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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해발 3,000m가 넘는 톈산과 파미르의 험준한 산맥 속에서, 문명과 단절된 채 살아가는 순수한 사람들을 만났습니다.
  • 하루에 수십 번씩 고비가 찾아오는 척박한 환경 속에서도, 이들은 자연의 순리에 순응하며 이웃과 손님에게 아낌없는 정을 베꿉니다.
  • 빠른 문명의 속도에서 벗어나 묵묵한 노동과 나눔의 가치를 실천하는 유목민들의 삶은 우리에게 진정한 행복의 의미를 묻습니다.

차가운 만년설을 품은 웅장한 산맥과 푸른 초원, 그리고 그 거친 땅을 닮아 굳세면서도 한없이 맑은 눈망울을 가진 사람들이 있습니다. 바쁘고 복잡한 현대 사회에서 우리는 늘 무언가에 쫓기듯 결핍을 느끼며 살아가지요. 하지만 해발 3,000m가 넘는 톈산산맥과 '세상의 지붕' 파미르고원의 척박한 품에 안겨 살아가는 키르기스스탄과 타지키스탄 사람들은 문명의 편리함 대신 자연의 순리에 따르며, 그야말로 가장 순수하고 따뜻한 행복의 비결을 보여줍니다. 이 거대한 대자연 속에서 묵묵히 하루를 일구는 사람들을 만나며, 우리는 진정한 삶의 가치와 따뜻한 인간애를 다시금 깨닫게 됩니다.

문명 너머의 세상, 톈산과 파미르로 향하다

지도에도 잘 나오지 않는 깊은 산속, 그곳에는 시간이 멈춘 듯한 오지 마을들이 숨겨져 있습니다. 이번 여정은 톈산산맥을 가로질러 유목민들의 여름 목초지인 수사미르를 향하는 험난한 고갯길 투아슈에서 시작됩니다. 목적지는 전기도 들어오지 않는 깊은 골짜기의 마을, 키질베이트입니다. 내비게이션조차 길을 잃는 이곳에 가기 위해서는 산사태로 무너져 내린 돌과 나무들을 직접 치워야 하고, 낡은 올드카로 덜덜거리는 오프로드를 헤쳐 나가야 합니다. 막다른 길에 다다르면 9살 소녀 백타시가 이끄는 당나귀에 짐을 싣고 터벅터벅 걸어가야 하지요. 들어갈 때는 험난한 산길을 넘었지만, 나올 때는 날인강 푸른 물결 위에서 큰 목소리로 건넛마을 선장을 불러 배를 타고 건너야 하는 참으로 신비롭고 고단한 길입니다.

그런가 하면 평균 해발고도가 무려 5,000m에 달하는 타지키스탄의 파미르 하이웨이는 그야말로 '지옥의 길이자 천국의 풍경'을 품고 있습니다. 아찔한 낭떠러지를 끼고 펼쳐진 1,500km의 길고 좁은 비포장도로는 한순간의 방심도 허락하지 않습니다. 추락한 트럭 잔해가 곳곳에 방치되어 있을 만큼 위험천만하지만, 이 길을 지나는 운전기사들은 서로의 안부를 묻고 좁은 길에서 양보하며 든든한 동반자가 되어줍니다. 마침내 도착한 파미르의 가장 깊은 오지, 불룬쿨 마을은 겨울철 최저 기온이 영화 63도까지 내려가는 혹한의 땅입니다. 하지만 이 거친 고원지대에도 약 300명의 주민이 끈질기게 삶의 터전을 일구며 살아가고 있습니다.


거대한 암벽 아래 놓인 낡은 다리와 그 옆을 흐르는 강물, 그리고 안내판이 세워진 황량한 풍경

세상의 지붕이라 불리는 파미르 고원의 험준한 길을 따라 묵묵히 이어지는 여정입니다.


왜 우리는 이토록 척박한 땅에 마음을 빼앗기는가

불편함과 위험이 도사리는 이 오지에서 우리가 마주한 것은 결코 차가운 절망이 아닌, 눈물나게 따뜻한 삶의 온기였습니다. 키질베이트 마을에 밤이 찾아오면, 주민들은 낮 동안 모아둔 태양광 전기로 전등 하나만을 밝힌 채 인류 최초의 국수라 불리는 '라그만'을 나누어 먹습니다. 전기가 없어 차가운 계곡물에 버터와 토마토를 보관하는 '자연 냉장고'를 사용하면서도, 그들은 "이곳이 나의 낙원이자 전부"라며 환하게 웃어 보입니다. 척박한 환경을 탓하기보다 그 속에서 살아가는 법을 터득한 이들의 여유는, 늘 더 많은 것을 가지려 조급해하는 우리의 모습을 돌아보게 만듭니다.

또한 해발 1,940m에 위치한 사르첼렉 호수로 가는 길은 무려 1m가 넘는 깊은 눈이 쌓여 있어 말조차 걷기 힘든 고난의 행군이었습니다. 손가락 하나 까딱하기 힘든 추위와 고산병의 위협 속에서 4시간을 걸어 마침내 마주한 호수는 장엄한 설산에 둘러싸여 비현실적인 아름다움을 뿜어냅니다. 현지인들조차 겨울의 모습은 잘 모른다는 이 신비로운 '황금 양동이' 호수를 바라보는 순간, 가슴 깊은 곳에서 뜨거운 감동이 솟구칩니다. 고생 끝에 얻은 값진 결실이기에 그 풍경은 더욱 깊은 위로로 다가옵니다.


눈이 깊게 쌓인 산길을 걷고 있는 네 명의 사람들을 담은 영상 화면

험난한 눈길을 헤치고 나아가는 여정은 목적지에 다다를수록 깊은 감동을 선사합니다.


대자연의 순리와 수 대를 이어온 유목의 철학

이곳 사람들의 삶을 움직이는 가장 큰 원동력은 바로 자연의 순리에 순응하며 수백 년 동안 이어온 유목의 전통입니다. 나린 주의 앗바시 마을에서 만난 양치기 가족은 가축을 키우며 대자연과 완벽한 조화를 이루고 있었습니다. 그들에게 가축은 단순한 재산이 아니라 삶을 함께 지탱하는 소중한 동반자입니다. 봄이 오면 겨울내 뭉쳤던 염소 털을 정성스레 빗겨 값비싼 캐시미어 재료를 얻고, 하루에 한 번씩 소와 양들을 드넓은 고원으로 몰고 나가 신선한 풀을 먹입니다. 이들에게 노동은 고통이 아니라 삶 그 자체이며, 자연이 내어주는 만큼만 취하는 것이 오랜 철학입니다.


전통 모자를 쓴 소녀가 악기를 들고 호기심 어린 표정으로 바라보는 모습

생명이 소생하는 봄의 명절 노루즈를 맞아 전통 악기의 선율과 함께 축제 분위기가 한껏 무르익었습니다.


특히 봄의 시작을 알리는 춘분에는 중앙아시아 최대의 명절인 '노루즈' 축제가 열립니다. 온 마을 사람들이 모여 전통 튀김빵인 '보르소크'를 산더미처럼 쌓아 올리고, 정성껏 삶은 양고기로 만든 '배시바르막'을 대접하며 새해의 복을 나눕니다. 축제의 하이라이트는 단연 유목민의 강인한 기상을 엿볼 수 있는 전통 승마 경기 '콕보루'입니다. 30kg에 달하는 염소 사체를 차지하기 위해 거친 말 위에서 몸을 부딪치는 선수들의 모습은 그야말로 용맹한 전사 그 자체입니다. 부상을 두려워하지 않고 달리는 이들의 거친 숨소리에서, 대자연 속에서 살아남은 유목민들의 끈질긴 생명력이 고스란히 전해집니다.


노란색과 검은색 모자를 쓰고 밝은 노란색 유니폼을 입은 남성이 말을 타고 경기장에 서 있는 모습

전통 마상 경기인 콕보루를 앞두고 긴장감이 감도는 경기장에서 선수들이 출전 준비를 마쳤습니다.


'손님은 신이 보낸 선물', 국경을 넘어서는 따뜻한 연대

중앙아시아의 유목민들에게 외지에서 찾아온 손님은 '신이 보낸 선물'과도 같습니다. 파미르고원의 요게드 마을에서 만난 어머니는 처음 보는 여행자를 기쁘게 맞이하며 화덕에 갓 구운 커다란 '난' 빵과 달콤한 수제 복숭아 잼을 아낌없이 내어주었습니다. 척박한 고원에서 자라는 미루나무를 베어 집을 짓고 이웃과 나누며 살아가는 그들의 모습에서는 인위적인 가식이 결코 느껴지지 않습니다.


파미르 고원의 굵은 미루나무 뒤에서 한 남성이 얼굴을 내밀고 있고, 옆에는 현지인 남성과 소녀가 서 있는 모습

척박한 환경 속에서도 인간과 자연이 공존하며 살아가는 파미르 고원 사람들의 일상을 엿볼 수 있습니다.


이러한 따뜻한 연대는 국경과 언어의 장벽을 가볍게 뛰어넘습니다. 불룬쿨 마을의 학교에서 교장 선생님을 도와 일일 한국어 교사로 변신했을 때, 아이들의 초롱초롱한 눈빛은 정말 잊을 수 없는 감동이었습니다. 서툰 발음으로 "안녕하세요", "사랑해요", "감사합니다"를 따라 외치는 아이들의 해맑은 목소리는 차가운 설산의 한기를 단번에 녹여버립니다. 3일 동안 머리 한 번 감지 못한 고단한 여행자에게 귀한 우물물을 데워 머리를 감겨주는 현지 아버님의 묵묵한 손길에서, 우리는 조건 없는 정과 깊은 인간애를 온몸으로 느끼게 됩니다.

우리가 지켜내야 할 가장 순수한 가치는 무엇일까요

시간이 흐르고 문명의 바람이 불어오면서, 파미르 하이웨이의 도로가 넓어지고 오지 마을에도 조금씩 변화의 물결이 밀려오고 있습니다. 하지만 우리가 앞으로 눈여겨보아야 할 것은, 도로가 넓어지는 속도보다 그들이 가진 순수한 마음과 전통의 가치가 훼손되지 않고 지켜질 수 있는가 하는 점입니다. 편리함이라는 이름 아래 자연을 거스르고 조급하게 결과를 얻으려 하기보다, 조금은 불편하더라도 자연의 순리에 따르고 이웃과 정을 나누는 유목민들의 삶의 방식은 현대인들에게 아주 중요한 경종을 울립니다.

"어떻게 사는 것이 정답일까? 내가 설정한 방향이 정말 맞을까?" 묵묵히 길을 걷던 여행자가 스스로에게 던진 이 질문은, 오늘을 살아가는 우리 모두에게도 유효합니다. 혹독한 추위 속에서도 미소를 잃지 않고, 가진 것을 아낌없이 나누며 행복해하는 그들의 얼굴에서 우리는 어렴풋이 그 답을 찾을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여러분의 가슴속에는 지금 어떤 삶의 온기가 남아있나요? 톈산과 파미르가 건네는 이 따뜻한 인생의 철학이, 지친 여러분의 일상에 잔잔한 여운과 용기가 되기를 진심으로 응원합니다.


FAQ

키르기스스탄의 전통 명절 '노루즈(Nooruz)'는 어떤 날인가요?

노루즈는 약 3,000년 전부터 이어져 온 새해 맞이 전통 명절로, 주로 봄이 시작되는 춘분(3월 중순 무렵)에 개최됩니다. 악마의 어둠을 몰아내고 새로운 생명이 소생함을 축하하며, 온 가족과 이웃이 모여 전통 음식인 보르소크(튀김빵)와 배시바르막(양고기 국수)을 나누어 먹고 전통 경기인 콕보루를 즐깁니다.

유목민들의 전통 경기인 '콕보루(Kokboru)'는 어떻게 진행되나요?

콕보루는 머리가 없는 염소나 양의 사체(약 30kg)를 공 대신 사용하여 말 위에서 빼앗아 우물 모양의 골문에 던져 넣는 유목민들의 전통 승마 스포츠입니다. 고도의 승마 기술과 강인한 체력이 필요하며, 유목민들의 용맹함과 협동심을 상징하는 대표적인 경기입니다.

파미르 하이웨이(Pamir Highway)는 어떤 도로인가요?

정식 명칭은 M41 도로로, 우즈베키스탄에서 시작해 타지키스탄을 거쳐 키르기스스탄까지 이어지는 약 1,500km의 고원 도로입니다. 평균 해발고도가 약 5,000m에 달해 세계에서 두 번째로 높은 도로이며, 낭떠러지와 좁은 비포장도로가 많아 매우 험난하고 위험하지만 장엄한 대자연의 비경을 품고 있어 모험가들의 꿈의 도로로 불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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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모는 한국인과 똑같은데…” 톈산과 파미르 3000km에서 발견한 가장 순수한 삶의 철학 - 이글루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