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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북방한계선(NLL)과 불과 1km 인접한 동해 최북단 저도어장은 매년 4월부터 12월까지만 한시적으로 열리는 천혜의 황금어장입니다.
  • 12월 말 겨울 폐장을 앞두고 성인 남성 키를 훌쩍 넘는 대문어와 곰치, 가자미를 잡으려는 어민들의 치열한 막바지 풍어 전쟁이 벌어집니다.
  • 보이지 않는 한계선 너머의 안전을 사수하려는 어선들과 해양경찰의 완벽한 공조 속에서, 차가운 바다 위 뜨거운 삶의 궤적이 매일 그려지고 있습니다.

차가운 바닷바람이 뺨을 스치는 겨울의 길목, 동해안의 가장 북쪽 끝자락에 위치한 고성군 대진항과 초도항은 매일 아침 그야말로 전쟁터를 방불케 하는 뜨거운 열기로 가득 찹니다. 이곳에서 배로 겨우 20분 거리에 있는 저도어장은 북한 땅이 육안으로 보일 만큼 가까운 접경 수역입니다. 매년 4월부터 12월까지만 한시적으로 진입이 허가되는 이 특별한 바다는 겨울 폐장을 앞둔 12월이 되면 한 마리의 고기를 더 낚기 위한 어부들의 마지막 사투로 하얗게 물든답니다. 인생의 고단함 속에서도 묵묵히 바다가 내어주는 선물에 감사하며 살아가는 그 치열한 겨울 이야기를 지금 만나봅니다.

12월의 마지막 질주, 지금 저도어장에서는 무슨 일이 일어날까요?

어둠이 채 가시지 않은 새벽, 대진항을 나선 배들이 일제히 북쪽을 향해 전속력으로 내달리기 시작합니다. 매년 12월 말이면 저도어장의 문이 닫히기 때문에, 어민들에게는 지금 이 순간이 무려 3개월간의 긴 겨울 공백을 견디게 해줄 결코 놓칠 수 없는 귀중한 기회지요.


배 내부 벽면에 걸린 둥근 아날로그 시계가 오전 7시를 가리키고 있습니다.

조업 시작을 알리는 신호에 맞춰 어선들이 분주하게 움직이기 시작합니다.


이곳의 하루는 철저한 긴장감 속에서 시작됩니다. 조업 구역자체가 북방한계선(NLL)과 불과 1km 남짓 떨어진 최전방이기 때문입니다. 해양경찰정의 엄격한 신원 점호와 통제를 마친 배들만이 아침 7시 정각 신호와 함께 비로소 저도어장으로 진입할 수 있는데요. 조금이라도 더 좋은 조업 포인트를 선점하기 위해 높은 파도를 뚫고 경주하듯 질주하는 어선들의 모습은 그 자체로 거대한 장관을 이룹니다.

왜 지금 우리는 저도어장이라는 황금의 바다에 주목해야 할까요?

이토록 위험천만한 최북단의 접경지인데도 어부들이 매일같이 목숨을 걸고 나서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비결은 바로 사람의 손때가 덜 탄 천혜의 자연 환경에 있습니다. 저도어장은 민간인 통제 구역처럼 일 년의 상당 기간 동안 철저히 보존되기에 동해안 그 어느 곳보다 수산자원이 풍부한 황금어장이라 불립니다.

겨울철 별미로 꼽히는 곰치와 도치, 부드러운 가자미는 물론이고 성인 남성의 키를 훌쩍 뛰어넘는 대왕문어까지 줄줄이 그물에 걸려 올라옵니다. 낚싯줄에 매단 반짝이는 가짜 미끼로 문어를 유혹하는 연승잡이 어선들은 40~50개의 부표를 바다에 띄우며 조류를 정밀하게 읽어냅니다. 겨울철 거친 파도 속에서도 정직하게 땀 흘린 만큼 응답해 주는 이 풍요로운 바다가 있기에 어민들의 삶은 계속될 수 있습니다.

삼엄한 통제와 보이지 않는 안전선, 그 움직임의 진짜 힘은 무엇일까요?

저도어장의 안전과 풍요는 하늘이 그냥 내려준 것이 결코 아닙니다. 조업 한계선인 북위 38도 34분선 위로 1초라도 흘러가면 월선 행위가 되는 일촉즉발의 공간이기에, 우리 어선의 안전을 책임지는 해양경찰의 존재는 그야말로 든든한 등대와 같습니다.


하늘에서 내려다본 항구의 모습으로, 한 척의 작은 배가 흰 포말을 일으키며 방파제 사이를 지나 바다로 나가고 있습니다.

폐장을 코앞에 둔 저도어장을 향해 어민들의 마지막 질주가 시작됩니다.


조업이 시작되면 해경 비정 또한 한시도 레이더와 바다에서 눈을 떼지 못합니다. 거센 조류에 어구가 떠내려가거나, 어선들이 고기를 잡는 데 집중하다가 자신도 모르게 한계선을 넘어가는 돌발 상황이 끊임없이 발생하기 때문인데요. 한 번 출항하면 2박 3일 동안 좁고 흔들리는 50톤 소형정에서 거친 숙식을 해결하며 어부들의 울타리가 되어주는 해경들의 숨은 수고가 있기에, 북한 해안 포성의 사정거리 안에서도 어부들은 마음 놓고 그물을 던질 수 있는 것입니다.

고단한 새벽을 견디는 사람들, 거친 바다에서 피어나는 강인한 삶의 결실

오전 7시에 열린 바다는 오후 1시가 되면 어김없이 닫힙니다. 수십 년의 경력을 가진 베테랑 어부 부부도 이 짧은 시간 동안 그물을 올리고 고기를 떼어내느라 잠시도 쉴 틈이 없습니다. 혹여나 흔들리는 양망 기 기계에 몸이 끼거나 그물 줄에 발이 걸릴까 봐 매 순간 살얼음판을 걷는 긴장이 이어집니다.


마스크를 쓴 남성이 짙은 회색 패딩 점퍼를 입고 하얀 김이 자욱한 작업장에서 일하는 모습.

거대한 크기의 문어를 삶아내는 과정은 육체적으로도 고된 작업의 연속입니다.


조업을 마친 배들이 속속 대진항으로 돌아오면 바다의 뜨거운 에너지는 뭍으로 옮겨붙습니다. 항구 전체가 위판장의 경매 소리로 들썩이고, 갓 잡은 대문어를 삶아내는 상인들의 가마솥 연기가 마른하늘로 솟아오릅니다. 차가운 겨울바람 속에 가자미 비늘을 일일이 손으로 벗겨내며 꾸덕꾸덕한 반건조 생선을 만드는 덕장 어머니들의 구슬땀까지, 저도어장이 선사한 결실은 수많은 사람의 인생과 정성을 가득 채워주고 있답니다.

자연의 순리에 귀를 기울이며, 다음에 올 봄을 기다리는 지혜

겨울 바다는 늘 호락호락하지 않습니다. 조업 마지막 날을 앞두고 풍랑주의보가 내려지거나 날씨가 나빠지면 어지러운 마음으로 그물을 거두고 급히 피항해야 하기도 합니다. 자식들을 키우고 먹고살기 위해 평생을 바다에 기댔지만, 화난 바다 앞에서는 욕심을 버리고 철수하는 것이 어부들이 배운 오랜 철학이기도 하지요.


어두운 밤, 갑판 위에서 조업복을 입은 사람들이 분주하게 그물을 정리하고 있는 모습

기상 악화로 서둘러 조업을 마쳐야 하는 어민들의 손길이 바빠집니다.


당장은 손안의 결실이 적고 거센 풍랑에 앞길이 보이지 않아도, 자연의 순리에 순응하며 인내하다 보면 또다시 바다는 잔잔해지고 풍성한 수확을 내어준다는 것을 우리는 잘 알고 있습니다. 세 달간의 기나긴 겨울 폐쇄기를 거치며 휴식에 들어갈 저도어장. 자연에게도, 사람에게도 휴식이 주는 온전한 가치를 느끼며 다가올 따뜻한 4월의 첫 입어를 손꼽아 기다려 봅니다.


FAQ

저도어장은 일 년 중 언제만 조업이 가능한가요?

저도어장은 매년 4월부터 12월까지만 한시적으로 입어가 승인되는 특수 수역입니다. 조업을 마친 12월 말부터 다음 해 3월까지는 바다의 보존과 휴식을 위해 조업이 성수기임에도 3개월간 전면 통제됩니다.

접경 수역인 저도어장에서 조업할 때의 안전장치는 무엇인가요?

조업 구역이 북방한계선(NLL)과 단 1km 남짓 떨어져 있어 조업 안전을 위해 매일 아침 해양경찰의 철저한 인원 신원 확인 절치(점호)를 거쳐야만 출항할 수 있습니다. 또한 조업 중에도 해경 경비정이 상시 대기하여 어선이 조업한계선을 넘지 않도록 위치 감시와 비상 상황 보호 조치를 취합니다.

저도어장에서 주로 잡히는 대표적인 수산물은 무엇인가요?

저도어장은 장기간 보존되는 청정 해역인 만큼 풍부한 수산자원을 갖고 있습니다. 특히 동해안의 연안 명물인 대형 피문어(대문어)가 가장 인기가 좋으며, 겨울철 별미인 물곰(곰치), 도치, 참가자미 등의 제철 해산물이 대량으로 잡혀 풍어를 이룹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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