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념한 굴을 올린 완성 무굴밥 / 기사 이해를 돕기 위한 생성형 이미지 |
가을무에 단맛이 들고 11월 초부터 굴이 나오기 시작하면 무밥에 굴을 얹어 무굴밥을 짓는 집이 많아진다. 무에서 나온 물로 밥이 촉촉하게 지어지고 굴의 바다 향이 더해져, 양념장 한 숟가락만 있으면 다른 반찬 없이도 밥 한 공기를 금방 비우게 된다.
그런데 생굴을 쌀 위에 처음부터 함께 올려 지으면 밥솥을 열었을 때 밥 표면에 거뭇한 부스러기가 떠 있고, 굴 가까이 있던 밥알이 탁하게 물들어 있는 경우가 많다. 씻을 때 여러 번 헹궜는데도 그렇다 보니 볼 때마다 눈에 거슬리고, 맛도 어딘지 텁텁하게 느껴진다.
무밥과 굴을 한 솥에서 끝내지 않고 굴만 다른 냄비에서 따로 데쳐 간장과 액젓으로 만든 양념장에 버무려 올리면 밥이 한결 깔끔해진다. 무는 무대로 밥을 짓고, 굴은 굴대로 익혀 마지막에 밥 위에서 만나게 하는 방식이다.
생굴을 쌀과 함께 지으면 밥이 탁해지는 이유
옅은 소금물에서 살살 씻는 생굴 / 기사 이해를 돕기 위한 생성형 이미지 |
생굴은 흐르는 물에 헹궈도 주름진 가장자리와 살 사이에 아주 작은 불순물이 남아 있기 쉬운데, 이 불순물은 굴이 뜨거운 물속에서 익는 동안 굴에서 나온 물과 함께 빠져나와 위로 떠오른다. 굴국을 끓일 때 국물 위에 거품과 부스러기가 생기는 것도 같은 이유다.
국을 끓일 때는 떠오른 것을 숟가락으로 건져 내면 되지만, 밥은 뚜껑을 닫은 채 끝까지 두어야 해서 건져 낼 틈이 없다. 결국 떠오른 불순물은 물이 줄어드는 동안 쌀 위에 내려앉아 밥알에 그대로 붙고, 굴도 밥이 다 될 때까지 20분 넘게 익으면서 크기가 줄고 질겨진다.
굴을 따로 데치면 불순물은 데친 물에 남고 건져 낸 굴만 밥 위로 올라가므로, 밥에는 무에서 나온 단맛과 촉촉함만 남는다. 굴도 잠깐만 익혀 통통한 모양을 지킬 수 있어서, 밥을 짓는 냄비와 굴을 데치는 냄비를 처음부터 둘로 나누는 것이 좋다.
무밥에 섞이는 굴 불순물 없애는 방법
불린 쌀 위에 굵게 채 썬 무를 펼친 냄비 / 기사 이해를 돕기 위한 생성형 이미지 |
무는 굵게 채 썰어 불린 쌀 위에 고르게 펼쳐 얹는데, 무가 익으면서 물이 나오니 밥물은 평소보다 조금 적게 잡는 것이 좋다. 냄비 뚜껑을 덮고 불을 켠 뒤 물이 끓기 시작하면 그때부터 강불로 8분을 그대로 둔다.
8분이 지나면 중약불로 줄여 15분을 더 익히고, 불을 끈 뒤에는 뚜껑을 열지 않고 3분 동안 뜸을 들인다. 밥이 중약불로 익는 동안 다른 냄비에 물을 넉넉히 받아 끓이고, 굴은 옅은 소금물에 넣어 살살 흔들어 씻은 뒤 체에 밭쳐 물기를 빼 둔다.
물이 팔팔 끓으면 굴을 넣고, 살이 통통하게 부풀며 가장자리가 오그라들기 시작하면 바로 체로 건져 낸다. 데친 물 위로 거품과 부스러기가 떠오르는 것이 보이면 불순물이 빠져나온 것이다. 끓는 물이 튈 수 있으니 굴은 체에 담아 냄비 가장자리 쪽으로 천천히 넣는 것이 안전하다.
끓는 물에 체째로 천천히 넣는 굴 / 기사 이해를 돕기 위한 생성형 이미지 |
양념장은 간장과 액젓을 1:1로 섞고 다진 파와 고춧가루, 참기름을 조금씩 더해 만든다. 건진 굴의 물기를 털어 양념장에 넣고 숟가락으로 두세 번만 가볍게 섞는데, 오래 버무리면 굴이 으깨지기 때문이다. 뜸이 끝난 무밥을 그릇에 담고 양념한 굴을 위에 올려 내면 된다.
양념장에 데친 굴을 가볍게 섞는 모습 / 기사 이해를 돕기 위한 생성형 이미지 |
굴이 없는 날에는 데친 바지락살을 같은 양념장에 섞어 무밥에 올려도 되고, 콩나물밥을 지을 때도 이 간장과 액젓 양념장을 그대로 곁들이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