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징어무국 끓일 때 오징어는 '이때' 넣어보세요"…고무처럼 질겨지지 않습니다


맑은 국물에 무와 하얗게 익은 오징어를 담아 낸 오징어무국. / 기사 이해를 돕기 위한 생성형 이미지

맑은 국물에 무와 하얗게 익은 오징어를 담아 낸 오징어무국. / 기사 이해를 돕기 위한 생성형 이미지

가을에 접어들면 무가 단단해지고 단맛이 오른다. 오징어도 살이 통통하게 차는 때라 시장에 나가면 두 가지가 나란히 놓여 있어 장바구니에 같이 담아 오게 된다. 저녁에 국 하나 끓여 밥상에 올리기에 오징어무국만큼 만만한 것도 없어서 이맘때면 냄비를 자주 꺼내게 된다.

그런데 막상 끓여 놓고 보면 오징어가 고무처럼 질겨져 있어서, 젓가락으로 집어 씹어도 잘 끊기지 않고 결국 무와 국물만 떠먹게 된다. 재료를 한꺼번에 넣고 푹 끓이는 국이라고 알고 있어서 생기는 일인데, 오징어를 넣는 시점만 뒤로 미루면 같은 재료로도 결과가 달라진다.

무와 오징어를 처음부터 같이 끓이면 질겨지는 이유

도마 위에 도톰하게 썬 무와 손질한 오징어를 따로 준비한 모습. / 기사 이해를 돕기 위한 생성형 이미지

도마 위에 도톰하게 썬 무와 손질한 오징어를 따로 준비한 모습. / 기사 이해를 돕기 위한 생성형 이미지

오징어 살은 결이 촘촘하게 얽혀 있어서 열이 닿으면 금방 오그라든다. 끓는 국물에 들어간 지 1~2분 사이에 살이 수축하면서 안에 있던 물기가 빠져나가는데, 이 상태에서 계속 끓이면 물기가 더 빠지고 살만 단단하게 뭉쳐 씹어도 끊기지 않는 식감이 된다.

무는 정반대다. 도톰하게 썬 무는 겉만 익고 속에는 아린 맛이 남아 있어 속까지 물러지려면 시간이 걸리는데, 그 시간을 채우는 동안 같은 냄비에 들어 있던 오징어는 이미 한참 전에 익어 버린 뒤다. 두 재료를 처음부터 같이 넣으면 한쪽에 시간을 맞추는 순간 다른 쪽이 망가진다.

국물이 탁해지는 것도 같은 이유인데, 다시마를 물에 넣고 계속 끓이면 표면에서 끈적한 점액이 나오면서 국물이 미끈해지고 군내가 돈다. 맑은 오징어무국을 끓이려면 재료마다 냄비에 머무는 시간을 따로 잡아 주어야 하고, 넣는 순서가 곧 조리법이 된다.

오징어무국 오징어 질기지 않게 끓이는 방법

끓기 시작한 냄비에서 다시마 한 장을 집게로 건져 내는 모습. / 기사 이해를 돕기 위한 생성형 이미지

끓기 시작한 냄비에서 다시마 한 장을 집게로 건져 내는 모습. / 기사 이해를 돕기 위한 생성형 이미지

네 식구 기준으로 물 1.5리터에 손바닥만 한 다시마 한 장, 무는 5센티미터 토막 하나, 오징어는 한 마리면 충분하다. 무는 한 입 크기로 도톰하게 나박썰기 하고, 오징어는 내장과 껍질을 벗겨 몸통을 1센티미터 폭으로 자른 뒤 다리는 먹기 좋게 나눠 둔다.

냄비에 물과 다시마를 함께 넣고 불을 켠 다음, 가장자리에 큰 기포가 올라오며 끓기 시작하면 바로 다시마를 건져 낸다. 다시마를 넣은 채로 오래 두면 국물이 미끈해지니 끓어오르는 순간을 놓치지 않는 것이 좋다. 다시마를 건져 낸 육수에 썰어 둔 무를 넣는다.

무를 넣고 중불에서 5분쯤 끓여 무가 반쯤 투명해지면 다진 마늘 한 큰술과 국간장 두 큰술을 넣어 간을 잡는다. 국간장을 먼저 넣어야 국물에 감칠맛이 배고 색도 맑게 잡힌다. 무를 젓가락으로 찔러 저항 없이 쑥 들어가면 다 익은 것이다.

반쯤 투명해진 무 조각을 젓가락으로 찔러 익힘을 확인하는 모습. / 기사 이해를 돕기 위한 생성형 이미지

반쯤 투명해진 무 조각을 젓가락으로 찔러 익힘을 확인하는 모습. / 기사 이해를 돕기 위한 생성형 이미지

이제 불을 세게 올리고 오징어를 넣어 2~3분만 끓인 다음 어슷하게 썬 대파를 넣고 불을 끈다. 오징어 몸통이 하얗게 변하면서 살짝 말리면 다 익은 것이고, 그 뒤로 더 끓이면 질겨지기 시작한다. 마지막으로 국물을 한 숟가락 떠 맛을 보고 싱거우면 소금으로 맞춘다.

센 불의 맑은 국물에 하얗게 변해 살짝 말린 오징어와 대파가 보이는 모습. / 기사 이해를 돕기 위한 생성형 이미지

센 불의 맑은 국물에 하얗게 변해 살짝 말린 오징어와 대파가 보이는 모습. / 기사 이해를 돕기 위한 생성형 이미지

한 번에 다 먹지 못하고 남았다면 오징어만 건져 따로 담아 두었다가 다시 데울 때 국이 끓어오른 뒤에 넣는다. 국째로 다시 끓이면 오징어가 두 번 익어 처음보다 더 질겨진다. 냉동 오징어를 쓸 때는 완전히 녹인 다음 물기를 빼고 넣어야 국물이 묽어지지 않는다.

같은 재료를 사서 같은 냄비에 끓이는데도 오징어를 넣는 시점 하나로 식감이 갈리니, 다음에 오징어무국을 끓일 때는 무가 다 익을 때까지 오징어를 도마 위에 두고 기다려 보길 권한다. 국물만 떠먹고 남기는 대신 오징어까지 부드럽게 건져 먹는 것이 이 국을 끓이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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