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전북 고창은 비옥한 황토와 서해 해풍, 계절의 순리에 따라 청보리와 수박, 복분자 등 다채로운 제철 풍요를 만들어냅니다.
- 당도를 지키기 위해 밤샘 수확을 마다치 않는 농민들의 정성과 전통 식재료의 현대적 재해석이 고창 농산물의 가치를 높이고 있습니다.
- 7개의 세계유산을 품은 고창읍성의 역사적 깊이와 어우러져 고창은 먹거리와 볼거리가 조화를 이루는 명품 지역으로 자리 잡았습니다.

초여름의 길목에 들어서면 전북 고창은 그야말로 신선한 초록과 다채로운 빛깔로 물듭니다. 옛 지명인 모양현(牟陽縣)이 '보리와 태양의 고장'을 뜻하듯, 들판 가득 펼쳐진 청보리 물결부터 밤마다 펼쳐지는 수박 수확 현장까지 고창의 땅은 늘 생명력으로 넘쳐납니다. 왜 수많은 사람들이 매해 이 계절이 되면 고창의 들판과 농가를 찾아 발걸음을 옮기는 걸까요? 그 비밀은 자연이 준 비옥한 환경과 그 위에서 구슬땀을 흘리는 농민들의 고집스러운 정성에 있습니다.
1. 지금 고창에서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나
초여름 고창에서는 43만 제곱미터(㎡)에 달하는 광활한 청보리 들판이 바람에 흔들리며 장관을 이룹니다. 30여 년 전 고향으로 돌아온 한 농부가 개척해 무료로 개방한 이 들판은 계절마다 청보리와 해바라기, 코스모스, 메밀꽃으로 옷을 갈아입으며 방문객들에게 깊은 여운을 선사하고 있죠.
청보리밭을 바라보며 새싹보리 라떼와 디저트를 즐기는 모습에서 고창 여행의 여유가 느껴집니다.
들판 한가운데 위치한 카페에서는 고창산 새싹보리를 활용한 라떼와 크로아상, 고소한 보리 미숫가루 같은 이색 디저트가 몰려드는 손님들의 입맛을 사로잡고 있습니다. 눈으로 자연을 즐기고 입으로 제철 특산을 맛보는 풍요로운 일상이 펼쳐지는 중입니다.
2. 왜 지금 고창의 제철 결실에 주목해야 하는가
고창 하면 빼놓을 수 없는 두 가지 보물이 있습니다. 바로 여름을 알리는 수박과 붉은 빛깔의 복분자입니다. 고창의 토양은 미네랄이 풍부한 황토로 이루어져 있어 과실의 아삭함과 단맛을 극대화해 줍니다.
고창의 비옥한 황토와 소나무 향을 머금고 자라나 깊은 풍미를 자랑하는 복분자가 초여름 수확기를 맞이합니다.
특히 고창 복분자는 5월경 꽃이 피는 시기와 소나무의 송화가루가 날리는 시기가 일치합니다. 서해안에서 불어오는 바닷바람을 타고 날아온 송화가루가 복분자 꽃에 앉으면서, 고창 복분자 특유의 오묘한 솔향과 깊은 풍미를 완성하게 됩니다. 자연의 순리가 만든 특별한 결실인 셈이죠.
3. 명품 수박과 복분자를 만드는 핵심 동력
명품으로 평가받는 고창 수박의 뒤에는 농가들의 철저한 품질 관리가 자리하고 있습니다. 16년째 수박 농사를 짓는 송민선 씨의 하우스에서는 한낮이 아닌 깜깜한 밤이나 새벽 시간에 수확 작업이 이루어집니다.
낮 동안 뜨거운 햇볕을 받은 수박을 그대로 따서 이동하면 내부 열기로 인해 수송 과정에서 과육이 상하거나 변형될 위험이 크기 때문입니다. 헤드랜턴 불빛 하나에 의지해 새벽 4시, 심지어 아침 7시까지 이어지는 밤샘 노동이 바로 아삭하고 시원한 수박 맛을 지켜내는 비결입니다. 또한, 두드렸을 때 둔탁한 소리가 아닌 장구 소리처럼 맑게 울리는 소리가 나는 것이 속이 단단히 채워진 좋은 수박을 고르는 기준이 됩니다.
최근에는 1인 가구와 핵가족 시대를 겨냥해 속이 노란 '블랙 망고 수박'도 큰 인기를 얻고 있습니다. 짙은 검록색 껍질 속에 노란 과육을 품은 이 수박은 1년에 단 20일 동안만 수확되는 귀한 별미입니다.
4. 농가 현장의 변화와 새로운 도전
복분자 현장에서도 반가운 변화의 바람이 불고 있습니다. 전통 식품 명인인 어머니 최영란 씨의 뒤를 이어 고향으로 돌아온 딸 유현 씨는, 기존에 약재로만 소비되던 복분자를 일상적인 요리 재료로 재해석하고 있습니다.
복분자 발효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생겨나는 건강한 초막은 고창의 풍요로운 토양과 정성이 빚어낸 결실입니다.
대금을 전공했던 국악인 삶을 잠시 내려놓고 귀향한 그녀는 복분자 발사믹 식초와 복분자 소스 등 한식과 양식 모두에 어울리는 다양한 레시피를 개발하고 있습니다. 복분자 과즙 50kg을 농축해야 겨우 3L 내외만 얻을 수 있는 7년 숙성 복분자 발사믹은 시간과 정성이 만든 결정체입니다. 이처럼 가업을 잇는 청년들의 도전이 고창 농산물의 가치를 한 단계 높이고 있습니다.
5. 앞으로 지켜봐야 할 고창의 가치와 관전 포인트
고창은 농산물뿐만 아니라 7개의 세계유산을 보유한 문화와 역사의 도시이기도 합니다. 대표적 사적인 고창읍성(모양성)에는 겨울철 얼었다 녹으며 벌어진 성벽을 단단하게 굳히기 위해 여인들이 머리에 돌을 이고 성곽을 돌던 '답성놀이'의 전통이 남아 있습니다.
고창읍성을 쌓고 지켜낸 여인들의 숭고한 정신을 기리는 성돌이 조형물이 성곽 앞을 묵묵히 지키고 있습니다.
성 안쪽에 우뚝 선 맹종죽 대나무 숲은 45일 만에 자라나 성벽을 지키는 든든한 버팀목 역할을 해냅니다. 흙 한 줌, 돌 하나에도 오랜 세월 삶 터를 지키고자 했던 사람들의 마음이 담겨 있는 것입니다.
자연에 순응하며 땀 흘리는 농민들의 손길과 옛 유산을 소중히 가꾸어 온 역사가 어우러진 곳. 계절마다 새로운 색으로 옷을 갈아입는 전북 고창으로의 여정은, 단순한 먹거리 탐방을 넘어 우리에게 잊고 있던 삶의 여유와 따뜻한 정을 되찾아줄 것입니다.
FAQ
고창 수박은 왜 한밤중에 수확하나요?
낮 동안 햇빛을 받아 뜨거워진 수박을 그대로 수확해 운송하면 과육 손상이나 품질 저하가 발생하기 쉽습니다. 열이 식는 저녁부터 새벽 시간대에 수확해야 아삭한 식감과 신선도를 유지할 수 있습니다.
좋은 수박을 고르려면 어떤 소리를 확인해야 하나요?
수박을 두드렸을 때 둔탁하고 막힌 소리가 아닌, 장구 소리처럼 청량하고 맑게 울리는 소리가 나는 것이 속이 알차고 잘 익은 수박입니다.
고창 복분자에서 특유의 솔향이 나는 이유는 무엇인가요?
복분자 꽃이 피는 5월경, 서해 바닷바람을 타고 날아온 소나무의 송화가루가 복분자 꽃에 앉아 자연스럽게 특유의 풍미와 향을 더해주기 때문입니다.
고창읍성의 '답성놀이'는 어떤 의미를 가지고 있나요?
겨울 동안 얼었다 녹으며 벌어진 성벽을 굳히기 위해 여인들이 머리에 돌을 이고 성곽을 돌던 전통입니다. 건강과 무병장수를 기원하는 민속적 의미와 성벽 보수라는 실용적 목적이 결합되어 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