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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고령층 1인 가구가 급증하는 시대에 요양원이나 고립 대신 친구들과 함께 사는 '조립식 가족'이 새로운 노후 대안으로 떠오르고 있습니다.
  • 여주의 60평 주택에 모인 72세 동갑내기 세 친구는 철저한 사생활 존중 설계와 합리적인 생활비 및 역할 분담을 통해 갈등 없는 공동체를 유지합니다.
  • 이들의 상호 돌봄 실험은 혈연 중심의 가족 개념을 넘어 초고령 사회가 나아가야 할 주체적이고 느슨한 공동체 주거의 실천적 모델을 제시합니다.

경기 여주의 한 평지붕 주택, 이곳에는 피 한 방울 섞이지 않았지만 그 어느 가족보다 든든한 정을 나누며 살아가는 세 명의 72세 동갑내기 친구들이 있습니다. 이들은 요양원 대신 서로를 선택해 '조립식 가족'이라는 새로운 공동체를 꾸렸습니다. 이 따뜻한 동거는 고령층 1인 가구의 급증 속에서, 존엄하고 외롭지 않은 노후를 스스로 개척해 나가는 새로운 대안을 보여줍니다.

72세 동갑내기들이 시골 60평 주택에 모인 사연

여주의 한 한적한 시골 마을에는 주변의 박공지붕 집들과 달리 모던한 평지붕을 얹은 독특한 단층 주택이 서 있습니다. 이 집의 주인은 60년 지기 절친인 이혜옥 씨와 심재식 씨, 그리고 8년 전 이들과 합류한 이경옥 씨입니다. 사회생활에 지쳐 자연인처럼 살고 싶었던 재식 씨와 어머니를 여의고 홀로 남겨졌던 혜옥 씨가 뜻을 모아 집을 지은 것이 이 특별한 여정의 시작이었습니다.

여기에 남편과의 사별 후 머물 곳이 필요했던 경옥 씨가 임시로 짐을 풀면서 세 사람의 동거가 본격화되었습니다. 잠시 방 한 칸을 빌려 쓰려던 인연이 서로의 마음을 확인하는 계기가 되었고, 결국 이들은 평생을 함께할 동반자로서 한 지붕 아래 엉덩이를 붙이고 앉게 되었습니다.

고령층 1인 가구 시대, 왜 이들의 실험에 주목하는가

통계청 발표에 따르면 우리 사회의 고령층 1인 가구 비중은 해가 갈수록 가파르게 치솟고 있습니다. 나이가 들수록 질병과 고립, 그리고 돌봄의 문제는 개인의 존엄을 위협하는 가장 큰 현실적 장벽이 됩니다. 많은 이들이 노후의 종착지로 요양원을 떠올리며 씁쓸해할 때, 이 세 친구는 스스로 삶의 방식을 재정의했습니다.

이들의 동거가 우리에게 정말 깊은 울림을 주는 이유는 국가나 제도가 해결해주지 못하는 노년의 돌봄 공백을 '사적 연대'를 통해 주체적으로 해결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혼자 살면 끼니를 대충 때우기 십상이지만, 셋이 모이니 매일 아침 정성스럽게 차린 밥상을 나누며 서로의 안부를 묻습니다. 든든한 서로가 곁에 있기에 아파도 외롭지 않고, 고단한 삶의 무게도 3분의 1로 가벼워집니다.

완벽한 조화를 이끄는 공간 설계와 합리적 규칙

피 한 방울 섞이지 않은 타인들이 갈등 없이 평화롭게 공존하는 비결은 무엇일까요? 그 해답은 사생활을 철저히 보장하는 공간 설계와 합리적인 생활 규칙에 있습니다. 16년 전에 지어졌다고는 믿기지 않을 만큼 세련된 이 집은 개인의 독립성을 존중하는 구조로 설계되었습니다.


현대적인 인테리어의 넓은 주방과 거실이 연결된 실내 공간

대면형 구조로 설계된 주방은 친구들과 함께 머무는 일상을 더욱 즐겁고 편리하게 만들어줍니다.


주방은 세 사람이 동시에 요리를 해도 부딪히지 않을 만큼 널찍한 대면형으로 설계되었고, 싱크대에는 무려 두 개의 수전이 설치되어 공동 작업의 효율성을 극대화했습니다. 하지만 이들의 진짜 공존 비결은 각자의 방에 있습니다. 방마다 TV를 따로 두어 서로의 취향을 결코 강요하지 않으며, 저녁 시간 이후에는 철저히 혼자만의 자유 시간을 보냅니다.


깔끔하게 정리된 방에 책상과 의자, 흰색 붙박이장과 옷장이 놓여 있는 모습

함께 살면서도 각자의 취향과 생활 방식을 존중하는 독립적인 공간이 조화롭게 어우러집니다.


여기에 현실적인 경제적 규칙도 한몫을 합니다. 이들은 기초연금 수준인 인당 30만 원으로 공동 생활비를 걷기 시작해, 최근 물가 상승을 반영해 40만 원으로 조정하여 투명하게 가계부를 씁니다. 개인 품위유지비나 차량 유지비는 각자 부담하는 합리적인 선을 그었습니다. 또한, 공장장 출신인 혜옥 씨는 설비 담당, 대가족 살림을 도맡았던 경옥 씨는 요리와 화초 담당, 관리사 경력이 있는 재식 씨는 금전 출납을 담당하는 등 철저한 역할 분담을 통해 서로의 노동 가치를 존중합니다.


빨간 조끼를 입은 여성이 실내 베란다에서 연두색 물뿌리개로 다육식물에 물을 주고 있다.

각자의 장점을 살려 가사 노동을 분담하며, 서로의 일상을 돌보는 즐거움을 찾아가고 있습니다.


'조립식 가족'이 실천한 삶의 변화와 사회적 의미

이들의 연대는 단순히 한 집에서 먹고 자는 생계형 동거를 넘어섭니다. 종교가 다른 서로를 위해 불교 신자인 두 친구가 천주교 신자인 경옥 씨와 함께 스페인 산티아고 순례길을 걷고, 취향이 달라도 서로의 손을 잡고 조용필 콘서트를 보러 갑니다. 혼자였다면 결코 내지 못했을 용기들이 셋이 뭉치면서 그야말로 마법처럼 피어난 것입니다.


한 노인이 밝은 천 위에 섬세하게 자수를 놓고 있는 모습

함께 사는 즐거움 속에서 각자의 취미를 즐기며 온전한 나만의 시간을 채워갑니다.


또한, 이들은 자신들만의 닫힌 성을 쌓지 않았습니다. 마당과 사랑방을 동네 이웃들에게 개방하여 문화 교실을 열고, 음악회를 개최하며 지역 사회와 끊임없이 소통합니다. 노년의 고립을 방지하고 사회적 관계망을 스스로 확장해 나가는 이들의 모습은, 고령화 사회가 나아가야 할 가장 이상적인 지역 사회 통합 돌봄(Community Care)의 실천적 모델을 보여줍니다.

초고령 사회, 대안적 공동체 주거를 향한 과제

가족의 해체와 개인화가 가속화되는 지금, 여주 세 할머니의 조립식 가족 실험은 우리에게 묵직한 질문을 던집니다. "우리는 누구와 함께 늙어갈 것인가?" 요양원이라는 획일적인 제도적 돌봄을 넘어, 마음 맞는 이들과 함께 늙어가는 상호 돌봄 공동체는 이제 피할 수 없는 시대적 흐름이 되고 있습니다.

앞으로 우리가 주목해야 할 것은 이러한 대안적 주거 형태가 개인의 실험을 넘어 사회적 제도로 정착될 수 있느냐는 점입니다. 혈연이나 혼인 관계로 묶이지 않은 이들이 공동생활을 할 때 겪을 수 있는 법적, 의료적 한계(예: 대리인 지정 문제 등)를 보완할 수 있는 제도적 뒷받침이 마련된다면, 더 많은 이들이 외롭지 않은 노후를 설계할 수 있을 것입니다. 세 소녀가 심은 장미가 마당에 튼튼하게 뿌리를 내렸듯, 우리 사회에도 이 따뜻한 조립식 가족의 씨앗이 널리 퍼지기를 기대해 봅니다.


FAQ

세 분의 생활비 분담은 구체적으로 어떻게 이루어지나요?

공동 생활비로 매달 각자 **40만 원**씩 걷어 식비와 공과금 등을 해결하며, 가계부를 투명하게 작성해 관리합니다. 개인 차량 유지비나 개인 품위유지비는 각자 부담합니다.

갈등을 피하기 위한 세 사람만의 특별한 규칙이 있나요?

각자의 방을 철저한 사적 공간으로 존중하며, 방마다 TV를 따로 설치해 취향을 강요하지 않습니다. 저녁 일과가 끝난 후에는 온전히 개인 시간을 보내며 적절한 거리감을 유지합니다.

집안일과 주택 관리는 어떻게 나누어 하나요?

각자의 특기를 살려 역할을 분담합니다. 공장장 출신인 이혜옥 씨는 주택 설비와 관리를, 이경옥 씨는 요리와 화초 가꾸기를, 심재식 씨는 가계부 작성과 금전 관리를 도맡아 해결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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