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영하 50도에 이르는 시베리아 야말반도에서 수천 마리의 순록과 함께 연간 1,000km를 이동하며 살아가는 네네츠족의 생존 철학과 일상을 조명합니다.
- 오직 순록에게서 의식주를 얻으며 자연의 혹독한 환경에 순응해 온 이들의 고유한 공동체 문화와 전통적인 노동의 가치를 보여줍니다.
- 도시의 의무 교육 제도로 인해 내년에 정규 학교로 떠나야 하는 아이들의 현실을 통해, 소수민족의 문화 보존과 지속 가능한 유목의 미래라는 무거운 질문을 던집니다.

러시아 시베리아의 북쪽 끝, 영하 50도의 혹한이 지배하는 야말반도에는 자연의 순리에 순응하며 살아가는 위대한 유목민 '네네츠족'이 있습니다. 이들은 수천 마리의 순록을 몰고 연간 무려 1,000km를 이동하며 자신들만의 독자적인 문화와 언어를 지켜가고 있지요. 하지만 거센 현대 문명의 물결과 정규 교육의 시작으로 이 고귀한 유목 전통은 지금 거대한 전환점을 마주하고 있습니다.
영하 50도의 동토, 그 끝에서 만난 네네츠족의 일상
모스크바에서 출발해 얼어붙은 오비강을 건너 거친 눈길을 뚫고 지나가야만 겨우 만날 수 있는 야말반도의 툰드라. 이 척박한 땅에서 네네츠족은 한곳에 일주일 이상 머무는 법이 없이 늘 움직입니다. 해가 오후 두세 시면 저물어버리는 너무나도 짧고 고단한 겨울 하루이지만, 그들은 묵묵히 자신들의 삶의 터전을 일구어 나갑니다.
꽁꽁 얼어붙은 툰드라 위에서 새로운 터전을 찾아 묵묵히 이동하는 네네츠족을 만났습니다.
툰드라에 도착하자마자 이들이 가장 먼저 하는 일은 '춤(Chum)'이라 불리는 원형 천막을 세우는 것입니다. 매서운 바람과 추위를 피할 유일한 안식처인 춤을 짓기 위해, 가족은 거친 나무판자를 조심스레 깔아 방바닥을 만들고 장대를 든든하게 고정합니다.
혹독한 추위를 견디기 위해 머무는 곳마다 쉼 없이 춤을 세우고 생활 공간을 마련하는 네네츠족의 분주한 일상입니다.
온전히 순록에 의지하는 생존의 정성과 지혜
네네츠족의 삶에서 순록은 그야말로 생명 그 자체이자 삶의 모든 것입니다. 그들은 사냥을 따로 하지 않는 대신, 순록에게서 의식주 전체를 얻어냅니다. 춤 한 채를 덮기 위해 무려 100여 마리가 넘는 순록의 가죽이 사용되며, 이 가죽들은 매서운 겨울바람을 막아주는 가장 따뜻한 외벽이 되어줍니다.
혹한의 추위를 견디기 위해 수많은 순록 가죽을 덧대어 만든 이들의 이동식 주택 춤은 네네츠족 삶의 근간입니다.
순록을 도살한 뒤 그 자리에서 생고기를 나누고 신선한 피를 마시는 전통 식문화인 '아이바트' 역시 척박한 극지방에서 비타민과 영양을 섭취하기 위해 선택한 생존의 비결입니다. 과거 외부인들은 이를 야만적이라 보기도 했지만, 이는 농사를 지을 수 없는 극한의 동토에서 조상 대대로 이어져 온 경이롭고 엄숙한 삶의 철학이 담긴 결과라 할 수 있습니다.
왜 그들은 끊임없이 이동해야만 하는가
풍요롭게 멈춰 서서 지낼 수는 없는 걸까요? 네네츠족이 이토록 길고 험난한 유목 생활을 멈추지 못하는 것은 순록의 생존 조건과 직결되어 있습니다. 순록 한 마리가 하루에 먹어치우는 이끼의 양은 무려 3kg에 달합니다.
순록을 보호하고 관리하기 위해 방목지에 흩어져 있던 무리를 거주지 가까이 모으는 전통 방식입니다.
눈 밑에 묻힌 이끼는 한 지역에서 금세 바닥을 드러내기 때문에, 그들은 순록떼를 살리기 위해 끊임없이 새로운 방목지를 찾아 이정표도 없는 하얀 들판을 달려야만 합니다. 자연의 섭리에 몸을 맡기고, 얼어붙은 대지가 허락하는 한계에 순응하는 것만이 이 땅에서 삶을 이어가는 유일한 방법임을 깨달은 셈이죠.
다가오는 도시의 시간, 기로에 선 아이들
자연을 직접 살며 배우는 네네츠족의 아이들에게 일터는 가장 훌륭한 학교입니다. 네 살배기 사벨리는 얼어붙은 무거운 눈 덩어리를 고사리손으로 옮기며 엄마의 천막 공사 작업을 돕습니다. 힘들 텐데도 끈기 있게 눈을 나르는 모습에서 툰드라의 단단하고 강인한 기질이 그대로 엿보이지요.
거친 툰드라의 추위를 이겨내기 위해 가족 모두가 힘을 합쳐 안식처인 천막을 단단히 세우고 있다.
이곳의 아이들은 어른들의 행동을 눈으로 보고 몸으로 직접 겪으며 자연스럽게 혹한 속에서 살아남는 법을 자연스럽게 터득합니다. 하지만 이들에게도 곧 거스를 수 없는 변화가 찾아옵니다.
순록 가죽으로 지은 보금자리를 마련하며 척박한 극지방에서 생존의 지혜를 이어가는 이들의 삶입니다.
사벨리는 내년이 되면 유목 생활을 정지하고 도시의 학교로 떠나 차가운 콘크리트 교실 속에서 무려 8년 동안 정규 교육을 받아야 합니다. 그 오랜 시간 동안 고향의 툰드라 대신 현대적인 도시에 적응하고 나면, 과연 사벨리는 다시 바람 부는 눈들판으로 돌아와 가족의 삶을 이어갈 수 있을까요?
다음 세대의 유목은 계속될 수 있을까
네네츠족은 툰드라에 살고 있는 수많은 소수민족 가운데 유일하게 자신들의 고유한 언어와 찬란한 전통문화를 꿋꿋이 지켜오고 있는 이들입니다. 그러나 하루가 다르게 변해가는 현대 문명과 의무 교육 체제는 전통적인 유목의 단절을 야기할 수 있는 가장 큰 위기이기도 합니다.
할머니의 지혜로운 옛이야기를 들으며 자라는 사벨리가 도시의 학교를 마친 후에도 이 거친 은빛의 땅으로 다시 돌아올지, 그리고 조상 대대로 흘려온 땀방울과 유목의 찬란한 철학이 다음 세대에도 끊기지 않고 툰드라에 계속될 수 있을지 앞으로 우리가 깊은 관심과 따뜻한 시선으로 지켜보아야 할 것입니다.
FAQ
네네츠족이 머무는 임시 텐트인 '춤(Chum)'은 어떻게 만드나요?
네네츠족의 전통 천막인 '춤'은 바닥에 거친 나무판자를 깔아 방바닥을 만든 뒤, 긴 장대 여러 개를 삼각뿔 모양으로 묶어 뼈대를 세워 고정합니다. 그 위에 추위를 막기 위해 무려 100여 마리 분량의 순록 가죽을 겹겹이 덮고 바람에 가죽이 날아가지 않도록 무거운 썰매들로 주변을 눌러 고정합니다.
순록 생고기와 피를 먹는 '아이바트'는 필수적인 문화인가요?
네, 맞습니다. 채소나 과일이 자라날 수 없는 척박한 극한의 동토 툰드라에서 신선한 순록의 생고기를 먹고 피를 마시는 전통 방식인 '아이바트'는 부족한 비타민과 필수 영양소를 섭취하고 생존하기 위해 고안된 오랜 과학적 지혜입니다.
네네츠족 아이들이 왜 내년부터 도시의 학교로 가야 하나요?
국가가 규정한 의무 정규 교육을 이수해야 하기 때문입니다. 아이들은 약 8년 동안 가족과 유목지를 떠나 도시 학교의 기숙사에서 머물며 교육을 받게 됩니다. 이로 인해 소수민족 아이들이 전통 유목 기술과 고유 언어를 점차 잊게 되는 부작용도 안고 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