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동 용계리의 가을 / 한국관광공사-정용현 |
경북 안동시 길안면 용계리의 은행나무는 임하호 물가에 흙을 쌓아 만든 인공섬 위에 홀로 서 있다. 섬에 다른 큰 나무가 없어 다리 쪽에서 바라보면 은행나무 한 그루가 섬 전체를 덮은 것처럼 보인다. 잎이 노랗게 물드는 가을에는 물가에 커다란 노란 덩어리가 솟은 듯한 풍경이 된다.
1966년 천연기념물로 지정된 이 나무는 수령이 약 780년으로 알려져 있다. 높이 37m, 둘레 14m에 이르러 어른 여러 명이 팔을 이어야 겨우 감쌀 만큼 굵다. 지난해에는 11월 11일 무렵 잎이 가장 노랗게 물들었는데, 예년보다 일주일가량 늦은 편이었다. 올해도 예년과 비슷하다면 11월 초부터 중순 사이에 황금빛으로 물든 거목을 만날 수 있다.
물에 잠길 뻔한 나무를 15m 들어 올린 사연
안동 용계리 은행나무 / 한국관광공사-디엔에이스튜디오 |
이 나무가 섬 위에 서게 된 것은 임하댐 때문이다. 1985년 댐 건설 계획이 세워지면서 나무가 자라던 자리가 물에 잠길 처지가 됐다. 나무를 다른 곳으로 옮기는 대신 선 자리 그대로 높이기로 했고, 1990년부터 4년에 걸쳐 공사가 이어졌다.
공사는 500톤이 넘는 나무를 제자리에서 15m가량 수직으로 끌어올리고 그 아래에 흙을 채워 땅을 높이는 방식이었다. 당시 사업비로 25억 원이 들었고, 세계에서 가장 큰 규모의 나무 이식 사례로 기네스북에 기록됐다. 지금 보이는 인공섬과 다리가 바로 이때 만들어진 땅이다.
나무에 얽힌 이야기도 전해진다. 조선 선조 때 훈련대장을 지낸 탁순창이 마을 사람들과 은행나무 계를 만들어 나무를 돌봤다고 한다. 마을이 물에 잠긴 뒤에도 나무만은 수백 년 전부터 지켜 온 자리에 그대로 남은 셈이다.
다리 위에서 보는 나무와 섬 안에서 보는 줄기
안동 용계리 은행나무 / 한국관광공사-디엔에이스튜디오 |
가장 먼저 나무를 마주하는 곳은 섬으로 이어진 다리다. 다리 위에서는 섬과 나무가 한 화면에 들어와 37m 높이의 수관이 얼마나 넓게 퍼졌는지 한눈에 볼 수 있다. 나무 전체를 사진에 담으려면 섬에 들어가기 전 다리에서 찍는 편이 낫다.
다리를 건너 섬 안으로 들어가면 보이는 모습이 달라진다. 가까이 다가갈수록 둘레 14m의 줄기가 시야를 가득 채우고, 고개를 들면 머리 위로 노란 잎이 지붕처럼 덮인다. 주변에는 단풍나무도 자라고 있어 잎이 물드는 시기가 맞으면 붉은 단풍과 노란 은행잎을 함께 볼 수 있다.
안동 용계리 은행나무 / 한국관광공사-디엔에이스튜디오 |
섬 가장자리에서 물가 쪽을 내려다보면 나무가 얼마나 높이 올라와 있는지도 가늠할 수 있다. 들어 올린 15m는 아파트 5층쯤 되는 높이로, 나무 발밑의 땅이 그만큼 새로 쌓인 흙이다. 수백 년 동안 같은 자리를 지킨 나무가 이제는 호숫가 섬 꼭대기에 선 셈이라, 다리에서 볼 때보다 섬 안에서 볼 때 그 사연이 더 실감 나게 다가온다.
둘러보는 데 걸리는 시간과 찾아가는 길
안동 용계리 은행나무 / 한국관광공사-디엔에이스튜디오 |
관람료는 받지 않고 주차도 무료다. 차는 나무 가까운 길가에 세우고, 다리를 걸어 건너 섬으로 들어간다. 다리와 섬 주변을 천천히 돌며 사진을 찍어도 30~40분이면 충분해 다른 안동 여행지와 함께 일정에 넣기 좋다.
내비게이션에는 용계리 은행나무를 목적지로 넣으면 된다. 은행잎은 절정을 지나면 빠르게 떨어지므로, 나무 전체가 노랗게 물든 모습을 보려면 11월 초중순에 맞춰 가는 것이 좋다. 잎이 진 뒤에도 바닥에 노란 잎이 깔린 섬 풍경은 한동안 이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