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통은 접근성부터 따지며 계획을 세우는 게 여행이죠. 그런데 이 마을들은 정반대입니다. 애초에 도로가 없거나, 아예 법으로 자동차 통행을 막아놓았습니다. 불편할 것 같지만, 오히려 이 덕분에 매연도 경적도 없는 진짜 청정한 분위기를 유지하고 있습니다. 도로가 없는 마을 네 곳, 하나씩 짚어보겠습니다.
물길이 곧 도로인 네덜란드 히트호른 / 사진=unsplash |
네덜란드 히트호른, 물길이 곧 도로
오버레이설주 습지에 자리한 히트호른은 마을 전체에 자동차 도로가 아예 없습니다. 이동 수단은 보트, 그리고 운하 위에 놓인 작은 목조 다리뿐입니다. 초가지붕 오두막들이 운하를 따라 늘어선 풍경 때문에 네덜란드의 베네치아라는 별명으로 불리는데, 실제로 걸어서든 배를 타고서든 마을을 돌아보면 자동차 소음 없는 조용함이 가장 먼저 느껴진다고 합니다. 스히폴 공항에서 차로 1시간 30분 거리라 접근 자체는 어렵지 않습니다.
바퀴 달린 거 타면 경찰 출동합니다 / 사진=unsplash |
그리스 히드라섬, 바퀴 달린 건 다 금지
사로니코스 제도에 있는 히드라는 1950년대 대통령령으로 자동차는 물론 오토바이, 자전거까지 모든 바퀴 달린 운송 수단을 금지한 섬입니다. 주민 2,000~3,000명이 사는 이곳에서 이동 수단은 걷기, 그리고 약 500마리에 달하는 당나귀와 노새입니다. 아테네에서 배로 45분이면 닿는 가까운 거리인데도, 섬에 들어서는 순간 시간이 멈춘 듯한 느낌을 받는다는 후기가 많습니다. 소피아 로렌과 레너드 코헨 같은 예술가들이 오랫동안 이 섬을 아꼈던 이유도 이런 고요함 때문이었습니다.
차타고 오르면 안됩니다 / 사진=unsplash |
스위스 벵겐, 산악열차로만 들어가는 마을
베르너 오버란트 산간에 자리한 벵겐은 애초에 마을로 이어지는 일반 도로 자체가 없습니다. 진입은 오직 산악열차 벵에른알프 철도(WAB)나 곤돌라뿐이고, 마을 안에서는 농장용 차량과 소형 전기차 정도만 제한적으로 운영됩니다. 자동차가 원천적으로 못 들어오는 구조다 보니 마을 전체가 고요하고, 알프스 봉우리를 배경으로 한 풍경이 소음 없이 온전히 눈에 들어옵니다. 이런 무차(無車) 방식이 알려지면서, 다른 스위스 리조트들도 생태적인 이유로 벵겐을 벤치마킹하는 추세입니다.
벵겐과 함께 방문하는 뮈렌마을 / 사진=unsplash |
인접한 뮈렌 마을도 함께 눈여겨볼만 하다
라우터브루넨 계곡 건너편에 있는 뮈렌 역시 벵겐과 마찬가지로 차가 거의 다니지 않는 마을입니다. 곤돌라와 케이블카로만 접근할 수 있는 위치라, 벵겐을 방문한다면 함께 묶어 다니기 좋습니다. 두 마을 모두 융프라우 지역 관광의 거점 역할을 하면서도, 정작 마을 안에서는 자동차 걱정 없이 걸어 다닐 수 있다는 공통점이 있습니다.
이 마을들의 공통점은 불편함을 감수한 대가로, 다른 곳에서는 느끼기 힘든 고요함을 지켜냈다는 것입니다. 자동차 소리 없는 진짜 휴식을 원한다면, 이런 도로가 없는 마을들을 여행지 후보에 올려볼 만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