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암산자연휴양림 / 한국관광공사-김지호 |
전라남도 보성군 웅치면과 장흥군 사이에 솟은 제암산은 정상에 커다란 바위 하나를 얹고 있다. 임금바위라 불리는 이 바위에서 산 이름이 나왔고, 해발 807m 꼭대기에 올라섰을 때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오는 것도 이 바위다. 바위를 둘러싼 능선에는 억새가 넓게 자라 9월 말부터 이삭을 벌리고 10월에 은빛이 가장 짙어진다.
억새밭 위로 올라서면 시야가 사방으로 트인다. 남쪽으로는 층층이 계단을 이룬 보성 차밭이 내려다보이고 그 너머로 보성만 바닷물이 이어진다. 공기가 맑은 날에는 바다와 하늘이 맞닿는 선까지 또렷하게 드러난다. 억새와 차밭, 남해 바다를 한 자리에서 보는 산이 흔하지 않아 제암산은 산림청 100대 명산에 이름을 올렸다.
임금바위 주변에서 보이는 풍경
제암산자연휴양림 / 한국관광공사-김지호 |
정상부는 흙길이 끝나고 바위가 무리 지어 솟은 구간이다. 임금바위를 중심으로 크고 작은 암봉이 줄지어 서 있고, 그 사이를 억새가 메운다. 바람이 지나갈 때마다 이삭이 한쪽으로 쏠리며 색이 밝아졌다 어두워지기를 반복한다.
능선은 정상에서 사자산 쪽으로 길게 이어진다. 이 구간은 5월이면 붉은 철쭉 군락으로 뒤덮이는 자리이고, 가을에는 같은 자리가 억새로 바뀐다. 능선을 따라 걸으면 왼쪽에는 장흥 방면 산줄기가, 오른쪽에는 보성 들판과 차밭이 번갈아 들어온다.
제암산자연휴양림 / 한국관광공사-김지호 |
올라가는 동안 보이는 것도 구간마다 바뀐다. 휴양림에서 출발한 초반은 편백과 참나무가 하늘을 가려 발밑만 보이고, 계곡물 소리가 길 옆을 따라온다. 중턱을 지나 나무 키가 낮아지면 그때부터 아래쪽 마을과 저수지가 나뭇가지 사이로 조금씩 열리기 시작한다. 능선에 올라붙는 마지막 구간에서 숲이 한 번에 끝나면서 억새밭과 바위가 눈앞에 나타난다.
걷는 시간과 고를 수 있는 길
제암산자연휴양림 / 한국관광공사-김지호 |
가장 많이 오르는 길은 제암산자연휴양림에서 출발하는 순환 코스다. 휴양림 주차장에서 정상 임금바위까지 올라 다른 길로 내려오면 두 시간 반 정도 걸린다. 오전에 출발하면 점심 전에 내려올 수 있어 하루 일정으로 부담이 크지 않다.
더 길게 걷고 싶다면 곰재를 지나 철쭉 군락과 사자산을 거쳐 용추폭포까지 잇는 길이 있다. 능선을 오래 타는 코스라 다섯 시간가량 잡아야 한다. 중간에 물을 구할 곳이 마땅치 않으니 출발 전에 채워 가는 편이 낫다.
정상까지 오르지 않아도 된다. 휴양림 안에는 전체 2.8km에 누적고도가 70m뿐인 초급 산책 코스가 따로 나 있어, 경사를 거의 느끼지 않고 편백과 계곡 사이를 걸을 수 있다. 5.8km 길이의 무장애 숲길 더늠길도 이어져 유아차나 휠체어로도 숲 안쪽까지 들어간다.
입장료와 찾아가는 길
제암산자연휴양림 / 한국관광공사-김지호 |
휴양림 입장료는 어른 1,000원, 청소년과 군인 600원, 어린이 400원이다. 이 요금으로 숲길과 황토 맨발길, 호수 산책로를 모두 이용한다. 주차장은 휴양림 입구에 마련돼 있고, 숙박동은 별도 예약제로 운영되므로 숲나들e에서 미리 잡아야 한다.
차로 가면 남해고속도로 보성 나들목에서 빠져나와 웅치면 방향으로 들어간다. 억새는 10월 한 달이 절정이지만 산 위는 아래보다 바람이 차고 정상부에 그늘이 거의 없다. 얇은 겉옷 하나를 챙겨 가면 임금바위 근처에서 오래 머무르며 풍경을 볼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