로 보전하는 계약 때문에 40년간 5조 원이 넘는 세금을 투입해야 할 위기에 직면했습니다.
- 2013년 재협상으로 지자체 부담은 줄였으나, 승용차 1만 원이라는 전국 최고 수준의 통행료를 둘러싼 적정성 논란은 여전히 이어지고 있습니다.

부산과 거제를 잇는 거가대교는 승용차 통행료 1만 원으로 전국에서 가장 비싼 도로 중 하나입니다. 차가 다니지 않으면 부족한 수입을 세금으로 메꿔주기로 했던 민간투자사업 계약이 알려지며 큰 논란이 일어나기도 했습니다. 대체 왜 이 길에는 이토록 비싼 통행료와 무거운 세금 보전 조건이 붙게 된 것일까요?
이 질문에 답하려면 거가대교가 들어선 남해 외해의 극한 환경과 이를 극복하고자 적용된 고난도 공학 기술, 그리고 초기 민자사업 계약의 구조적 허점을 함께 살펴봐야 합니다.
140km 육로를 8.2km 바닷길로 줄인 압도적 접근성
거가대교가 놓이기 전 부산에서 거제로 이동하려면 육로로 140km를 돌아가야만 했으며 두 시간 넘는 시간이 걸렸습니다. 반면 바다를 곧바로 질러가면 거리는 단 8.2km에 불과했습니다. 물류비 절감과 지역 연결성을 고려할 때 누구나 길을 내고 싶어 하는 결정적인 길목이었습니다.
2010년 12월, 총사업비 1조 4,400억 원과 6년간의 공사 끝에 길이 열리면서 두 지역 간 이동 시간은 기존 2시간 10분에서 50분으로 파격적으로 단축되었습니다. 접근성 면에서는 압도적인 변화를 가져왔지만, 건설 과정에서 직면한 자연조건은 극도로 까다로웠습니다.
교량도 굴착 터널도 불가능했던 바다 밑 48m의 딜레마
그냥 높은 다리를 길게 이어 붙이면 되지 않느냐고 반문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중간에 위치한 가덕수도는 부산신항을 드나드는 대형 컨테이너선과 해군 함정이 빈번히 지나는 핵심 항로입니다. 배들의 통항을 방해하지 않으려면 교량 기둥을 촘촘하게 박거나 높이를 낮게 걸 수 없는 구조였습니다.
그렇다면 남은 대안은 땅속을 파 들어가는 해저터널이었습니다. 하지만 이 구간의 바다 밑은 단단한 암반이 아니라 두꺼운 무른 뻘로 이루어져 있어 일반적인 굴착 터널 공법을 적용하기 어려웠습니다. 게다가 수심은 48m에 달하고 파도와 조류가 거센 외해 지역이라 작업 여건은 극도로 가혹했습니다.
기존 방식의 교량이나 굴착 터널이 불가능한 극한 환경을 극복하고자, 바다 밑에 거대한 콘크리트 구조물을 가라앉혀 연결하는 침매터널 공법이 도입되었습니다.
결국 공학자들은 땅을 파는 대신 육지에서 터널 조각을 만든 뒤 바다에 가라앉히는 침매터널 공법으로 발상을 뒤집었습니다. 길이 180m, 무게 45,000톤에 달하는 콘크리트 구조물 18개를 육지에서 제작해 바다로 끌고 온 후, 수심 48m 바닥에 차례로 내려앉혀 물속에서 이어 붙인 것입니다. 거센 외해 환경에서 침매터널을 성공시킨 것은 세계 최초의 기록이었으며, 파도가 잔잔한 날을 기다리느라 구조물 하나를 가라앉히는 데만 두 달 가까이 걸리기도 했습니다.
40년간 5조 원 물어줄 뻔한 민자 계약과 재협상
엄청난 공학적 성취를 이루며 개통했지만, 진짜 문제는 도로 밑에 숨겨진 사업 계약 구조였습니다. 개통과 함께 체결된 민간투자사업 계약에는 최소운영수입보장(MRG) 조항이 포함되어 있었습니다. 실제 통행량이 예상치의 77.5%에 미달할 경우 부족한 차액을 지자체가 세금으로 메꿔주기로 한 것입니다.
무려 40년 동안 세금으로 손실을 메꿔줘야 했던 민자 계약의 부담을 상징적으로 보여줍니다.
개통 초기 실제 통행량이 예측치에 미치지 못하면서, 이 계약을 그대로 유지할 경우 40년간 5조 원이 넘는 지자체 재정을 메꿔주어야 하는 심각한 위기에 봉착했습니다. 세금 낭비 논란이 거세지자 지자체는 2013년 사업자와 계약을 통째로 재협상해 재정 보전 방식을 바꾸고 세금 부담을 획기적으로 줄였습니다.
공학적 성취 뒤에 남은 통행료 부담 과제
교량 건설의 공학적 난제와 함께 여전히 풀리지 않은 채 남아 있는 운영 비용 문제의 현실입니다.
계약 재협상을 통해 수조 원대의 세금 보전 폭탄은 면했지만, 도로를 이용하는 운전자들이 체감하는 승용차 기준 1만 원의 통행료 부담은 여전히 과제로 남아 있습니다. 물류비 단축 효과가 명확함에도 높은 이용료는 지역 주민과 물류업계의 지속적인 비판 대상이 되고 있습니다.
거가대교는 거센 파도와 수심 48m의 무른 뻘이라는 물리적 한계를 역발상 기술로 극복한 공학적 유산인 동시에, 민자사업의 수입 보장 설계가 지역 재정과 이용자에게 어떤 부담을 남기는지 보여주는 대표적인 사례입니다. 바다 밑 48m에 콘크리트 상자 18개를 이어 붙여 만든 길, 거가대교는 기술적 혁신과 제도적 교훈을 동시에 던지며 지금도 그 길을 이어가고 있습니다.
FAQ
거가대교 통행료는 왜 승용차 기준 1만 원으로 비싼가요?
수심 48m 외해에 침매터널을 건설하는 등 총 1조 4,400억 원의 막대한 사업비가 들어간 민간투자사업이기 때문입니다. 사업비를 회수하기 위해 초기 통행료가 전국 최고 수준으로 책정되었습니다.
침매터널이란 어떤 공법인가요?
바다 밑 땅을 직접 파 들어가는 대신, 육지에서 미리 제작한 대형 콘크리트 터널 구조물(침매함)을 바다로 끌고 와 바닥에 가라앉힌 뒤 물속에서 서로 연결해 터널을 완성하는 공법입니다.
최소운영수입보장(MRG) 계약은 어떻게 처리되었나요?
예상 통행량의 77.5%에 미달할 경우 세금으로 보전해 주는 초기 계약대로라면 40년간 5조 원 이상의 재정을 투입해야 했으나, 2013년 지자체와 사업자 간 사업 재구조화 재협상을 거쳐 세금 부담을 크게 줄였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