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 안에 국경선이 있다고요? 벨기에 그 마을의 정체


지도를 딱 펼쳐놓고 보면 참 이상한 마을이 하나 있습니다. 벨기에와 네덜란드 국경 지대에 있는 바를러라는 곳인데, 네덜란드 영토 안에 벨기에 땅이 22곳이나 흩어져 있고, 그 벨기에 땅 안에는 또 네덜란드 땅이 8곳이나 박혀 있습니다. 마치 퍼즐 조각을 아무렇게나 흩뿌려놓은 것 같은 모양인데, 실제로 여기 살고 있는 주민만 9,200여 명입니다. 네덜란드 쪽 이름은 바를러나사우, 벨기에 쪽 이름은 바를러헤르토흐입니다.


대문 위치가 국적을 결정


대문 위치가 국적을 결정하는 바를러 / 사진=unsplash

대문 위치가 국적을 결정하는 바를러 / 사진=unsplash

가장 신기한 부분은 건물 단위로도 국경이 쪼개진다는 겁니다. 한 건물 안에 국경선이 그대로 지나가는 경우가 흔한데, 이럴 때는 대문이 어느 쪽에 있느냐로 그 집의 국적을 정합니다. 초인종이 두 개 달린 집, 국경선이 식탁을 가로지르는 식당까지 있을 정도입니다. 실제로 한 주민은 1995년 국경이 재조정되면서 자기 집 대문이 네덜란드 쪽으로 넘어간 걸 알고, 주소를 새로 받는 대신 아예 대문 위치를 옮기는 공사를 했다는 일화도 전해집니다.


법도, 문 닫는 시간도 다르다


바로 옆인데 법이 너무나 다릅니다 / 사진=unsplash

바로 옆인데 법이 너무나 다릅니다 / 사진=unsplash

바를러는 이렇게 국적이 뒤섞이다 보니 생활 곳곳에서 웃지 못할 상황이 벌어지는데요. 한때 네덜란드 법상 상점이 벨기에보다 일찍 문을 닫아야 했던 적이 있는데, 국경에 걸친 식당은 시간이 되면 손님들이 그냥 벨기에 쪽 테이블로 자리를 옮기면 그만이었습니다. 네덜란드가 폭죽 판매를 규제하자 벨기에 쪽 상점들이 우후죽순 생겨난 것도 비슷한 사례입니다. 코로나19 팬데믹 때는 이 특이한 구조가 더 극명하게 드러났는데, 네덜란드 쪽 가게는 마스크 없이 영업하고 바로 옆 벨기에 쪽 가게는 마스크 의무화로 문을 닫는 진풍경이 벌어지기도 했습니다.



중세 시대 유산


+국경 표시 / 사진=unsplash

+국경 표시 / 사진=unsplash

이 복잡한 국경은 13세기 브라반트 공작과 브레다 백작 사이의 영지 거래에서 시작됐습니다. 훗날 브라반트 지역은 벨기에로, 브레다 지역은 네덜란드로 각각 편입되면서, 당시 영주들이 나눠 가졌던 땅의 경계가 그대로 국경선이 되어버린 겁니다. 최종적으로 국경이 확정된 건 1995년으로, 생각보다 최근의 일입니다.


지금은 이 별난 국경 자체가 관광 상품이 됐습니다. 바닥에 그어진 국경선을 따라 걸으며 나라를 몇 번이고 넘나드는 경험은, 여권 검사도 없이 두 나라를 오가는 신기한 여행이 됩니다. 조용한 시골 마을이 이 복잡한 지도 한 장 덕분에 매년 여행자들을 불러 모으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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