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초등교사 96%가 고의성 없는 사고에 대한 형사 처벌 위험과 무차별적인 악성 민원으로 인해 현장체험학습에 부정적이라고 응답했습니다.
- 통합 민원 시스템 도입 이후에도 교사의 93% 이상이 보호 없이 개인적으로 악성 민원을 감당하는 열악한 현실이 지속되고 있습니다.
- 교사의 리스크를 방치하면 적극적인 교육활동이 위축되어 공교육이 무너지고 교육 양극화가 가속화될 위험이 큽니다.

솔직히 어이가 없어서 말이 안 나옵니다. 초등학교 선생님들이 소풍과 수학여행을 안 가겠다고 선언하는 게 과연 게을러서일까요? 아닙니다. 안전한 현장체험학습을 위한 간담회에서 초등교사노조의 설문조사 결과가 공개되었는데, 무려 36시간 만에 2만 2천 명의 교사가 참여해 96%가 현장체험학습 추진에 부정적이라고 답했습니다. 고의성 없는 사고에도 형사 처벌을 받게 되는 법적 리스크와 황당무계한 악성 민원이 교사들을 사지로 몰아넣고 있기 때문입니다.
지금 무슨 일이 일어났나
최근 교육계와 온라인을 뜨겁게 달군 사건은 초등교사들의 집단적인 현장체험학습 거부 움직임입니다. 정치권에서 현장체험학습 차질을 두고 "구더기 무서워서 장 못 담그냐"는 취지의 발언을 하면서 논란에 불이 붙었습니다. 이에 열린 간담회에서 교사들은 현장의 비참한 실상을 증언했습니다.
현장 목소리를 담기 위해 열린 간담회에서 교사들이 처한 현실과 현장체험학습 거부의 배경을 설명하고 있습니다.
전국적으로 수학여행과 현장체험학습을 진행하는 학교 비율은 과거에 비해 30%대, 심지어 10%대까지 급감했습니다. 교사들이 유별나서가 아닙니다. 현장에 동행한 안전관리요원이 있었고 교사가 학생들을 주의 깊게 살펴보고 있었음에도, 불의의 사고로 학생이 사망하자 교사에게 유죄 판결이 내려진 작년 재판 결과가 결정적이었습니다. 고의성이 없어도 학생이 다치거나 사망하면 모든 형사적·민사적 책임을 교사 개인이 떠안아야 하는 구조에서는 누구라도 소풍을 주저할 수밖에 없습니다.
왜 지금 이것이 중요한가
이 문제가 심각한 이유는 단순한 행사 취소를 넘어 대한민국 공교육의 기본 틀이 무너지고 있음을 알리는 경고음이기 때문입니다. 교사들이 요구하는 면책권은 어떠한 과실도 책임지지 않겠다는 무소불위의 특권이 아닙니다. 고의나 중대한 과실이 없는 불가항력적 사고에 최소한의 안전장치를 달라는 절박한 비명입니다.
위험 요소가 있는 교육 활동을 할 때 보호받지 못한다면 교사는 소극적이고 안전주의적인 태도를 취할 수밖에 없습니다. 이는 학생들에게서 다채로운 경험과 공동체적 배움의 기회를 빼앗는 결과로 이어집니다. 공교육이 제공해야 할 교육적 가치가 리스크 관리라는 명목 아래 거칠게 깎여 나가는 셈입니다.
이 현상을 이끄는 원인은 무엇인가
첫 번째 원인은 예측 불가능한 사고에 대해 교사에게 무한 책임을 묻는 법적 구조입니다. 두 번째 원인은 교사 개인이 무차별적으로 노출되어 있는 상식 밖의 악성 민원입니다. 현장체험학습 전날 "우리 아이와 친한 친구를 짝꿍으로 지정해 달라"거나, "사진 200장을 찍었는데 왜 우리 애는 5장뿐이냐"는 식의 민원이 끊이지 않습니다.
교사들이 겪는 민원과 법적 책임의 무게가 얼마나 무거운지, 그 실상을 들여다봐야 합니다.
정부는 서이초 사건 이후 '민원 이어드림' 같은 통합 창구를 만들어 교사 개인이 직접 민원을 받지 않도록 하겠다고 호언장담했습니다. 하지만 현실은 전혀 다릅니다. 교사의 93% 이상이 여전히 학교 차원의 보호 없이 개인 연락처나 학부모 상담 앱으로 들어오는 민원을 홀로 감당하고 있습니다. 법과 제도가 현장을 전혀 보호해주지 못하는 실정입니다. 최근 인터넷에서 '서면으로만 민원을 받도록 바꿔 진상 민원이 줄었다'는 소문이 돌았으나, 이는 현행법상 일반 공립학교에서는 불가능한 허구에 불과합니다.
누가 영향을 받고 무엇이 실질적으로 바뀌나
이러한 위험 노출의 피해는 일선 공교육 현장의 교사와 학생들에게 집중됩니다. 사립초등학교는 학교 방침을 강하게 밀어붙이거나 사정을 감당해낼 수 있지만, 공립초등학교 교사들은 아무런 방탄복도 없이 학부모들의 무차별적인 포화에 그대로 노출되고 있습니다.
결국 교사들은 '더 잘해보기 위한 노력'을 포기하게 됩니다. 학교폭력이나 갈등이 생겨도 정서적 회복을 돕기보다 법적 절차대로 위원회에 넘겨버리고, 체험학습처럼 리스크가 큰 활동은 아예 안 가는 방향을 선택합니다. 교사의 자율성과 열정이 사라지고 무미건조한 행정적 절차만 남는 공교육의 평면화가 급속도로 진행되고 있습니다.
앞으로 무엇을 주시해야 하는가
우리가 주시해야 할 것은 이 문제가 가져올 장기적인 파급효과입니다. 의대생들이 리스크가 큰 외과를 기피하는 것처럼, 교사들 역시 위험과 민원이 몰리는 교육 활동을 기피하게 됩니다. 그 결과는 사립학교나 국제학교 등 막대한 비용을 지불할 수 있는 계층만 고품질 교육과 네트워크를 누리는 교육의 양극화 심화로 나타날 것입니다.
대한민국이 성장할 수 있었던 바탕에는 우수한 인적 자원을 키워낸 공교육의 힘이 있었습니다. 합리적인 민원 여과 기준을 세우고 고의성 없는 사고에 대한 교사의 면책권을 보장하지 않는다면, 10년 후 대한민국 공교육의 미래는 장담할 수 없습니다.
지금까지 사유하는 사람들을 위한 고요한 식당이었고요. 그러면 바이.
FAQ
교사들이 요구하는 '면책권'은 무조건적인 책임 회피인가요?
아닙니다. 교사들이 요구하는 면책권은 모든 과실을 면해달라는 뜻이 아니라, 교사의 고의나 중과실이 없는 불가항력적인 안전사고에 대해 법적·형사적 책임을 면제해 달라는 최소한의 보호 요청입니다.
정부의 민원 창구 통합(민원 이어드림)은 실효성이 없나요?
설문조사에 따르면 교사의 93.4%가 여전히 학교 차원의 보호 없이 학부모 상담 앱이나 개인 연락처로 들어오는 민원을 직접 감당하고 있어 현장 체감 효과는 미미한 상황입니다.
서면 제출 방식으로 진상 민원을 막았다는 소문은 사실인가요?
해당 소문은 온라인상에서 화제가 되었으나 현행법 및 공립학교 행정 규정상 개별 학교장이 임의로 서면 제출 방식으로만 변경하는 것은 불가능한 사실무근의 가짜뉴스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