닭실마을 / 한국관광공사-김지호 |
경상북도 봉화군 봉화읍 닭실마을 안쪽에는 연못 가운데 솟은 거북 모양 바위 위에 올라앉은 정자가 있다. 1526년 조선 문신 권벌이 세운 청암정으로, 땅을 다져 터를 만든 것이 아니라 원래 있던 큰 바위의 생긴 모양을 그대로 살려 그 위에 기둥을 세웠다. 바위와 정자 사이에 빈틈이 거의 없어, 물 위에 바위가 떠 있고 그 등에 집이 한 채 얹힌 것처럼 보인다.
정자로 건너가는 길은 연못을 가로지르는 좁은 돌다리 하나뿐이다. 폭이 한 사람이 지나갈 정도여서 걸음이 느려지고, 그 덕에 물에 비친 정자와 바위 틈을 가까이서 들여다보게 된다. 연못 둘레에는 오래된 나무들이 둘러서 있어 가을에는 잎 색이 물 위에 겹쳐 보인다. 인근 청량산의 2026년 단풍 절정 예상일이 10월 28일로 예보돼, 마을 앞 들녘이 황금빛으로 익은 시기와 단풍이 함께 걸리는 기간이다.
거북 바위 위에 올라앉은 정자
청암정 / 한국관광공사-김지호 |
청암정은 보물로 지정된 조선 전기 정자다. 바위 위라 바닥 높이가 제각각인데, 기둥 길이를 서로 다르게 깎아 마루를 수평으로 맞췄다. 정자 한쪽에 붙은 작은 온돌방은 굴뚝이 보이지 않는 구조로, 바위에 불을 대지 않기 위해 만든 형태라는 설명이 따라붙는다.
정자 위로는 올라갈 수 없다. 대신 연못을 한 바퀴 돌며 보는 각도가 자리마다 달라진다. 돌다리 앞에서는 바위의 두툼한 몸체가 앞으로 나오고, 연못 반대편으로 돌아가면 정자 지붕선과 그 뒤편 산자락이 한 화면에 들어온다. 정자 옆에는 권벌의 유물을 보관한 충재와 살림집이 이어져 있어, 기와지붕과 흙담이 겹친 고택 풍경을 같이 보게 된다.
황금 들녘과 고택이 이어지는 마을
닭실마을 / 한국관광공사-김지호 |
닭실마을은 500여 년 동안 이어져 온 안동권씨 집성촌이다. 마을은 낮은 산이 삼면을 감싼 안쪽에 앉아 있고, 그 앞으로 논이 넓게 펼쳐진다. 가을에 벼가 익으면 들녘 전체가 노랗게 바뀌고, 마을 쪽으로 갈수록 기와집과 담장, 그 사이의 단풍나무가 차례로 나타난다.
논 사이 길은 평지라 걷기 어렵지 않다. 들녘 가운데에서는 시야가 트여 마을과 산이 한눈에 들어오고, 마을 입구로 들어서면 길이 좁아지면서 담장과 나무가 가까워진다. 넓은 들에서 좁은 고택 골목으로 바뀌는 구간이 짧아 풍경이 바뀌는 속도가 빠르다.
닭실마을 / 한국관광공사-김지호 |
마을 뒤쪽으로는 나지막한 솔숲이 이어진다. 논에 서서 보면 집과 숲, 산 능선이 아래에서 위로 층을 이루고, 추수가 끝난 논은 색이 가라앉아 담장 옆 단풍 색이 더 두드러진다. 들녘과 고택 중 어느 쪽을 보러 가는지에 따라 방문 시기를 앞뒤로 조금씩 당기거나 미루면 된다.
걷는 데 걸리는 시간과 찾아가는 길
청암정 / 한국관광공사-김지호 |
닭실마을 주차장에 차를 세우고 들녘 사이 길을 따라 10분 정도 걸으면 청암정에 닿는다. 연못 주변과 고택을 함께 둘러보는 데는 한 시간 안팎이면 충분하다. 관람료는 받지 않는다. 사람이 사는 집이 섞여 있는 마을이라 살림집 안으로는 들어가지 않고, 정자와 연못 주변 나무도 그대로 두고 보는 곳이다.
문이 닫혀 있을 때는 바로 옆 충재박물관에서 안내를 받을 수 있다. 차로 올 경우 중앙고속도로 영주 방면에서 봉화읍 쪽으로 이동하면 되고, 봉화읍 시내에서는 차로 10분이 걸리지 않는다. 돌다리와 연못 가장자리에는 난간이 없어 비가 온 뒤에는 발밑을 살피는 것이 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