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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대부분의 창업자는 펀딩을 런웨이가 끝날 무렵 어쩔 수 없이 해야 하는 필요악으로 여기지만, 이는 투자 유치 실패를 부르는 가장 큰 착각입니다.
  • VC는 현재의 절대적인 매출 규모보다 폭발적으로 성장하는 '모멘텀'에 투자하며, 시장의 거시적 환경은 창업자의 예상대로 흘러가지 않습니다.
  • 따라서 당장 돈이 필요 없더라도 회사가 빠른 성장세를 타고 있거나 인바운드 투자 제안이 들어온다면, 지분 희석을 감수하더라도 선제적으로 펀딩을 마무리하는 것이 현실적인 수완입니다.

안녕하세요. 데모데이 김범수입니다.

스타트업 대표님들을 만나보면 펀딩에 대해 비슷한 고민을 토로하십니다. "대표님, 빨리 펀딩 끝내고 제품 개발로 돌아가고 싶어요. 사업의 본질에 집중하고 싶습니다." 펀딩에 워낙 많은 시간과 노력이 들어가다 보니, 이를 빨리 치워버려야 할 숙제처럼 여기는 분들이 많습니다.

결론부터 말씀드리면, 펀딩은 사업을 하다가 돈이 떨어질 때쯤 어쩔 수 없이 해야 하는 필요악이 아니라, 인재 채용이나 제품 개발처럼 대표가 항상 해야 하는 비즈니스의 본질 그 자체입니다. 오늘 제가 말씀드릴 핵심은 왜 펀딩을 돈이 떨어질 때가 아니라 '돈이 필요 없을 때' 받아야 하는지, 그리고 창업자가 펀딩을 바라보는 관점을 어떻게 바꾸어야 하는지에 대한 현실적인 이야기입니다.

첫 번째로, 펀딩은 '필요악'이 아니라 상시 업무입니다

미국이든 한국이든 "나는 펀딩하러 다니는 게 너무 즐겁다"라고 말하는 창업자는 100명 중 한 명도 안 됩니다. 아직 나오지 않은 결과를 가지고 나의 계획과 비전을 남에게 팔아 돈을 받아와야 하니 당연히 고통스럽고 피하고 싶은 일입니다.

하지만 그렇기 때문에 관점의 전환이 반드시 필요합니다. 펀딩을 안 할 수 있는데 돈이 필요해서 억지로 하는 일로 생각하면 좋은 결과가 나올 수 없습니다. 인재 채용을 생각해 보십시오. 우리가 1년 내내 똑같은 숫자의 직원을 뽑는 것은 아니지만, "지금은 사람 안 뽑을 거니까 좋은 인재가 지나가도 상관없어"라고 생각하는 대표는 없습니다. 제품 개발 역시 1년 365일 고민하는 영역입니다.

펀딩도 마찬가지입니다. 본격적으로 자금을 모으러 다니는 3~6개월 동안은 대표 시간의 절반 이상을 써야 하는 것이 맞습니다. 하지만 그 시기가 끝났다고 자금 조달 생각을 멈춰서는 안 됩니다. 평소에도 VC들을 만나고 그들이 요즘 무슨 생각을 하는지 파악해야 합니다. 내 시간의 일정 부분은 항상 펀드레이징에 투입한다고 처음부터 마음을 먹는 것과, 억지로 끌려가듯 하는 것은 완전히 다른 결과를 만듭니다.

두 번째는, 런웨이 끝까지 기다리는 타이밍의 함정입니다

제가 한국 창업자분들에게서 가장 많이 보는 안타까운 경향이 있습니다. 자금이 한 6개월 뒤에 떨어진다고 하면, 딱 그때부터 펀딩을 시작하는 것입니다. 반대로 런웨이가 18개월, 24개월 남았는데 "요즘 우리 회사 잘 되니까 펀딩을 한 번 해볼까?"라고 생각하는 창업자는 1%도 되지 않습니다.


흰색 티셔츠를 입은 중년 남성이 책상 앞에 앉아 노트북을 보며 손짓으로 설명하고 있다.

펀딩을 단순히 돈이 떨어질 때 하는 숙제가 아니라, 비즈니스의 본질적인 과정으로 인식해야 합니다.


이런 현상의 기저에는 '지분 희석을 최소화하겠다'는 논리가 깔려 있습니다. 예를 들어 Y 콤비네이터에 합격한 일부 창업자들은 데모데이를 1년 뒤로 미루기도 합니다. "지금 당장 돈이 필요 없으니, 1년 뒤에 매출이 더 나오면 그때 훨씬 높은 밸류에이션으로 많은 자금을 모으겠다"는 계산입니다.

이론적으로는 완벽하게 맞습니다. 하지만 세상이 그렇게 흘러가는 경우보다 그렇지 않은 경우가 훨씬 많습니다. 1년을 기다린다고 해서 지표가 무조건 100% 우상향한다는 보장도 없고, 모멘텀을 스스로 끊어버렸을 때 VC들이 이를 긍정적으로 볼지도 미지수입니다.

무엇보다 거시 경제와 시장 상황은 우리의 통제 밖에 있습니다. 코로나 시기였던 2020년과 2021년의 버블을 떠올려 보십시오. 당시 "우리 돈 많으니까 내년에 매출 두 배 오르면 그때 돈 받아야지"라고 미뤘던 회사들은 2022년 하반기 버블이 꺼지면서 직격탄을 맞았습니다. 매출이 두 배가 올랐어도 시장이 얼어붙어 투자를 받지 못한 것입니다. 반면 2021년에 밸류에이션을 조금 덜 받더라도 선제적으로 돈을 쟁여둔 회사들은 훨씬 수월하게 보릿고개를 넘겼습니다. 내가 세상을 정확히 예측할 수 없다면, 펀딩을 자꾸 계산기로만 두드리는 것은 실패할 확률이 높습니다.

세 번째, 펀딩은 절대값이 아니라 '모멘텀'의 예술입니다

제가 생각할 때 펀딩은 철저하게 타이밍과 모멘텀의 게임입니다.


흰 배경에 'VC는 잔고가 아니라 곡선을 봅니다.'라는 문구가 적힌 화면

투자자는 현재의 매출 규모보다 기업이 그려나가는 성장의 기울기에 더 주목합니다.


현재 매출이 30억 원밖에 안 되더라도 최근 3개월간 매월 3배씩 성장하고 있다면, 진짜 펀딩을 잘하는 창업자는 바로 이때 시장에 나갑니다. "절대 금액은 작지만 앞으로 6개월은 더 이렇게 성장할 것 같다"는 그 폭발력을 파는 것입니다.

반대로 매출을 100억, 200억으로 키운 뒤에 나가면 어떨까요? 절대 금액은 커졌지만 매월 성장률이 50%로 둔화되었다면 투자자의 눈에는 다르게 보입니다. 50% 성장도 훌륭하지만, 투자자는 달나라로 날아갈 것 같은 로켓에 올라타고 싶어 합니다. 성장이 조금 느려지는 기미가 보이면 "조금 더 기다려보자"며 지갑을 닫는 것이 VC의 간사하면서도 당연한 마음입니다.

따라서 탄력을 받아 사업이 굉장히 잘 되는 모양새가 나올 때, 즉 모멘텀이 빌드업되었을 때가 바로 펀딩을 시작해야 할 최적의 타이밍입니다.

인바운드 제안을 대하는 창업자의 현실적인 수완

회사가 빠르게 성장하다 보면 펀딩 라운드를 열지 않았는데도 소문을 듣고 먼저 찾아오는 VC들이 있습니다. 이때 많은 창업자들이 "저희가 지금 돈이 필요 없어서요. 1년 뒤에 뵙겠습니다"라고 정중하게 거절합니다.

하지만 제가 권하는 현실적인 수완은 다릅니다. 내가 팔러 다니지도 않았는데 누군가 내 주식을 사겠다고 나선다면, "지금 돈은 필요 없지만 이참에 펀딩 라운드를 한번 열어볼까?"라고 생각하는 것이 성공하는 창업자의 사고방식입니다.

내년에 이상적으로 받을 수 있는 밸류에이션보다 조금 낮게 펀딩을 하더라도, 1년 먼저 자금을 조달해 두면 내년에 고생하지 않아도 됩니다. 무엇보다 나를 찾아온 손님을 상대로 펀딩을 진행하면 대표의 시간과 노력이 획기적으로 줄어듭니다.

다시 한번 강조합니다. 펀딩은 돈이 떨어질 때 시작하는 것이 아닙니다. 돈이 있을 때, 회사가 가장 뜨거운 모멘텀을 타고 있을 때 선제적으로 움직이십시오. 그것이 시장의 불확실성을 이겨내고 회사를 안전하게 키우는 유일한 방법입니다.


FAQ

런웨이가 충분히 남아있는데도 펀딩을 받아야 하는 이유는 무엇인가요?

시장 상황의 불확실성 때문입니다. 1년 뒤에 회사의 실적이 더 좋아지더라도, 거시 경제가 악화되거나 투자 시장이 얼어붙으면 원하는 밸류에이션으로 투자를 받지 못할 위험이 큽니다. 자금이 충분할 때 선제적으로 자본을 확보하는 것이 안전합니다.

매출 규모가 클 때보다 성장률이 높을 때 펀딩하는 것이 유리한 이유는 무엇인가요?

VC는 현재의 절대적인 매출 규모보다 폭발적으로 성장하는 '모멘텀'에 투자하기 때문입니다. 비록 절대 금액이 작더라도 매월 3배씩 성장하는 로켓 같은 기세가 있을 때 투자자들의 기대감과 참여도가 훨씬 높습니다.

펀딩을 진행하지 않는 시기에도 창업자가 투자자 관리를 해야 하나요?

네, 반드시 해야 합니다. 펀딩은 특정 시기에만 하는 필요악이 아니라 인재 채용이나 제품 개발처럼 대표의 상시 업무입니다. 평소에도 VC들을 만나 시장의 흐름과 투자자들의 생각을 지속적으로 파악해야 합니다.

인바운드로 투자 제안이 들어왔지만 당장 자금이 필요 없다면 어떻게 대처해야 하나요?

1년 뒤로 미루기보다는 현재의 제안을 기회로 삼아 라운드를 여는 것을 권장합니다. 내가 직접 투자자를 찾아다니는 것보다 시간과 노력이 훨씬 적게 들며, 목표했던 밸류에이션보다 조금 낮더라도 미래의 불확실성을 제거하는 데 큰 도움이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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