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hannel_banner
  • 지난 5년간 급성장한 미국 사모대출 시장은 최근 고금리와 차입 기업들의 실적 악화로 인해 부실 경고음이 점차 커지고 있습니다.
  • 흔히 펀드 투자자만 손실을 떠안는 구조라 시스템 위기 가능성이 낮다고 여겨지지만, 실제로는 규제 차익을 노린 은행과 생보사의 자본이 겹겹이 얽혀 있는 것이 핵심 문제입니다.
  • 사모대출 펀드의 자산 가치가 급락할 경우, 연결된 금융기관들의 연쇄적인 자산 투매로 이어질 위험이 있으므로 상장 BDC 주가 등 선행 지표를 주의 깊게 살펴야 합니다.

미국 사모신용, 흔히 말하는 사모대출(Private Credit) 시장의 위험성이 최근 자본시장의 뜨거운 감자로 떠오르고 있습니다. 우리가 흔히 생각하는 것과는 다르게, 사모대출 시장에 위기가 오면 그 손실은 단순히 돈 많은 펀드 투자자들 선에서 끝나지 않을 수 있습니다. 핵심은 이 시장이 은행, 그리고 생명보험사와 엄청나게 복잡하고 깊게 엮여 있다는 사실입니다.

많은 전문가들이 사모대출발 시스템 리스크는 없을 것이라고 낙관합니다. 하지만 표면적 현상 이면의 실제 데이터를 들여다보면, 이 고립되어 보이는 펀드 시장이 금융 시스템 전체를 흔들 뇌관이 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습니다. 왜 그럴까요? 지금부터 그 복잡한 퍼즐을 하나씩 맞춰보겠습니다.

사모대출 시장은 왜, 어떻게 커졌나

우선 사모대출이 무엇인지부터 명확히 해야겠죠. 간단하게 말씀드리자면, 여러 사람의 돈을 모은 펀드가 비공개 비상장 중견기업에게 직접 대출을 내주는 것을 말합니다. 은행이나 저축은행 같은 전통적인 금융기관을 거치지 않고, 오직 펀드 형태로만 대출 주체가 되는 시장입니다.


사모신용시장의 정의와 차입자 및 대출자 구조를 설명하는 발표 슬라이드와 우측 하단에 출연자가 있는 화면

사모신용은 펀드를 통해 비상장 중견기업에 자금을 빌려주는 방식으로, 최근 5년간 연평균 20%의 높은 성장세를 보이고 있습니다.


이 시장은 지난 5년간 연평균 20%씩 엄청나게 급성장했습니다. 현재 추정되는 시장 규모만 약 2조 5천억 달러에 달합니다. 이렇게 시장이 커진 가장 큰 이유는 팬데믹 이후의 초저금리 환경이었습니다. 제로 금리 시절, 조금이라도 더 높은 수익을 찾으려는 자금들이 대거 몰려들면서 이른바 '돈을 밀어내는' 공급 주도의 성장이 일어난 겁니다.

문제는 건전성입니다. 과거 제로 금리 시절에 평균 6% 수준의 변동 금리로 돈을 빌려 갔던 기업들이, 지금은 기준금리 인상으로 인해 무려 12%대의 이자를 부담하고 있습니다. 게다가 돈을 빌려 간 곳 중 상당수(약 41%)가 아직 이익을 내지 못하는 소프트웨어(SaaS) 기업들입니다. 이미 2023년 기준으로 이자보상배율이 1 미만, 즉 벌어들인 돈으로 이자도 못 내는 기업들이 속출하고 있습니다. 현금이 없으니 대출 원금을 늘려 이자를 낸 셈 치는 'PIK(Payment-In-Kind)' 비중이 급증하는 등 부실을 뒤로 미루는 전형적인 폭탄 돌리기가 벌어지고 있습니다.

유동성 위기가 없다는 '착시 현상'

이런 상황인데도 왜 시장은 조용할까요? 여기서 건전성과 유동성을 분리해서 생각하셔야 됩니다. 펀드에 담긴 기업들의 상태(건전성)는 나빠지고 있지만, 당장 펀드가 내일 망하는 유동성 위기(뱅크런)로 이어지지는 않습니다.

사모대출 펀드는 기본적으로 돈을 한 번 넣으면 만기까지 만질 수 없는 폐쇄형이거나, 환매를 요청해도 매 분기 순자산 가치의 5% 이내로만 돌려주는 중개방형 구조를 띠고 있습니다. 심지어 상황이 나빠지면 아예 환매를 중단해 버릴 수 있는 조항(Suspension)도 약정서에 들어있습니다.

그러니까 돈을 빌려 간 기업이 부도가 나고 펀드의 순자산가치(NAV)가 반토막이 나더라도, 문을 닫아걸고 버티면 그만입니다. 결국 손실은 펀드에 돈을 넣은 투자자가 고스란히 떠안게 됩니다. 펀드가 빚을 못 갚아 파산하는 일은 적으니, 펀드 밖의 금융 시스템은 안전하다는 것이 그동안의 지배적인 논리였습니다.

통념을 뒤집는 첫 번째 연결 고리: 은행의 규제 차익

하지만 현실은 다릅니다. 이 시장이 정말 '그들만의 리그'라면 다행이겠지만, 전통 금융권이 이 위험에 깊숙이 발을 담그고 있습니다. 가장 먼저 봐야 할 것은 은행입니다.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은행에 대한 자본 규제가 굉장히 강화됐습니다. 은행이 중견기업에 직접 대출을 해주면 위험가중치 100%가 적용되어 그만큼 든든한 자기자본을 쌓아야 합니다. 그런데 놀랍게도, 은행이 중견기업에 대출을 해주는 '사모대출 펀드'에 돈을 빌려주면 위험가중치가 20%로 뚝 떨어집니다.

똑같은 중견기업 리스크를 지면서도 펀드라는 쿠션을 한 번 거치면 은행의 자기자본이익률(ROE)이 2.6배나 뛰어오르는 규제 차익이 발생합니다. 이 때문에 대형 은행들은 대형 사모운용사들과 합작법인을 만들고, 펀드에 마이너스 통장(한도 대출)을 열어주며 적극적으로 자금을 대왔습니다. 펀드 뒤에 숨어 사실상 위험을 공유하고 있는 셈입니다.

통념을 뒤집는 두 번째 연결 고리: 생보사의 우회 투자

더 기발하고 위험한 연결 고리는 생명보험사입니다. 최근 대형 사모운용사(PE)들이 앞다퉈 생명보험사를 인수하고 있습니다. 왜 그럴까요? 막대한 고객 보험금을 자신들의 사모대출 펀드에 투자하기 위해서입니다.


생명보험사의 우회 투자 구조를 설명하는 도표와 이를 설명하는 전문가의 모습이 담긴 화면

생명보험사가 특수목적법인을 활용해 규제를 우회하고 사모대출에 투자하는 복잡한 경로입니다.


이 과정에서 규제를 피하는 기막힌 꼼수가 등장합니다. 생보사가 펀드에 직접 출자하거나 대출을 쥐고 있으면 위험가중치가 높아집니다. 그래서 사모운용사는 페이퍼 컴퍼니(SPV)를 세워 대출 자산을 넘긴 뒤, 이를 담보로 '사모 ABS(자산유동화증권)'를 발행합니다. 그리고 생보사는 이 ABS를 사들입니다.

겉보기엔 안전한 채권을 산 것 같지만, 실질은 소프트웨어 기업에 대한 사모대출입니다. 심지어 이 비공개 채권의 신용등급은 평가사들이 높게 매겨줍니다. 이런 방식을 통해 미국 생보업계는 무려 45억 달러(자기자본의 약 10% 수준)에 달하는 규제 자본을 아꼈습니다. 그만큼 위험 대비 자본을 덜 쌓고 있다는 뜻이며, 사모대출 시장이 무너지면 생보사의 건전성도 직격탄을 맞게 됩니다.

연쇄 투매: 시스템 리스크의 시나리오

자, 그러면 이 얽히고설킨 구조가 어떻게 시스템 위기로 번질까요?

만약 고금리를 견디지 못한 기업들의 부도가 현실화되고, 펀드의 자산가치(NAV)가 급락하는 임계점이 온다고 가정해 보겠습니다. 펀드 가치가 떨어지면 여기에 투자한 연기금은 전체 자산 배분 비율을 맞추기 위해 엉뚱하게도 주식이나 채권 같은 유동성 자산을 팔아야 합니다.

가장 큰 타격은 생보사입니다. 사모대출에 투자한 자산 가치가 훼손되면 생보사의 자기자본이 줄어들고, 규제 비율(RBC)을 맞추기 위해 어쩔 수 없이 보유하고 있던 우량 회사채나 국채를 내다 팔아 현금을 확보해야 합니다. 은행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이들이 동시에 안전 자산을 시장에 던지기 시작하면, 자산 가격이 전방위적으로 하락합니다. 자산 가격이 하락하면 이를 담보로 단기 차입을 끌어다 쓰던 투자은행과 헤지펀드들이 마진콜(추가 증거금 요구)을 견디지 못하고 또다시 자산을 투매하게 됩니다. 사모대출 펀드의 부실이 방아쇠가 되어, 멀쩡한 금융권 전체의 유동성 위기와 전면적인 자산 가격 하락을 부추기는 악순환이 만들어지는 것입니다.

무엇을 지켜봐야 할까: 탄광 속 카나리아

물론 이 모든 시나리오는 기업들의 부도와 펀드 가치 하락이 '급격하게' 일어날 때를 가정한 최악의 수입니다. 천천히 조정된다면 금융 시스템이 충격을 흡수할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최근 미국 기업의 파산 건수가 2010년 이후 최고치를 기록하고 있다는 점은 결코 가볍게 넘길 신호가 아닙니다.

우리가 이 복잡한 위기의 징후를 가장 먼저 알아챌 수 있는 지표는 무엇일까요? 바로 상장된 BDC(사업개발회사)의 주가와 대형 사모운용사의 주가 흐름입니다.

사모대출 펀드는 비상장 대출 자산을 담고 있어 운용사가 자체적으로 가치를 평가(NAV)하기 때문에 부실이 장부에 반영되기까지 시간이 오래 걸립니다. 하지만 주식 시장에 상장된 BDC나 운용사의 주가는 시장 참여자들의 우려를 실시간으로 선반영합니다. 만약 이들의 주가가 뚜렷한 이유 없이 급락하기 시작한다면, 그것은 단순히 한 펀드의 수익률 저하가 아니라 금융 시스템 깊은 곳에 잠복해 있던 구조적 위험이 수면 위로 떠오르고 있다는 경고음일 것입니다.


FAQ

사모대출(사모신용)이란 정확히 무엇인가요?

은행 등 전통적인 금융기관이 아닌, 여러 투자자의 돈을 모은 펀드(사모신용펀드나 BDC 등)가 비상장 중견기업에게 직접 대출을 해주는 시장을 말합니다.

사모대출 펀드가 부실해지면 곧바로 뱅크런 같은 위기가 오나요?

펀드 자체가 폐쇄형이거나 환매 한도를 엄격히 제한(중개방형)하고 있어 갑작스러운 유동성 위기나 뱅크런이 당장 발생할 가능성은 낮습니다. 일차적으로는 펀드 투자자의 손실로 귀결됩니다.

그런데 왜 금융 시스템 전체의 위기로 번질 수 있다고 우려하나요?

펀드와 전통 금융권이 깊게 연결되어 있기 때문입니다. 은행이 규제 차익을 노리고 펀드에 자금을 대거나, 사모운용사가 생명보험사를 인수해 보험사 자산을 사모대출에 동원하는 등 위험이 전이될 구조적 통로가 겹겹이 존재합니다.

위험을 미리 감지하려면 어떤 지표를 봐야 할까요?

사모대출 시장의 상황을 실시간으로 반영하는 '상장 BDC(기업개발회사)'의 주가 추이나, 이 펀드들을 굴리는 대형 사모운용사의 주가 흐름을 선행 지표로 지켜보는 것이 좋습니다.


원본 영상 보기

# BDC
# 규제차익
# 금융위기
# 사모대출
# 사모신용
# 사모펀드
# 생명보험사
# 시스템리스크
# 신보성
# 자본시장연구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