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상 찍는 등산 말고 이런 산책도 좋지"…조선의 왕 '세조'가 요양을 하기 위해 찾았다는 숲길


보은 법주사 / 한국관광공사-이범수

보은 법주사 / 한국관광공사-이범수

소나무 숲을 지나면 저수지가 펼쳐지고, 조금 더 걸으면 바위 사이로 흐르는 계곡을 만난다. 충북 보은의 속리산 세조길은 물가의 풍경이 바뀌는 길이다. 법주사 곁에서 시작해 세심정과 복천암 방향으로 이어지며, 산 정상에 오르지 않고도 숲과 계곡을 함께 둘러볼 수 있다.

세조길은 조선의 세조가 요양을 위해 속리산 복천암을 찾았던 일에서 이름을 얻었다. 사찰과 암자를 오가던 기존 도로 옆으로 보행로를 조성해, 숲과 물가를 가까이서 살피며 걸을 수 있게 했다. 차가 다니는 길을 계속 따르지 않고 나무 사이로 들어갈 수 있다는 점이 특징이다.

소나무 숲에서 저수지 곁으로

보은 법주사 / 한국관광공사-이범수

보은 법주사 / 한국관광공사-이범수

소나무가 서 있는 숲 구간에서는 줄기와 가지를 가까이 보게 된다. 이어 저수지 곁에 닿으면 나무 사이로 보이던 물이 넓게 펼쳐지고, 맞은편 숲까지 함께 들어온다. 수면이 잔잔할 때는 물가의 나무와 하늘이 비쳐 숲 안쪽을 걸을 때와 다른 모습을 보여준다.

저수지 곁에서는 잠시 걸음을 늦춰 맞은편 숲을 바라볼 만하다. 나무 사이를 걸을 때 보이지 않던 산자락이 수면 너머로 펼쳐진다. 가을에 잎이 물들면 물가의 나무와 그 뒤쪽 숲이 함께 색을 바꾼다. 소나무 가까이에서 시작한 산책이 저수지의 넓은 풍경으로 이어지는 대목이다.

바위 사이 물길과 목욕소

보은 법주사 / 한국관광공사-이범수

보은 법주사 / 한국관광공사-이범수

저수지를 지나면 계곡을 따라 놓인 데크가 이어진다. 넓은 수면이 보이던 앞 구간과 달리 이곳에서는 크고 작은 바위 사이로 난 물길을 가까이 살필 수 있다. 나무가 둘러선 계곡을 따라 걷는 동안 숲과 바위, 흐르는 물이 한데 모인 풍경을 보게 된다.

세심정으로 향하는 길에는 목욕소도 있다. 세조가 이곳에서 목욕한 뒤 피부병이 나았다는 이야기가 전해지는 장소다. 목욕소에 얽힌 설화는 세조길의 이름과 연결돼, 물가를 둘러보며 옛이야기를 알아가는 재미를 더한다.

보은 법주사 / 한국관광공사-이범수

보은 법주사 / 한국관광공사-이범수

법주사에서 저수지와 목욕소를 지나 세심정까지 걸은 뒤 되돌아오는 코스를 잡을 수 있다. 더 걷고 싶다면 복천암까지 이어가면 된다. 법주사에서 복천암까지는 편도 3.2km로 소개돼 있어, 세심정까지만 둘러보는 산책보다 거리가 길다. 왕복으로 걷는다면 돌아오는 길까지 포함해 시간을 잡는 것이 좋다.

오리숲을 지나 법주사까지

법주사 / 한국관광공사-김지호

법주사 / 한국관광공사-김지호

대중교통을 이용한다면 속리산버스터미널에서 오리숲길을 거쳐 법주사로 걸어갈 수 있다. 터미널에서부터 출발하는 만큼 세조길만 걷는 것보다 전체 거리는 늘어난다. 법주사 경내에 들르면 팔상전과 금동미륵대불도 볼 수 있어, 숲길 산책에 사찰의 문화유산을 함께 둘러보는 재미가 더해진다.

오리숲 입구와 세조길 일부 진입부에는 경사로가 마련돼 있다. 법주사 경내에는 장애인도 이용할 수 있는 화장실이 있으며, 관광안내소에서는 휠체어 보조기기를 무료로 빌려준다. 다만 산책로에는 흙길과 경사가 섞여 있다. 휠체어를 이용한다면 입구의 경사로와 실제로 걸을 구간의 노면을 구분해 코스를 잡는 것이 좋다.

세조길을 둘러보는 데 문장대까지 오르는 산행을 더할 필요는 없다. 저수지와 목욕소를 지나 세심정에서 돌아서면, 내려오는 길에도 물가와 소나무 숲을 다시 만난다. 복천암까지 이어 걷거나 법주사를 함께 둘러보는 방식으로 산책 거리를 조절할 수 있어, 걷는 시간을 넉넉히 즐기고 싶은 날에도 어울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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