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시간이면 도는 산사인데 계단 위 마당까지 단풍이에요"... 관람료 없이 걷는 세계유산 산사 단풍길


안동 봉정사 / 한국관광공사-라이브스튜디오

안동 봉정사 / 한국관광공사-라이브스튜디오

천등산 자락에 자리한 안동 봉정사는 2018년 '산사, 한국의 산지승원'이라는 이름으로 유네스코 세계유산에 오른 국내 산사 일곱 곳 가운데 하나다. 경내에는 국내에 남은 목조 건물 가운데 가장 오래된 것으로 알려진 극락전이 있고, 대웅전도 국보로 지정돼 있다. 규모가 큰 절은 아니어서 오래된 전각들이 작은 마당을 사이에 두고 가까이 모여 있다.

가을에 이곳을 찾는 이유는 절 입구에서 안쪽 암자까지 이어지는 단풍이다. 안동시 관광 자료는 예년 기준으로 봉정사 단풍을 보기 좋은 때를 10월 말부터 11월 초로 꼽는다. 진입로 양옆 나무가 물들고, 절 동쪽 영산암 앞 돌계단 주변에서는 기와지붕 위로 붉고 노란 가지가 드리운다. 높은 봉우리에 오르지 않고도 오래된 산사 마당과 단풍을 함께 볼 수 있는 셈이다.

진입로에서 본당 마당까지

안동 봉정사 / 한국관광공사-라이브스튜디오

안동 봉정사 / 한국관광공사-라이브스튜디오

주차장에서 절까지는 숲 사이로 난 오르막길을 걷는다. 일주문을 지나면 길이 조금 가팔라지고, 돌계단 끝에 누각인 만세루가 나타난다. 만세루 아래를 지나 마당에 올라서면 대웅전이 정면에 보이고, 그 옆으로 극락전과 삼층석탑이 선 또 하나의 마당이 이어진다.

극락전은 맞배지붕을 얹은 단정한 건물이다. 1972년 해체 수리 때 고려 공민왕 시기에 지붕을 고쳤다는 기록이 나와, 그보다 앞서 지어졌다는 사실이 확인됐다. 두 마당 모두 넓지 않아 전각 처마와 뒤편 산자락 나무가 한눈에 들어온다. 단풍이 들면 짙은 나무 기둥과 기와 위로 단풍 색이 겹쳐 사진으로 담기에도 좋다.

영산암 돌계단과 작은 마당

안동 봉정사 / 한국관광공사-김지호

안동 봉정사 / 한국관광공사-김지호

대웅전 마당에서 동쪽으로 난 짧은 길을 따라가면 영산암이 나온다. 암자 입구인 우화루는 아래층이 문 역할을 해, 누각 밑을 지나 자연석으로 쌓은 계단을 오르게 된다. 계단 위에는 전각 여러 채가 둘러싼 작은 마당이 있고, 마당 안 소나무와 바위가 살림집 정원 같은 분위기를 만든다.

이곳은 1989년 개봉한 영화 '달마가 동쪽으로 간 까닭은?'의 촬영지로도 알려졌다. 가을에 계단 아래에서 우화루를 올려다보면 누각 지붕과 단풍 가지가 겹쳐 보이고, 마당에 올라서면 처마 사이로 물든 산비탈이 보인다. 공간이 작아 한자리에 오래 서 있기보다 계단과 마당을 천천히 오가며 둘러보는 편이 좋다.

둘러보는 데 걸리는 시간과 찾아가는 길

안동 봉정사 / 한국관광공사-디엔에이스튜디오

안동 봉정사 / 한국관광공사-디엔에이스튜디오

봉정사는 2023년 5월부터 문화재 관람료를 받지 않는다. 주소는 경북 안동시 서후면 봉정사길 222로, 안동 시내에서 차로 30분 안팎 걸린다. 진입로 아래쪽부터 절 가까이까지 주차할 곳이 나뉘어 있어 아래쪽에 차를 두면 숲길을 더 길게 걸을 수 있다.

진입로와 본당 마당, 극락전, 영산암을 차례로 돌아보는 데는 1시간에서 1시간 30분 정도면 넉넉하다. 오르막과 돌계단이 있지만 산행이라 부를 만한 거리는 아니어서 가벼운 운동화 차림이면 충분하다.

안동 봉정사 / 한국관광공사-디엔에이스튜디오

안동 봉정사 / 한국관광공사-디엔에이스튜디오

순서는 본당 마당을 먼저 보고 영산암으로 넘어가는 쪽이 자연스럽다. 진입로에서 본당까지 오르는 동안 숲의 단풍을 보고, 마당에서는 오래된 전각과 석탑을, 마지막 영산암에서는 계단과 누각이 만드는 좁은 풍경을 보게 된다. 돌아 나올 때는 같은 진입로를 내려오며 올라올 때와 반대 방향의 숲을 다시 볼 수 있다.

수행 공간인 만큼 법당 주변과 암자 마당에서는 목소리를 낮추고 조용히 움직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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