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베르나르 베르베르는 예측 가능한 기존 문법을 피하기 위해, 책을 읽는 대신 낯선 현지인들과 교류하며 소설의 창작 영감을 얻습니다.
- 그가 강조하는 흥행의 비결은 예쁜 문장이 아니라, 주인공이 예상을 뛰어넘는 참담한 고난을 겪고 극복하는 구조적인 '뼈대'에 있습니다.
- 가벼운 소설이 더 잘 팔린다는 현실적인 딜레마 속에서도, 그는 이번 신작을 통해 가장 야심 차고 깊이 있는 영적 세계의 수수께끼를 탐구합니다.

우리가 생각하는 세계적인 대문호의 모습은 보통 이렇습니다. 직업실에 틀어박혀 수천 권의 책을 읽어 치우고, 엄청난 고뇌 속에서 화려한 문장을 깎고 다듬는 모습이죠. 그런데 한국인이 가장 사랑하는 프랑스 작가이자, 『개미』로 유명한 베르나르 베르베르는 상식적인 통념과는 전혀 다른 말을 꺼냅니다. 최근 영혼과 전생을 다룬 신작을 들고 온 그는 단호하게 말합니다. "사실 저는 책을 거의 안 읽습니다. 대신 사람을 읽죠." 어떻게 된 걸까요? 매번 기발한 상상력으로 전 세계 독자를 사로잡는 그의 진짜 창작 메커니즘과, 그 이면에 숨겨진 작품성과 대중성 사이의 처절한 타협 과정을 언더스탠딩의 시각에서 해부해 보겠습니다.
베스트셀러 작가의 충격적인 고백: "저는 책을 안 읽습니다"
베르베르의 창작 원천에 대해 흔히 가지는 오해 중 하나는 그가 엄청난 독서광일 것이라는 생각입니다. 놀랍게도 그는 아이작 아시모프나 필립 K. 딕 같은 극소수의 천재들을 제외하면 아예 남의 책을 펼치지 않는다고 고백합니다. 왜 그럴까요? 여기서 핵심이 뭐냐면, 기존의 책들은 거의 다 전개가 너무 쉽게 예측되기 때문입니다. 뻔한 문법을 따라가는 순간 작가 스스로의 상상력도 갇혀버린다는 거죠.
대신 그가 가장 강력한 영감을 얻는 공급처는 의외로 '평범한 사람들의 일상'입니다. 한국에 방문할 때도 박물관이나 화려한 유적지를 도는 관광에는 큰 관심이 없습니다. 카페나 동네 술집에 앉아 현지인들과 대화를 나누는 것을 훨씬 중요하게 생각합니다.
작업실에 머물기보다 세상 속에서 사람들을 만나며 이야기의 영감을 얻는 작가의 고유한 창작 방식입니다.
실제로 그는 어느 날 우연히 방문한 바에서 삼성의 AI 여성 연구원을 만나, 로봇과 최첨단 기술에 대한 내밀한 이야기를 들으며 새로운 아이디어를 수집했다고 하죠. 결국 그에게 여행이란 낯선 풍경을 눈에 담는 것이 아니라, '내가 전혀 모르는 세상을 아는 타인의 수수께끼'를 캐내는 지극히 의도적인 취재 과정인 셈입니다.
흔들리지 않는 소설의 핵심 '뼈대와 장벽'
그렇다면 이렇게 사람들을 만나 모은 파편화된 영감을 어떻게 거대한 톱니바퀴가 굴러가는 베스트셀러로 만들어낼까요? 여기서 베르베르 특유의 '뼈대론'이 등장합니다. 문학상을 타기 위해 예쁜 문장을 다듬거나 묘사에 치중하는 이른바 '문학적 메이크업(Make-up)'을 그는 철저히 경계합니다. 속이 텅 비었는데 겉만 화려하게 포장해 봐야, 독자는 금방 그 허술함을 눈치채기 마련이니까요.
가장 중요한 건 이야기의 골격, 즉 주인공이 겪는 '예상치 못한 수준의 참담한 불행'입니다. 평온하던 주인공이 역경을 겪고 부서질 듯하다가 간신히 극복해 내는 지난한 과정을 거쳐야만 독자가 인물에게 깊은 애착을 느끼게 됩니다. 여기서 재미있는 건, 이 고난의 강도와 방식이 철저히 독자의 예상을 벗어나야 한다는 점입니다. '또 비슷하게 구해지겠네'라고 예측되는 순간 그 소설은 망한다는 것이죠.
독자의 예상을 거듭 뛰어넘으며 긴장감을 유지하는 것이 소설의 핵심 동력이 됩니다.
바닥이 끝인 줄 알았는데 지하실로 밀어 넣고, 극적으로 구해주는 듯하다가 전혀 상상하지 못한 방식으로 다시 추락시키는 롤러코스터. 이것이 바로 전 세계 수천만 명의 독자가 그의 소설을 밤새워 읽게 만드는 본질적인 메커니즘입니다.
재능이란 무엇인가: 암탉과 10분의 조깅
이 대목에서 우리는 자연스럽게 반문하게 됩니다. '그렇게 끊임없이 아이디어를 쏟아내고 정교한 구조를 짠다는 건, 결국 그 사람이 선택받은 천재로 태어났기 때문이 아닌가?' 베르베르의 대답은 명쾌합니다. 그는 글쓰기를 소변을 보거나 암탉이 매일 알을 낳는 것과 같은 지극히 자연스러운 생리적 배출 과정으로 비유합니다.
그가 제안하는 단 하나의 원칙은 '하루 10분의 꾸준함'입니다. 처음 조깅을 시작할 때는 온몸이 쑤시고 고통스럽지만, 매일 10분씩 뛰다 보면 한 달 뒤에는 근육통이 사라지고 1년 뒤에는 오히려 안 뛰는 날이 더 견딜 수 없어집니다. 글쓰기도 마찬가지입니다. 영감이라는 실체 없는 형상을 기다리며 백지 앞에서 고뇌하는 것이 아니라, 매일 정해진 시간에 머릿속에 있는 것을 쏟아내는 기계적인 습관이 상상력의 근육을 폭발적으로 키워낸다는 뜻입니다.
상상력 또한 근력처럼 매일 꾸준히 훈련하며 키워나갈 수 있는 영역입니다.
최악의 상사와 악플이 가르쳐준 생존법
그런데 인간에 대한 깊은 애정과 호기심을 지닌 그조차도, 현실 세계에서는 날 선 폭력과 부딪혀야 했습니다. 과거 과학부 기자 시절, 부하 직원들에게 모멸감을 주고 особенно 여성 직원들을 울리는 데서 희열을 느끼는 극단적인 나르시시스트 상사 밑에서 일하며 큰 상처를 받았습니다. 하지만 역설적으로 이 경험은 인생의 중요한 전환점이 되었습니다.
'내 능력을 펼치기 위해 무능한 상사의 비위를 맞춰야 하는 시스템에서는 단 한 순간도 일하지 않겠다'는 독한 결심이 전업 소설가의 길로 이끈 것이죠. 물론 지금은 까다로운 상사 대신, 전 세계 수많은 독자와 무자비한 악플러들을 마주하고 있습니다. 오픈된 환경에서 마주하는 악의적 공격에 대해 그는 어떻게 대처할까요? 그는 책을 쓰는 순간만큼은 완벽히 단단한 '비눗방울(Bubble)' 속에 스스로를 가두고 외부의 소음을 철저히 차단합니다. 남을 깎아내리며 즐거워하는 자들에게 내 소중한 시간을 1초도 내주지 않겠다는 단호한 태도입니다.
작품성의 역설: 고양이와 판도라의 상자 사이에서
그의 모든 예술적 야심과 꾸준함이 항상 환호석으로 이어지는 것은 아닙니다. 실제로 그는 시장을 마주할 때마다 뼈아픈 딜레마에 부딪힙니다. 좌뇌로 썼던 『개미』의 엄청난 성공 이후, 우뇌를 열고 영적인 세계를 야심 차게 다뤘던 소설 『타나토노트』는 초판 7만 부 중 겨우 1만 부만 팔리며 참담한 실패를 맛봤습니다. 결국 절망 속에서 지인의 조언을 받아 다시 독자가 원하는 『개미 3』를 써야만 했죠.
어떤 작품을 대중에게 더 잘 전달할 것인가 하는 작가로서의 고민은 매번 새로운 수수께끼가 됩니다.
우리가 생각하는 것과는 다르게, 시장의 보상은 투입된 공력과 정비례하지 않습니다. 복잡한 세계관을 구축하며 혼신의 힘을 다해 쓴 『판도라의 상자』보다, 그저 재미를 위해 두 달 만에 가볍게 쓴 『고양이』가 훨씬 더 압도적으로 많이 팔렸습니다. 기준점을 낮추고 심플하고 관습적으로 가야 대중은 열광한다는 사실. 끊임없이 새롭고 심오한 세계를 창조하고 싶은 예술가는 바로 이 지점에서 대중성과 작품성 사이의 잔인한 역설을 견뎌내야 합니다.
신작의 흥행 여부가 진짜 관전 포인트인 이유
자, 그러면 다시 현재로 돌아와 볼까요. 베르베르가 이번에 새롭게 선보이는 소설은 과거의 성공 공식이었던 『개미』나 『고양이』같이 직관적이고 친근한 소재가 아닙니다. 전생과 영혼, 환생이라는 대중이 당장 이해하기 버거울 수 있는 미지의 영역에 또다시 뛰어들었습니다. 그 스스로도 "이번 책은 대중과의 타협 없이 기준점을 엄청나게 높게 잡았기 때문에 흥행에 실패할지도 모릅니다"라며 뼈 있는 농담을 던질 정도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가 기어코 영적인 이야기를 고집하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표면적인 일상 이면의 감춰진 수수께끼를 푸는 것, 그리고 더 많은 독자의 의식이 확장되길 바라는 열망 때문일 겁니다. 화려한 눈속임이 아닌, 실패를 각오하면서까지 본질적인 질문을 던진 그의 무모한 고집이 과연 한국 독자들에게 어떤 평가를 받을지 스스로 관찰자가 되어 지켜보는 것도 꽤 흥미로운 일일 것입니다.
FAQ
세계적인 작가 베르나르 베르베르는 평소 다른 책을 많이 읽나요?
아시모프나 필립 K. 딕 같은 극소수의 천재 작가를 제외하면 거의 남의 책을 읽지 않는다고 합니다. 대부분의 책은 전개가 뻔히 예측되어 창작의 호기심을 방해하기 때문입니다. 대신 그는 사람들과 직접 대화하며 영감을 얻는 것을 즐깁니다.
그가 생각하는 훌륭한 소설을 쓰는 비결은 무엇일까요?
화려한 문장이나 묘사보다 이야기의 '뼈대'가 가장 중요하다고 강조합니다. 특히 독자가 인물에게 애착을 느끼게 만들려면 예상을 뛰어넘는 극심하고 의외의 고난을 인물에게 부여하고, 이를 극복하는 과정을 설계해야 한다고 말합니다.
글을 쓰기 위해 고통스러운 창작의 과정을 견뎌야 하나요?
베르베르는 글쓰기를 철저한 '습관'이자 육체노동에 비유합니다. 매일 10분씩 조깅을 하듯 꾸준히 타자를 치기 시작하면 상상력의 근육이 발달하며, 어느 순간부터는 오히려 글을 쓰지 않는 날이 더 고통스러워진다는 것이 그의 철학입니다.
대중적으로 성공한 작품이 작가 본인에게도 가장 가치 있는 작품인가요?
반드시 그렇지는 않습니다. 깊은 고민과 복잡한 세계관을 담아 쓴 작품보다는, 기준점을 낮추고 심플하게 두 달 만에 쓴 『고양이』 같은 책이 시장에서 훨씬 크게 성공했다며 예술가로서 대중성과 작품성 사이의 딜레마를 솔직하게 고백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