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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1973년 도입된 잉어과의 민물고기 향어는 바닥의 흙을 쪼아 먹는 습성 때문에 늘 흙탕물 속에서 길러집니다.
  • 사료 효율을 높이기 위한 치밀한 치어 선별부터 수심 2m 진흙밭에서의 고된 출하까지, 양식장 사람들의 극한 노동이 동원됩니다.
  • 둑의 한 면을 방수포 없이 남겨두어 고유의 습성을 지켜주는 등, 맛과 영양을 위한 작업자들의 따뜻한 정성과 철학이 돋보입니다.

한여름의 뜨거운 뙤약볕 아래, 언뜻 보면 모내기를 위해 물을 받아둔 논처럼 보이는 곳이 있습니다. 그런데 수면 아래를 들여다보면 무려 6만 5천 마리의 물고기 떼가 흙탕물 속을 유유히 헤엄치고 있죠. 도대체 이곳에선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 걸까요? 쫄깃한 식감과 담백한 맛으로 횟감과 보양식으로 널리 사랑받는 '향어'가 우리 식탁에 오르기까지, 그 이면에는 수심 2m의 진흙밭에서 온몸으로 부딪히는 양식장 사람들의 고단한 구슬땀이 배어 있습니다.

논밭을 닮은 16,000제곱미터의 진풍경, 향어의 보금자리

1973년, 먹거리가 부족했던 시절 영양 보충을 위해 이스라엘에서 들여온 잉어과의 민물고기가 바로 향어입니다. 16,000여 제곱미터에 달하는 대규모 양식장은 외부와 완전히 차단된 채 지하수를 끌어올려 운영됩니다. 늘 깨끗한 물과 산소를 공급하지만, 물빛은 언제나 짙은 흙탕물입니다. 바닥의 흙을 쪼아 먹는 향어 특유의 습성 때문이죠.


작업복을 입은 사람들이 논밭처럼 보이는 넓은 향어 양식장 사이 좁은 길을 걷고 있다.

16,000제곱미터에 달하는 대규모 양식장에서 지하수를 이용해 향어를 정성껏 길러내고 있습니다.


이곳은 거대한 향어들의 집이자, 작업자들의 치열한 일터입니다. 회로 썰어 초장에 푹 찍어 먹으면 씹는 맛이 일품이라는 향어. 한 번 맛보면 계속 찾게 될 만큼 중독성이 강한 별미라지만, 그 찰진 맛은 결코 자연저절로 얻어지는 것이 아닙니다.

단 1mm의 오차도 허락하지 않는 치어 선별

향어 양식의 첫 관문은 눈물나게 고단한 치어 선별 작업입니다. 4월에 부화한 어린 향어들을 크기별로 나누는 일이죠. 바닥이 온통 펄이라 걷기조차 힘든 흙탕물 속에서, 작업자들은 그물이 뜨지 않도록 발로 추를 꽉 밟아가며 조심스레 고기를 몹니다. 틈새가 조금만 벌어져도 치어들이 모두 새어나가 버리기 때문입니다.


야외 양식장에서 작업복을 입고 모자를 쓴 남성이 카메라를 보며 이야기하고 있다.

향어 치어들이 섞이지 않고 건강하게 자랄 수 있도록 꼼꼼한 선별 작업이 시작됩니다.


언뜻 보면 다 고만고만해 보이는 작은 물고기들이지만, 단 1mm의 크기 차이도 양식장에서는 무척 중요합니다. 크기가 다른 고기들을 한데 모아 키우면 작은 녀석들은 사료를 제대로 먹지 못해 성장이 뒤처지기 때문입니다. 바람 한 점 없는 땡볕 아래서 40분 넘게 바구니로 치어를 푸고 걸러내는 작업. 팔이 떨어져 나갈 듯한 수고로움 속에서 사료의 효율을 높이고 건강한 성어를 길러낼 든든한 기초가 다져집니다.

무너지는 둑을 막아라, 습성과 타협하는 지혜

치열한 선별을 마쳤다고 끝이 아닙니다. 향어 양식장에서만 볼 수 있는 특별한 작업이 하나 더 있습니다. 바로 둑을 보수하는 일입니다. 흙을 파고드는 향어들의 유별난 습성 탓에 양식장의 둑은 늘 무너질 위험에 처해 있습니다. 둑이 무너지는 것은 곧 양식장 전체가 무너지는 것과 같아, 비가 오거나 장마철이 되면 수시로 둑을 살펴야 합니다.


노란 모자와 마스크를 쓴 작업자가 흙탕물 양식장 안에서 둑을 살피고 있다.

향어의 습성으로 인해 둑이 무너지는 것을 막기 위해 작업자들은 매일 현장을 점검하며 보수 작업을 이어갑니다.


그래서 작업자들은 네 면의 둑 중 세 면에 두꺼운 방수포를 덮어 둑을 보호합니다. 하지만 여기서 눈여겨볼 점은 남은 한 면입니다. 향어가 본래의 습성대로 흙을 쪼아 먹으며 스트레스 없이 자랄 수 있도록, 한 면만큼은 방수포를 덮지 않고 자연 그대로 내어줍니다. 자연을 거스르지 않으면서도 공존을 택한 따뜻한 철학이 엿보이는 대목입니다.

수심 2m 진흙밭의 사투, 3톤의 거대한 출하

알에서 부화한 지 13개월. 식당에서 가장 선호하는 2~2.5kg의 묵직한 성어로 자라난 향어들이 마침내 세상 밖으로 나갈 시간입니다. 하지만 출하 작업은 그야말로 육해공을 넘나드는 전쟁터와 같습니다. 185cm의 건장한 작업자도 까치발을 들어야 할 만큼 깊은 수심 2m의 진흙밭. 한 번 발을 헛디디면 물에 푹 빠져버리는 위험천만한 상황 속에서 엄청난 무게와의 사투가 벌어집니다.


흙탕물 양식장 옆에 기중기가 달린 트럭이 세워져 있고, 물속에서는 물보라가 일고 있는 모습

수심이 깊은 양식장에서 향어를 안전하게 밖으로 꺼내기 위해 기중기를 활용한 출하 작업이 한창입니다.


힘이 잔뜩 오른 성어들은 그물을 세차게 요동치며 저항합니다. 한 바구니에 8kg씩, 무려 200번을 퍼 날라야 하는 고된 노동이죠. 결국 사람의 힘만으로는 감당할 수 없어 거대한 기중기까지 동원됩니다. 3톤이 넘는 향어를 2시간 반 만에 트럭 수조로 옮겨 싣고 나면, 작업자들의 온몸은 땀과 흙범벅이 되어 천근만근 무거워집니다.

이류(二流)라는 편견을 뛰어넘는 정성의 가치

출하를 마치고 새참으로 즐기는 쫄깃한 향어회 한 점. 꿀맛 같은 그 한입에는 양식장 사람들의 지난한 1년이 고스란히 담겨 있습니다.

흔히들 양식 물고기를 자연산에 밀리는 이류 생선이라 부르곤 합니다. 하지만 1년 365일 비바람을 맞으며 24시간 밤낮없이 들여다보고, 아픈 곳은 없는지 자식처럼 보살피는 그들의 수고를 본다면 감히 그렇게 말할 수 있을까요? "돈 벌어서 아이들 키우려고 하는 거죠." 덤덤하게 털어놓는 어느 작업자의 말 속에는 가족을 향한 든든한 사랑과 묵묵한 책임감이 깃들어 있습니다. 더 많은 사람들이 맛있게 향어를 즐길 수 있도록, 오늘도 흙탕물 속에서 구슬땀을 흘리는 양식장 사람들. 당신의 식탁 위에도 이들의 따뜻한 정성이 전해지고 있나요?


FAQ

향어 양식장의 물은 왜 항상 흙탕물인가요?

향어는 무리를 지어 다니며 바닥의 흙을 쪼아 먹는 고유의 습성을 가지고 있습니다. 이 때문에 늘 깨끗한 지하수와 산소를 공급함에도 불구하고 양식장 내부는 항상 흙탕물을 유지하게 됩니다.

치어 선별 작업은 왜 그렇게 자주, 꼼꼼하게 해야 하나요?

단 1mm의 크기 차이에도 작은 고기들은 사료를 효율적으로 먹지 못해 성장이 뒤처지게 됩니다. 어릴 때 크기별로 꼼꼼하게 선별해 주어야 사료 낭비를 막고 건강하게 키울 수 있습니다.

양식장 둑에 방수포를 덮으면서도 한 면은 남겨두는 이유는 무엇인가요?

흙을 파는 향어의 습성 때문에 둑이 무너지는 것을 막고자 세 면에는 방수포를 덮습니다. 하지만 향어가 본능적인 습성을 유지하며 스트레스 없이 자랄 수 있도록 나머지 한 면은 자연 상태 그대로 남겨두어 배려하는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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