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인이라면 천인공노할 파리 메트로(지하철) 문화?


알면 재밌는 파리 메트로 문화? / ⓒ인포매틱스뷰

알면 재밌는 파리 메트로 문화? / ⓒ인포매틱스뷰

파리를 여행할 때 발이 되어주는 파리 메트로는 1900년에 개통되어 무려 120년이 넘는 역사를 자랑합니다. 하지만 세계 최고 수준의 깨끗하고 최첨단인 한국 지하철에 익숙한 우리나라 여행자들에게 파리 지하철은 낭만보다는 거대한 문화 충격으로 다가오기 일쑤인데요.

어두컴컴한 역사와 쿰쿰한 냄새, 그리고 한국인 특유의 빨리빨리 정서로는 도저히 이해하기 힘든 독특한 시스템들이 가득하기 때문입니다. 누군가에게는 분통 터지는 시스템이지만, 또 다른 누군가에게는 과거로 시간 여행을 떠난 듯한 묘한 감성을 자극하기도 합니다. 한국인이라면 천인공노할 파리 지하철 문화와 그 속에 깃든 아날로그 매력이 살아있는 파리 메트로 특징 네 가지를 지금부터 소개해 드리겠습니다.


수동 개폐 시스템

아날로그식 개폐 시스템 / ⓒ인포매틱스뷰

아날로그식 개폐 시스템 / ⓒ인포매틱스뷰

파리 지하철을 처음 탄 한국인들이 열차가 승강장에 멈추었을 때 가장 당황하는 순간이 있습니다. 열차가 완전히 멈추었는데도 문이 자동으로 열리지 않고 가만히 닫혀 있기 때문입니다. 파리 메트로의 구형 노선들은 열차가 멈추면 승객이 직접 문에 달린 레버를 위로 힘차게 올리거나 초록색 버튼을 꾹 눌러야 문이 열리는 수동 개폐 시스템을 유지하고 있습니다.

내릴 때뿐만 아니라 승강장에서 탈 때도 밖에서 직접 문을 열고 타야 합니다. 문이 열릴 때까지 얌전하게 기다리는 한국의 지하철 문화에 익숙한 분들에게는 당혹스럽지만, 필요한 사람만 문을 열고 내리기 때문에 겨울철 열차 내부의 난방 효율을 높이는 현지인들의 지혜이자 파리 메트로만의 가장 대표적인 아날로그 감성 요소이기도 합니다.


스크린도어가 없는 탁 트인(?) 승강장 안전주의보

야생 그 자체인 파리 메트로 / ⓒ인포매틱스뷰

야생 그 자체인 파리 메트로 / ⓒ인포매틱스뷰

국내 거의 모든 지하철역에는 승객의 안전과 소음 차단을 위해 스크린도어가 설치되어 있습니다. 하지만 파리 메트로는 가장 최근에 지어지거나 무인으로 운행되는 일부 최신 노선(1호선, 14호선 등)을 제외하면 대부분의 역사에 스크린도어가 전혀 없습니다. 뻥 뚫린 철로 너머로 반대편 승강장이 그대로 보이고, 열차가 들어올 때 부는 강한 바람과 굉음을 온몸으로 맞이해야 합니다.

안전선 하나에 의지한 채 열차를 기다려야 하므로 한국인들의 눈에는 다소 위험천만해 보이지만, 오히려 이 덕분에 역사 벽면을 가득 채운 하얀색 아치형 타일과 100년 전의 골격이 그대로 드러나 파리 지하철 특유의 투박하고 빈티지한 미학을 가장 잘 느낄 수 있는 공간이 되기도 합니다.


악명 높은 환승 지옥과 계단 지옥

계단도 참 많은 메트로 / ⓒ인포매틱스뷰

계단도 참 많은 메트로 / ⓒ인포매틱스뷰

교통약자를 위한 엘리베이터와 에스컬레이터가 곳곳에 잘 갖춰진 한국과 달리, 파리 지하철역은 계단 지옥을 각오해야 합니다. 120년 전에 지어진 지하 터널 구조를 그대로 유지하다 보니 에스컬레이터가 없는 역이 수두룩하며, 환승을 하려면 미로 같은 지하 통로와 수많은 계단을 오르내려야 합니다.

특히 무거운 캐리어를 끌고 이동하는 여행자들에게는 땀 범벅이 되기 십상이라 천인공노할 환승 지옥으로 악명이 높습니다. 하지만 층간 이동을 할 때마다 지하 통로 벽면을 장착한 다채로운 예술 광고판들을 구경하는 재미가 있고, 통로 모퉁이마다 실력 있는 거리 악사들이 연주하는 아코디언이나 바이올린 선율이 울려 퍼져 지하철 전체가 하나의 거대한 버스킹 공연장처럼 느껴지는 낭만적인 매력도 숨어 있습니다.


지금까지 한국인의 눈으로는 언뜻 이해하기 힘들지만, 알면 알수록 묘한 매력이 있는 파리 지하철의 독특한 문화들을 살펴보았습니다.

최첨단 디지털 시스템과 비교하면 분명 불편하고 손이 많이 가는 아날로그 방식이지만, 120년이 넘는 시간 동안 파리의 역사와 시민들의 발자취를 고스란히 담아왔다는 점에서 파리 메트로는 그 자체로 하나의 거대한 살아있는 박물관이 아닐까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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