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길 뻔한 은행나무를 15m 흙섬 위로 올렸어요"... 700년 넘게 산 호숫가 은행나무 명소


안동 용계리의 가을 / 한국관광공사-정용현

안동 용계리의 가을 / 한국관광공사-정용현

경상북도 안동시 길안면 용계리, 임하호 가장자리에는 흙을 쌓아 만든 작은 섬 위에 은행나무 한 그루가 서 있다. 이 나무의 원래 자리는 지금보다 15m가량 아래였다. 임하댐 건설로 마을 일대가 물에 잠기게 되자 나무를 다른 곳으로 옮기는 대신 그 자리에서 수직으로 들어 올리고, 아래에 흙을 채워 땅을 높이는 방법을 택했다.

1990년부터 4년에 걸친 이 공사에는 당시 돈으로 25억 원이 들었다. 무게가 수백 톤에 이르는 나무를 통째로 끌어올린 작업은 세계에서 가장 큰 나무 이식 사례로 기네스북에도 기록됐다. 그렇게 살아남은 나무는 해마다 가을이면 잎을 노랗게 물들이고, 안동시는 이 무렵을 호수와 황금빛 나무를 함께 볼 수 있는 때로 소개해 왔다.

700년 넘게 마을을 지킨 암나무

안동 용계리 은행나무 / 한국관광공사-디엔에이스튜디오

안동 용계리 은행나무 / 한국관광공사-디엔에이스튜디오

용계리 은행나무는 수령이 700년을 넘는 것으로 추정되는 암나무로, 1966년 천연기념물로 지정됐다. 가슴 높이에서 잰 둘레가 14m 안팎으로 국내 은행나무 가운데 가장 굵은 축에 든다. 가까이에서 올려다보면 굵은 가지가 사방으로 뻗어 머리 위 하늘을 넓게 가린다.

암나무라 가을이면 가지에 열매가 달리고, 잎이 질 무렵에는 나무 아래로 열매가 떨어진다. 은행 열매 겉껍질은 냄새가 강하고 맨손으로 만지면 피부가 가려울 수 있으니, 나무 아래를 걸을 때는 밟거나 줍지 않는 편이 낫다. 임하호는 임하댐이 막은 물로 생긴 호수로, 물가를 따라 낮은 산이 겹겹이 둘러서 있어 나무 뒤로 넓은 수면과 산자락이 함께 펼쳐진다.

안동 용계리 은행나무 / 한국관광공사-디엔에이스튜디오

안동 용계리 은행나무 / 한국관광공사-디엔에이스튜디오

들어 올린 뒤 다시 뿌리를 내리기까지는 긴 관리가 필요했다. 2024년에는 국가유산청이 나무를 새 자리에 심은 지 30년이 된 것을 기념하는 행사를 이 나무 앞에서 열었다. 물에 잠길 뻔한 노거수를 지켜 낸 이력 덕분에 자연유산 보존을 이야기할 때 자주 언급되는 나무다.

10월 말 노란 잎과 호수가 겹치는 풍경

안동 용계리 은행나무 / 한국관광공사-디엔에이스튜디오

안동 용계리 은행나무 / 한국관광공사-디엔에이스튜디오

안동시는 매년 10월 말 노랗게 물든 은행나무가 임하댐 물빛과 어우러진다고 안내해 왔다. 예년 흐름을 따르면 이달 하순 무렵이 잎 색이 짙어지는 때다. 단풍은 그해 기온에 따라 며칠씩 앞뒤로 달라지므로 10월 말 전후로 일정을 넓게 잡으면 노란 잎을 볼 가능성이 높다.

나무가 섬 위에 서 있어 다리를 건너는 동안 정면으로 나무 전체 모습이 눈에 들어온다. 섬에 올라서면 나무 둘레를 따라 천천히 돌며 줄기와 가지를 가까이 볼 수 있고, 나무 뒤편으로는 호수와 이를 둘러싼 산 능선이 이어진다. 잎이 물들면 노란 수관과 푸른 물, 산자락이 한 화면에 겹친다.

산을 오르거나 긴 길을 걸을 필요가 없다는 점도 이곳의 장점이다. 다리를 건너 나무를 한 바퀴 돌고 호수 쪽 풍경까지 사진에 담는 데 30~40분이면 넉넉하다. 나무 아래에서 수관 전체를 담기 어렵다면 다리 위나 섬 입구 쪽으로 물러나 호수와 함께 찍는 편이 좋다.

다리 건너 섬으로 들어가는 길

안동 용계리 은행나무 / 한국관광공사-디엔에이스튜디오

안동 용계리 은행나무 / 한국관광공사-디엔에이스튜디오

용계리 은행나무는 따로 입장료를 받지 않는다. 길가에 차를 세운 뒤 섬으로 이어진 다리를 건너 나무 앞까지 걸어가면 되고, 주차도 무료다. 안동 시내에서는 길안면 방향으로 내려가 임하호 상류 쪽 용계리에 닿는다.

주차 공간이 넓지 않은 길가라 은행잎이 물드는 가을 주말에는 이른 시간에 도착하는 편이 여유롭다. 나무가 천연기념물인 만큼 줄기에 오르거나 가지를 꺾는 행동은 삼가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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