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곡 위 14m 무지개 돌다리 건너는 사찰이에요"... 전쟁에도 홀로 남은 옛 문 지나는 고찰 산책로


건봉사 / 한국관광공사-손명권

건봉사 / 한국관광공사-손명권

강원특별자치도 고성군 거진읍 건봉사 경내에는 계곡을 가로지르는 돌다리가 있다. 능파교라 불리는 이 다리는 길이 14.3m, 폭 3m로 가운데가 둥글게 솟은 무지개 모양이다. 다리 한쪽에는 대웅전 구역이, 건너편에는 극락전 구역이 있어 절 안을 둘러보려면 자연스럽게 이 다리를 건너게 된다. 다리는 보물로 지정돼 있다.

건봉사는 신라 법흥왕 7년인 520년에 처음 문을 열었다고 전해지는 절로, 금강산 남쪽 자락에 자리한다. 고성 지역에서는 예년 10월 단풍이 절정을 맞는 명소로 꼽혀 왔다. 산 정상까지 오르지 않아도 계곡과 돌다리, 전각 사이에서 가을빛을 볼 수 있다는 점이 이곳의 장점이다. 올해도 예년처럼 10월에 단풍이 든다면 계곡 주변이 붉은빛과 노란빛으로 물든 모습을 만날 수 있다.

전쟁에도 남은 옛 문과 계곡 위 돌다리

고성 건봉사 / 한국관광공사-김지호

고성 건봉사 / 한국관광공사-김지호

주차장에서 경내로 들어서면 먼저 불이문을 지난다. 1920년에 세운 문으로, 6·25전쟁 때 고성 일대에서 치열한 공방전이 벌어지며 절의 건물 대부분이 불탔을 때도 이 문은 피해를 입지 않았다. 지금 경내의 전각 대부분은 1994년부터 이어진 복원 작업으로 다시 세운 것이다. 불이문은 강원도 문화재자료로 지정돼 있다.

건봉사 / 한국관광공사-손명권

건봉사 / 한국관광공사-손명권

불이문을 지나 조금 더 걸으면 능파교가 나온다. 다리 아래로 계곡물이 흐르고 양쪽으로 숲이 이어진다. 다리 위에 서면 물길을 따라 뻗은 숲이 한눈에 들어오고, 계곡 가까이 내려가 올려다보면 둥근 아치와 그 위로 겹친 나뭇가지를 한 장면에 담을 수 있다. 단풍이 드는 철에는 돌다리의 회색빛과 나뭇잎 색이 뚜렷하게 대비된다.

능파교 역시 한국전쟁 때 큰 피해를 입지 않아 옛 모습을 비교적 잘 간직하고 있다. 2023년에는 절터 전체가 '고성 건봉사지'라는 이름으로 국가 사적이 됐다. 오래된 돌다리와 새로 지은 전각이 한 경내에 함께 있어, 걷는 동안 오랜 시간과 최근의 복원 흔적을 나란히 보게 된다.

치아사리를 모신 적멸보궁까지

건봉사 / 한국관광공사-손명권

건봉사 / 한국관광공사-손명권

능파교를 건너 경내 안쪽으로 더 들어가면 적멸보궁이 있다. 건봉사에는 석가모니의 치아 진신사리가 모셔져 있는데, 임진왜란 때 왜군이 가져간 것을 사명대사가 되찾아 이곳에 봉안했다고 전해진다. 적멸보궁은 그 사리를 모신 곳이어서 경내 길을 걷는 동선의 마지막 목적지로 삼기 좋다.

사명대사는 임진왜란 당시 이 절에서 승병을 일으킨 인물로도 전해진다. 불이문에서 능파교를 지나 적멸보궁에 이르는 길은 이처럼 전쟁과 복원, 오래된 전승이 차례로 이어지는 길이다. 계곡을 사이에 두고 나뉜 두 구역을 오가며 걸으면 단풍 든 산자락이 전각 뒤로 겹쳐 보인다.

둘러보는 데 걸리는 시간과 찾아가는 길

건봉사 / 한국관광공사-손명권

건봉사 / 한국관광공사-손명권

주차장에서 불이문과 능파교를 지나 적멸보궁까지 다녀오는 길은 산 정상을 오르는 등산로가 아니라 경내를 잇는 길이다. 사진을 찍으며 천천히 왕복하면 1시간에서 2시간 정도가 걸린다. 계곡 가까이 내려가 돌다리를 올려다보는 시간까지 넣으면 2시간 쪽으로 잡는 편이 알맞다.

차로 갈 때는 내비게이션에 고성군 거진읍 건봉사로 723을 입력하면 된다. 절 입구에 주차장이 있어 차를 세운 뒤 바로 경내로 걸어 들어갈 수 있다. 경내는 사찰 공간이므로 법당 주변에서는 목소리를 낮추고, 예불이 열리는 전각 안은 함부로 들어가지 않는 것이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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