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발 900m 두 봉우리 사이가 통째로 억새밭이에요"... 11월이면 금빛으로 물드는 고갯마루 트레킹 코스


간월재 / 한국관광공사-라이브스튜디오

간월재 / 한국관광공사-라이브스튜디오

울산광역시 울주군의 간월재는 신불산과 간월산 능선이 만나는 고갯마루다. 해발 1,159m 신불산과 1,069m 간월산 사이가 해발 약 900m 높이로 잘록하게 내려앉은 자리인데, 이 넓은 안부를 억새가 빽빽하게 덮고 있다. 양쪽 봉우리가 병풍처럼 서 있고 그 사이 평탄한 땅이 억새로 채워져 있어, 고개에 올라서면 산 위에 들판이 펼쳐진 듯한 풍경을 마주한다.

산행 경험이 적은 사람도 이곳까지 갈 수 있는 것은 오르는 길 덕분이다. 영남알프스 봉우리들은 대개 바위 능선을 타야 정상에 닿지만, 간월재는 배내골 쪽에서 완만한 임도를 따라 걸어 올라갈 수 있다. 가파른 바윗길을 지나지 않고도 해발 900m 억새평원 한가운데에 설 수 있다는 점이 이 고개를 찾는 가장 큰 이유다.

고갯마루를 덮은 억새평원

간월재 / 한국관광공사-라이브스튜디오

간월재 / 한국관광공사-라이브스튜디오

억새는 가을이 깊어질수록 색이 바뀐다. 이삭이 막 올라올 때는 은빛을 띠다가 11월 무렵이면 누런 금빛으로 짙어지는데, 이때가 간월재 억새의 절정으로 꼽힌다. 바람이 능선을 넘어올 때마다 고개 전체의 억새가 한 방향으로 눕고 일어서기를 되풀이한다. 해가 기울어 빛이 낮게 들어오면 이삭 끝이 반짝이며 평원이 한층 밝은 색으로 보인다.

간월재 / 한국관광공사-라이브스튜디오

간월재 / 한국관광공사-라이브스튜디오

억새평원 안에는 데크 길이 놓여 있어 억새 사이를 걸으며 둘러볼 수 있다. 데크에 서면 한쪽으로는 신불산으로 이어지는 능선이, 다른 쪽으로는 간월산 봉우리가 올려다보인다. 고개 아래로는 지나온 배내골 산자락과 굽이진 임도가 내려다보인다. 높은 봉우리에 오르지 않아도 두 산의 능선과 억새를 한자리에서 함께 볼 수 있다.

간월재 / 한국관광공사-라이브스튜디오

간월재 / 한국관광공사-라이브스튜디오

고개에는 휴게소와 화장실이 있어 오래 머물기에도 부담이 적다. 정상을 서둘러 오르내리는 산행보다 억새평원에서 쉬면서 풍경을 즐기는 일정이 이곳에 잘 맞는다. 간월산이나 신불산 정상까지 이어 걷고 싶다면 고개에서 능선을 따라 더 오르면 된다. 고개 위 능선길은 임도보다 경사가 있으므로 남은 체력과 하산 시간을 따져 정하는 것이 좋다.

사슴농장 임도로 걷는 시간과 찾아가는 길

간월재 / 한국관광공사-심현우

간월재 / 한국관광공사-심현우

여러 갈래 등산로 가운데 가장 수월한 길은 배내골 사슴농장 방면 임도다. 배내2 공영주차장에서 출발해 사슴농장 쪽으로 들어서면 넓은 임도가 산허리를 감아 돌며 고개까지 이어진다. 경사가 완만하고 길 대부분이 넓게 닦여 있어 걸음이 편하다. 임도를 오르는 동안 나무 사이로 배내골 산자락이 조금씩 넓게 열린다.

왕복에는 약 3시간이 걸린다. 억새평원에서 사진을 찍고 쉬는 시간까지 더하면 4~5시간 정도를 잡아야 여유롭다. 가을 산은 해가 빨리 지므로 오전에 출발해 해 지기 전에 주차장으로 내려오는 일정이 알맞다. 바람을 막아 줄 나무가 거의 없는 고갯마루는 산 아래보다 쌀쌀하게 느껴진다. 얇은 겉옷을 한 벌 더 챙기고 물과 간식을 넉넉히 준비하면 억새평원에서 한결 오래 머물 수 있다.

차는 배내2 공영주차장에 두면 되고 주차 요금은 받지 않는다. 등산로 입구에도 화장실이 있어 출발 전에 들르기 좋다. 억새철 주말에는 오전 일찍 자리가 차는 일이 잦아 이른 시간에 도착하는 편이 낫다. 금빛 억새를 보려면 10월 하순부터 11월 첫 주 사이에 맞춰 길을 나서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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