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선 정암사 / 한국관광공사-강원지사 모먼트스튜디오 |
강원특별자치도 정선군 고한읍의 정암사는 해발 1,573m 함백산 자락 깊은 골짜기에 들어앉은 절이다. 이 절에서 가장 먼저 찾게 되는 것은 법당이 아니라 뒷산 비탈에 선 돌탑이다. 높이 9m의 수마노탑은 돌을 벽돌처럼 다듬어 7층으로 쌓은 모전석탑으로, 국보로 지정돼 있다. 탑 안에 부처의 사리를 모셨다고 전해져 정암사는 우리나라 5대 적멸보궁 가운데 한 곳으로 꼽힌다.
가을에는 이 탑을 둘러싼 산비탈이 붉고 노랗게 물든다. 정선군이 2019년 10월 27일 찍은 사진에는 회색 돌탑 뒤로 진한 단풍이 산을 덮은 모습이 담겼고, 그해 10월 26일과 27일 이틀 동안 탐방객과 순례자 약 1,500명이 이곳을 찾았다. 긴 정상 산행을 하지 않아도 오래된 절과 돌탑, 단풍을 한 번에 볼 수 있다는 점이 이 절을 찾는 이유다.
불상 없는 법당과 뒷산 돌탑
정선 정암사 / 한국관광공사-강원지사 모먼트스튜디오 |
정암사 경내에 들어서면 계곡을 낀 좁은 터에 전각들이 낮게 자리 잡고 있다. 적멸보궁 법당 안에는 불상이 없다. 부처의 사리를 모신 수마노탑이 그 역할을 대신하기 때문에, 법당에서 절을 올리는 사람들은 탑이 있는 산 쪽을 향해 앉는다.
이렇게 부처의 사리를 모신 법당을 적멸보궁이라 부른다. 정암사와 함께 양산 통도사, 평창 오대산, 영월 법흥사, 인제 설악산 봉정암의 적멸보궁이 5대 적멸보궁으로 묶인다. 다섯 곳 가운데 정암사는 사리를 모신 탑이 법당 뒤 산비탈에 따로 서 있어, 절 마당에서 계단을 따라 탑까지 걸어 올라가며 둘러보게 된다.
정선 정암사 / 한국관광공사-강원지사 모먼트스튜디오 |
수마노탑은 적멸보궁 뒤편의 가파른 계단을 10분 남짓 올라야 닿는다. 숨이 조금 차는 길이지만 거리가 짧아 천천히 걸어도 무리가 없다. 탑 아래에 서면 층마다 얇게 내민 지붕돌이 겹겹이 올라가는 모습을 가까이에서 볼 수 있다. 벽돌을 쌓은 듯한 회색 표면은 가을 숲의 붉은빛과 맞닿아 윤곽이 더 또렷하게 드러난다.
탑 앞에서 뒤돌아서면 계곡 아래로 절집 지붕이 내려다보인다. 계단을 오를 때 나무에 가려 있던 전각들이 단풍 사이로 모여 있는 모습이 한 화면에 들어오는 자리다. 탑을 올려다보는 사진과 절을 내려다보는 사진을 모두 이곳에서 찍을 수 있다.
올해 단풍은 언제쯤
정선 정암사 / 한국관광공사-강원지사 모먼트스튜디오 |
함백산은 높은 산이라 평지보다 단풍이 일찍 든다. 정암사 일대는 2019년 10월 하순에 단풍이 짙게 물들었다. 올해 절정 시기는 아직 알려지지 않았지만, 비슷한 시기에 물든다면 이달 하순 무렵 돌탑을 감싼 가을빛을 볼 수 있다. 계곡 안쪽은 해가 일찍 산 뒤로 넘어가므로 오전이나 이른 오후에 찾으면 단풍 색이 더 밝게 보인다.
절 앞까지 차로 가고 1시간 걷는 길
정선 정암사 / 한국관광공사-강원지사 모먼트스튜디오 |
정암사는 만항재로 이어지는 산길 길목에 있어 차를 타고 절 바로 앞까지 갈 수 있다. 입구에서 경내를 둘러보고 수마노탑까지 올랐다 내려오는 데는 사진 찍는 시간을 넣어도 1시간 안팎이면 충분하다. 산 정상을 오르는 일정이 아니어서 등산 장비 없이 바닥이 편한 운동화면 된다.
다만 탑으로 오르는 계단은 경사가 있어 비가 온 뒤나 낙엽이 많이 쌓인 날에는 미끄럽다. 난간을 잡고 천천히 오르내리는 편이 안전하다. 정암사는 수행 공간이기도 해 법당 안이나 예불 시간에는 큰 소리를 내지 않고 조용히 둘러보는 것이 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