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탁망에 넣은 크림색 니트와 울 전용 세제가 세탁기 옆에 놓여 있다. / 기사 이해를 돕기 위한 생성형 이미지 |
아침저녁으로 바람이 서늘해지면 옷장 깊숙이 넣어 두었던 니트를 꺼내게 되는데, 한 철 내내 접힌 채로 눌려 있던 옷이라 자국도 남아 있고 퀴퀴한 냄새도 조금씩 올라온다. 그래서 첫 외출 전에 한 번 빨아서 입으려고 세탁기를 돌리는 집이 많다.
울코스를 골라 조심스럽게 돌렸는데도 꺼내 보면 어깨선이 처져 있고 밑단이 축 늘어나 있는 경우가 있다. 니트도 결국 빨래니까 물기를 최대한 빼야 빨리 마른다고 생각해 탈수를 끝까지 돌리고, 젖은 상태로 옷걸이에 걸어 널어 둔 결과다. 한 번 늘어난 니트는 다시 입었을 때 품이 남아 헐렁하게 돌아다닌다.
니트를 한 철 만에 못 입게 만드는 자리는 세탁 자체가 아니라 탈수와 건조에 있다. 탈수를 30초 안에서 끊고 다 빤 니트를 걸지 않고 평평하게 눕혀 말리면 처음 모양이 그대로 남는다.
탈수를 오래 돌릴수록 니트 어깨가 늘어나는 이유
세탁기 조작부에서 탈수 시간을 짧게 설정하는 손가락이 보인다. / 기사 이해를 돕기 위한 생성형 이미지 |
니트는 천을 잘라 붙여 만든 옷이 아니라 실 한 가닥을 고리처럼 이어 엮어 만든 옷이다. 고리와 고리 사이에 빈틈이 있어 따뜻하고 신축성도 좋지만, 그 빈틈 때문에 한쪽으로 힘을 받으면 고리가 옆으로 벌어지면서 길이가 늘어난다. 마른 상태에서는 손을 떼면 어느 정도 돌아오지만, 물을 먹으면 실이 무거워지고 부드러워져서 벌어진 모양 그대로 굳는다.
세탁기 탈수는 통을 빠르게 돌려 원심력으로 물을 빼내는 방식이라, 니트가 통 벽에 눌린 채 한쪽으로 강하게 당겨진다. 30초 정도면 겉에 흐르던 물만 빠지지만 그 시간을 넘기면 물을 머금어 무거워진 부분이 계속 끌려가면서 고리가 벌어지고, 소매와 밑단처럼 끝부분이 먼저 늘어난다.
물 온도도 같이 챙겨야 하는데, 30도를 넘는 따뜻한 물에서는 양모 섬유 표면이 부풀어 서로 엉키면서 옷이 줄어들고 뻣뻣해지기 때문이다. 일반 세탁세제에 든 알칼리 성분도 실을 거칠게 만든다. 결국 니트는 미지근한 물과 순한 세제로 빨고, 물을 빼내는 힘이 오래 걸리지 않게 하는 쪽으로 손을 대야 한다.
가을 니트 늘어나지 않게 세탁하고 말리는 방법
마른 수건 위에 펼친 니트를 수건째 말아 손바닥으로 누르고 있다. / 기사 이해를 돕기 위한 생성형 이미지 |
먼저 니트를 뒤집어서 세탁망에 담는데, 망은 옷이 접히거나 눌리지 않고 들어갈 만큼 넉넉한 크기로 고르고 한 망에 한 벌만 넣는다. 세제는 중성세제나 울 전용 세제를 쓰고, 세탁기는 울코스나 섬세코스에 맞추면서 물 온도를 30도 이하로 둔다.
손을 대야 하는 곳은 탈수다. 코스에 딸려 오는 탈수 시간을 30초 이내로 줄여 놓고, 시간을 따로 설정할 수 없는 세탁기라면 탈수를 아예 건너뛰고 니트를 꺼낸다. 이때는 마른 수건 위에 니트를 펼쳐 놓고 수건째 둘둘 말아 손바닥으로 지그시 눌러 물기를 빼면 된다. 비틀어 짜면 그 자리에 주름이 남으니 누르기만 한다.
물이 뚝뚝 떨어지지 않을 정도가 되면 바람이 잘 통하는 그늘에 건조대를 펴고 그 위에 니트를 평평하게 눕힌다. 건조대 살 사이로 옷이 꺼지면 큰 수건을 한 장 깔고 그 위에 올린다. 눕힌 뒤에는 어깨선과 소매를 원래 모양대로 펴 주고 밑단도 손으로 가볍게 밀어 폭을 맞춰 두며, 반나절쯤 지나 겉면이 꾸덕해지면 한 번 뒤집어 아래쪽에도 바람이 닿게 하고 형태를 다시 잡아 준다.
접이식 빨래건조대 위 수건에 니트를 평평하게 펴서 말리고 있다. / 기사 이해를 돕기 위한 생성형 이미지 |
직사광선 아래나 건조기 안에서는 실이 줄어들어 옷이 한 치수 작아지니 그늘에서 말리는 것이 안전하고, 손으로 눌렀을 때 속에 서늘한 기운이 없으면 다 마른 것이다. 니트는 매번 빨 필요도 없는 옷이라 한 번 입고 나면 통풍되는 곳에 하루 걸어 두었다가 개어 넣고, 한 시즌에 두세 번만 빠는 것으로 충분하다.
마른 니트를 접어 서랍에 넣기 전 옷장 선반에 가지런히 놓아 두었다. / 기사 이해를 돕기 위한 생성형 이미지 |
탈수를 30초에서 끊고 눕혀 말리는 일은 시간이 더 드는 것도, 돈이 드는 것도 아니니 올가을 첫 니트 세탁부터 해 보길 권한다. 니트는 어깨와 밑단 모양이 살아 있을 때 제 모습이 나오는 옷이라, 형태만 지켜 두면 같은 옷을 몇 해 더 입을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