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40년간 군사통제구역으로 묶여 사람의 발길이 닿지 않았던 속초 외옹치 바다가 마침내 개방되며 청정 해산물의 보고를 드러냈습니다.
- 외옹치 어민들은 눈앞의 이익 대신 '1년 중 단 두 달만 물질하기', '문어 미끼 개수 제한' 같은 자발적 규칙으로 바다를 지키고 있습니다.
- 개발과 남획의 유혹을 이겨내고 상생의 온기를 나누는 이들의 삶은 자연과 인간이 아름답게 공생하는 길을 우리에게 보여줍니다.

산등성이를 따라 철책선이 굳건히 가로막고 있어 그 누구도 쉽게 발을 들일 수 없었던 강원도 속초의 자그마한 항구, 외옹치. 1965년 이후 무려 40년 동안 주민도 관광객도 마음대로 드나들 수 없었던 군사통제구역의 빗장이 마침내 풀렸습니다. 길고 고단했던 분단의 긴장감 속에서 역설적이게도 외옹치 바다는 사람의 손때가 전혀 타지 않은 완벽한 청정의 상태, 이른바 '처녀 바다'의 모습을 온전히 지켜낼 수 있었습니다. 긴 침묵을 깨고 우리 곁으로 돌아온 이 푸른 바다는 단순한 관광지 이상의 깊은 울림을 전해줍니다.
긴 시간 출입이 통제되었던 덕분에 외옹치 바다는 자연 그대로의 풍요로운 해산물을 간직할 수 있었습니다.
왜 이곳의 개방이 특별할까요
오랜 세월 통제되었던 외옹치 바다가 개방되자마자 바닷속에선 그야말로 자연이 감추어 두었던 경이로운 보물들이 쏟아져 나오기 시작했습니다. 동해의 다른 바다들이 무분별한 포획과 개발로 앓아누울 때, 이곳은 40년 동안 감추어진 비밀의 정원처럼 온갖 해산물의 완벽한 보금자리로 보존되어 있었습니다. 바위마다 가득한 미역과 성게, 그리고 수심 깊은 곳에서 숨 쉬는 물고기들까지, 외옹치는 거대한 청정 곡간과도 같았지요. 하지만 이 풍요로움이 우리에게 건네는 진짜 질문은 따로 있습니다. 어렵게 되찾은 이 아름다운 바다를 우리는 과연 어떻게 지켜내야 할까요?
자연을 마르지 않게 하는 자발적 절제의 비결
외옹치 바다가 개방된 후에도 여전히 태고의 건강함을 유지할 수 있는 비결은 다름 아닌 어민들이 가슴에 품은 자발적인 규칙과 절제의 철학에 있습니다. 이곳에는 제주에서 온 해녀들이 떠난 빈자리를 묵묵히 지켜온 특별한 '해남(海南)'들이 살고 있습니다. 그들은 눈앞에 널린 해산물을 보고도 탐욕스럽게 그물을 던지지 않습니다.
사람의 손길이 닿지 않아 해초가 무성해진 외옹치 바다는 풍요로운 생태계 그 자체를 보여줍니다.
외옹치 해남들은 일 년에 딱 두 달(6월과 12월)만 어부에서 해남으로 옷을 갈아입고 바다 밑으로 내려갑니다. 뜨거운 여름이 시작되는 6월에는 해삼을 잡고, 찬 바람이 부는 12월에는 전복을 채취할 뿐이죠. 나머지 달에는 바다가 스스로 치유되고 자라날 수 있도록 온전한 휴식기를 선물합니다. 문어를 잡을 때도 마찬가지입니다. 배 한 척당 사용할 수 있는 미끼의 개수를 최대 24개로 엄격하게 스스로 제한하여 씨를 말리는 남획을 결코 허용하지 않습니다. 바다의 순리에 순응하며 적당한 불편함을 감수하는 여유야말로 이 처녀 바다를 영원하게 만드는 위대한 힘이 아닐까요?
이웃과 함께 일구는 따뜻한 상생의 삶
차가운 바닷속에서 구슬땀을 흘리며 건져 올린 값진 결실은 개인의 부를 축적하는 도구가 아니라, 마을 공동체 전체를 지탱하는 든든한 버팀목이 됩니다. 외옹치 어민들은 욕심을 부려 남보다 더 많이 팔려 경쟁하지 않습니다. 마을의 열 가구가 뜻을 모아 공동 파일 난전을 개장하고, 남편들이 직접 바다에서 잡아 올린 활어를 부부가 함께 정직하게 써서 나누어 판매합니다.
서로 힘을 합쳐 공동으로 수확물을 판매하며 이웃과 나누는 삶의 터전입니다.
서로의 경계를 허물고 기쁨과 고단함을 함께 나누는 화러 난전은 이제 속초를 아끼는 이들 사이에서 믿고 찾는 숨은 명소가 되었습니다. 바다에 나가지 못하는 날엔 서로의 활어 난전 일손을 기꺼이 돕는 정겨운 풍경 속에서, 고향을 떠나지 않고 대를 이어 살아가고 있는 주민들의 깊은 애정이 고스란히 묻어납니다.
우리가 앞으로 지켜봐야 할 공생의 이정표
시간이 흘러 속초 외옹치가 세상에 조금씩 더 알려지고 수많은 발길이 이곳을 향하게 되면서, 우리는 이 작은 항구가 써 내려갈 다음 장을 설레는 마음으로 주목하게 됩니다. 급격한 상업화의 거센 물결 속에서도 외옹치 주민들이 세운 엄격한 환경 수호의 원칙들이 흔들림 없이 유지될 수 있을까요? 편리함과 빠름만을 쫓는 현대 사회에서 자연의 속도에 맞춰 기다릴 줄 아는 이들의 지혜는 우리가 잃어버린 가장 가치 있는 삶의 태도를 환기합니다. 자연과의 진정한 공생을 통해 스스로의 터전을 지켜내는 외옹치의 끈끈한 공동체 실험은 언제 봐도 참 따뜻하고 든든하게 다가옵니다.
FAQ
외옹치 바다는 왜 오랜 기간 일반인의 출입이 금지되었나요?
외옹치는 조선 시대의 봉화대가 있던 자리에 위치할 정도로 역사적인 군사 요충지였습니다. 1965년 이후 철책이 들어서고 군부대가 주둔하면서 민간인 통제 구역으로 묶여 약 40년간 일반인과 주민의 출입이 엄격히 제한되었습니다.
외옹치 '해남'들이 물질을 하는 특별한 규칙은 무엇인가요?
외옹치 해남들은 바다 생태계를 보호하기 위해 일 년 중 딱 두 달만 바다에 들어갑니다. 여름인 6월에는 해삼을 잡고, 겨울인 12월에는 전복을 채취하며 다른 계절에는 바다가 스스로 회복할 수 있도록 휴식기를 제공합니다.
어부들이 문어를 잡을 때 어떤 방법으로 남획을 방지하나요?
어부들은 잡식성인 문어가 좋아하는 돼지비계를 미끼로 사용해 낚시를 합니다. 이때 무부별한 남획을 막기 위해 배 한 척당 사용할 수 있는 미끼의 개수를 최대 24개로 엄격하게 스스로 제한하는 철칙을 지키고 있습니다.
주민들이 운영하는 '화러 난전'은 어떻게 운영되나요?
외옹치 마을의 주민들이 단합하여 공동으로 개설한 난전으로, 가구들이 직접 바다에서 잡은 해산물을 서로 분배하고 공동으로 판매합니다. 주말이나 평소 바다에 나가지 않는 날에는 이웃끼리 직접 회를 뜨며 상생의 일손을 나눕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