넓은 스테인리스 볼의 쌀뜨물에 손질한 고등어 토막을 담가 둔 모습. / 기사 이해를 돕기 위한 생성형 이미지 |
고등어와 갈치가 맛있어지는 가을이면 저녁 반찬으로 생선구이를 올리는 집이 많아진다. 그런데 프라이팬에 생선을 올리자마자 비린내가 부엌을 넘어 거실까지 퍼지고, 막상 상에 올려 한 입 먹어 보면 살에서도 비린 맛이 남아 아쉬울 때가 있다.
비린내를 줄이려고 레몬즙을 뿌리거나 맛술을 두르는 방법이 흔히 쓰이지만, 저녁 준비를 하다 보면 레몬이 떨어졌거나 술이 없을 때가 더 많다. 따로 사러 나가기도 번거로워서 결국 물에 한 번 헹구고 그냥 굽게 되는데, 그렇게 구운 생선은 냄새가 그대로인 경우가 대부분이다.
이럴 때는 밥을 지으면서 늘 버리던 쌀뜨물을 쓰면 된다. 쌀을 두세 번째 씻을 때 나온 뽀얀 물에 생선을 10분가량 담가 두었다가 굽는 방법인데, 따로 사야 할 재료가 없고 밥 짓는 김에 바로 할 수 있어 부담이 없다.
생선 표면 점액에 몰려 있는 비린내
손질한 고등어 껍질 표면을 가까이에서 본 모습. / 기사 이해를 돕기 위한 생성형 이미지 |
생선 비린내는 살 깊은 곳보다 껍질과 표면을 덮은 끈적한 점액에 많이 몰려 있다. 손질한 생선을 만졌을 때 손에 미끈하게 묻어나는 것이 바로 이 점액인데, 냄새를 내는 성분은 물에 잘 녹는 성질이 있어 물로 씻어 내면 어느 정도는 줄어든다.
다만 맹물로 한 번 헹구는 정도로는 미끄러운 점액이 표면에 그대로 붙어 있기 쉬워서, 물이 겉을 스치고 지나갈 뿐 냄새가 충분히 빠지지 않는다. 그래서 점액을 물속으로 끌어낼 무언가가 있어야 굽기 전에 비린내를 덜어 낼 수 있다.
쌀뜨물에는 쌀을 씻을 때 떨어져 나온 전분 알갱이가 많이 떠 있는데, 이 전분이 생선 표면의 점액과 냄새 성분을 붙잡아 물속으로 데리고 나온다. 첫 번째 물은 쌀겨와 먼지가 섞여 있으니 버리고, 그다음 두세 번째에 받은 물을 쓰는 것이 좋다.
구이용 생선에 밴 비린내 빼는 방법
쌀을 두세 번째 씻어 받은 뽀얀 물을 넓은 스테인리스 볼에 담은 모습. / 기사 이해를 돕기 위한 생성형 이미지 |
쌀을 씻을 때 첫 물은 버리고 두 번째와 세 번째 물을 넓은 그릇에 받아 둔다. 고등어 한 마리나 갈치 두세 토막이라면 생선이 완전히 잠길 만큼이면 충분하고, 생선은 내장과 핏물을 먼저 손질한 다음 흐르는 물에 가볍게 한 번 헹궈 쌀뜨물에 넣는다.
생선을 쌀뜨물에 넣고 10분가량 그대로 둔다. 냉동 생선이라면 꺼내서 바로 담가도 되는데, 쌀뜨물에 두는 동안 해동과 비린내 빼기를 한 번에 할 수 있어 시간이 줄어든다. 담가 둔 물이 처음보다 탁해지면 점액이 빠져나온 것이다.
쌀뜨물에 고등어 토막을 담가 10분간 두는 모습. / 기사 이해를 돕기 위한 생성형 이미지 |
10분이 지나면 생선을 건져 흐르는 물에 가볍게 헹구고 키친타월로 앞뒤와 칼집 사이까지 물기를 꼼꼼히 닦는다. 물기가 남은 채로 달군 기름에 올리면 기름이 사방으로 튀어 손을 데기 쉽고, 수증기와 함께 냄새도 다시 퍼지니 물기를 닦는 일은 빼먹지 않는 것이 좋다.
키친타월로 고등어 껍질과 칼집 사이의 물기를 닦는 모습. / 기사 이해를 돕기 위한 생성형 이미지 |
냉동실에 오래 둔 생선은 쌀뜨물에 담가도 비린내가 덜 빠질 수 있으니 되도록 빨리 먹는 것이 좋다. 자반고등어처럼 소금 간이 센 생선은 쌀뜨물에 30분 정도 담가 두면 짠맛도 함께 줄어들고, 쌀뜨물은 쌀을 씻은 그날 받아서 바로 쓰는 것이 깔끔하다.
오늘 저녁 생선을 구울 계획이라면 쌀을 씻을 때 두세 번째 물을 따로 받아 두는 습관을 들여 보길 권한다. 버리던 물 한 그릇이 식구들 밥상에 오르는 생선구이 맛을 한결 깔끔하게 바꿔 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