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물 맹맹한 김치찌개, '이 기름' 반 큰술만 둘러보세요"…진작 이렇게 끓여볼걸 그랬네요


들기름 향이 밴 묵은지와 돼지고기가 담긴 김치찌개 / 기사 이해를 돕기 위한 생성형 이미지

들기름 향이 밴 묵은지와 돼지고기가 담긴 김치찌개 / 기사 이해를 돕기 위한 생성형 이미지

김장철이 가까워지면 김치냉장고 아래 칸에 남은 묵은지부터 비우게 되고, 저녁상에는 자연스럽게 김치찌개가 자주 오른다. 냉동실에 있던 돼지고기 한 팩을 꺼내 묵은지와 함께 냄비에 담고 물만 부으면 되는 음식이라 손쉽게 끓이는 편인데, 다 끓여 놓고 맛을 보면 국물이 맹맹해 실망스러운 날이 있다.

김치가 너무 시어서 그런가 싶어 설탕을 넣거나 국간장을 더해 봐도 단맛과 짠맛만 늘어날 뿐, 국물과 김치는 여전히 따로 노는 경우가 많다. 같은 재료로 끓였는데도 어느 날은 맛있고 어느 날은 밍밍하니, 그날그날의 김치 탓으로 돌리고 넘어가기 쉽다.

맛을 가르는 것은 재료보다 물을 붓기 전의 순서다. 돼지고기 지방을 먼저 녹여 내고, 그 기름에 들기름 반 큰술을 더해 묵은지를 충분히 볶은 다음 물을 부으면 같은 재료로 끓여도 국물 맛이 훨씬 깊어진다.

같은 재료로 끓여도 국물이 겉도는 이유

넓은 냄비 바닥에서 돼지고기 기름과 묵은지를 볶는 모습 / 기사 이해를 돕기 위한 생성형 이미지

넓은 냄비 바닥에서 돼지고기 기름과 묵은지를 볶는 모습 / 기사 이해를 돕기 위한 생성형 이미지

국물이 겉도는 가장 큰 이유는 고기와 김치를 볶지 않고 물에 바로 끓이기 때문인데, 돼지고기 지방이 덜 녹은 채로 물이 들어가면 고소한 맛이 국물 전체로 퍼지지 않는다. 오래 끓인다고 이 차이가 메워지는 것도 아니어서, 끓는 물은 100도를 넘지 않아 고기와 김치를 기름에 볶을 때 나는 고소한 맛이 잘 생기지 않는다.

묵은지를 돼지고기 기름에 볶으면 김치의 숨이 죽으면서 수분이 빠지고 그 자리에 기름이 고루 밴다. 여기에 들기름을 조금 더하면 고소한 향이 김치 전체에 돈다. 그래서 국물 맛을 내려면 물을 붓기 전에 냄비 안에서 고기 기름을 충분히 내고, 그 기름으로 묵은지를 오래 볶아 두어야 한다.

김치찌개의 맹맹한 국물 맛 살리는 방법

맑은 기름이 나온 냄비에서 익어가는 돼지고기 / 기사 이해를 돕기 위한 생성형 이미지

맑은 기름이 나온 냄비에서 익어가는 돼지고기 / 기사 이해를 돕기 위한 생성형 이미지

고기는 지방이 많은 삼겹살이나 살과 지방이 함께 붙은 앞다리살이 알맞고, 안심이나 뒷다리살은 지방이 적어 오래 볶아도 기름이 많이 나오지 않는다. 잘 익은 묵은지는 속을 털어 내지 않고 그대로 썰어 두면 된다. 냄비가 좁으면 김치가 볶이지 않고 찌듯이 익기 때문에, 고기와 김치가 바닥에 얇게 펴지는 넓은 냄비를 쓰는 것이 좋다.

한입 크기로 썬 고기는 키친타월로 눌러 핏물을 닦아 낸 뒤, 기름을 두르지 않은 냄비에 넣어 중불에서 볶는다. 처음에는 고기가 바닥에 달라붙지만 지방이 녹아 나오면서 저절로 떨어지는데, 겉면이 하얗게 익고 냄비 바닥에 맑은 기름이 고이면 김치를 넣을 때가 된 것이다.

이제 불을 중약불로 낮추고 들기름 반 큰술을 두른 다음 묵은지를 넣어 5분 이상 달달 볶는다. 불부터 낮추는 이유는 들기름이 식용유보다 낮은 온도에서 연기가 나는 기름이라 센 불에서는 고소한 향이 먼저 날아가기 때문이다. 부피가 줄고 붉은색이 짙어지다가 배추 줄기가 투명해지면 다 볶아진 것이고, 도중에 눌어붙기 시작하면 김치 국물을 한 숟갈씩 넣어 풀어 준다.

들기름을 두른 뒤 투명해진 묵은지를 볶는 모습 / 기사 이해를 돕기 위한 생성형 이미지

들기름을 두른 뒤 투명해진 묵은지를 볶는 모습 / 기사 이해를 돕기 위한 생성형 이미지

물이나 쌀뜨물은 볶던 냄비에 그대로 부어야 바닥에 남은 기름과 양념까지 국물에 들어간다. 처음에는 건더기가 겨우 잠길 만큼만 붓고, 끓이면서 모자라면 조금씩 더해야 국물 맛이 흐려지지 않는다. 센 불에서 끓어오르면 중약불로 줄여 김치 줄기가 무를 때까지 끓이고, 두부와 대파는 마지막에 넣는 것이 좋다.

건더기가 겨우 잠길 만큼 국물을 부은 김치찌개 냄비 / 기사 이해를 돕기 위한 생성형 이미지

건더기가 겨우 잠길 만큼 국물을 부은 김치찌개 냄비 / 기사 이해를 돕기 위한 생성형 이미지

김치 염도는 집마다 달라서 처음부터 간을 맞추면 짜지기 쉬우니, 김치 줄기가 무른 뒤에 맛을 보고 국간장이나 소금으로 맞춘다. 신맛이 너무 강할 때 설탕을 쓰더라도 한 꼬집이면 충분한데, 단맛이 앞서면 볶아 낸 기름의 고소한 맛이 가려지기 때문이다.

개봉한 들기름은 산패가 빠른 편이라 밀봉해 냉장고에 두고, 쩐내가 나는 기름은 볶음에 쓰지 않는다. 고기 기름이 충분히 나온 냄비라면 들기름은 반 큰술 이상 늘리지 않아도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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