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한 불의 팬 가장자리에 밀어 둔 노릇한 돼지비계와 녹두전 반죽 / 기사 이해를 돕기 위한 생성형 이미지 |
찬 바람이 불기 시작하면 시장 골목 전집 앞에서 녹두전 부치는 냄새에 발걸음이 멈추곤 한다. 그 맛이 그리워 집에서 녹두를 불리고 갈아 부쳐 보지만, 막상 접시에 올리면 가게에서 먹던 고소한 맛이 나지 않고 가장자리도 금방 눅눅해져 아쉬운 마음이 든다.
그래서 식용유를 넉넉히 두르고 센 불에서 빨리 부쳐 보기도 하는데, 겉은 금세 갈색으로 변해도 속은 덜 익어 질척하고 식고 나면 기름 맛만 입에 남는 경우가 많다. 반죽에 전분을 넣어 바삭함을 더하려 해도 녹두 특유의 구수한 맛이 옅어진다.
녹두전을 가게처럼 부치려면 반죽보다 기름을 먼저 바꾸는 것이 좋다. 팬에 돼지비계를 먼저 올려 기름을 녹여 내고, 녹두와 다진 돼지고기를 반씩 섞은 반죽을 그 기름에 약한 불로 천천히 지지면 고소함이 짙어지고 겉이 바삭해진다.
식용유로 부친 녹두전이 밋밋하고 눅눅한 이유
식용유에 부친 녹두전의 가장자리와 속 단면 / 기사 이해를 돕기 위한 생성형 이미지 |
식용유로 부친 녹두전이 밋밋한 것은 기름 자체에 맛과 향이 거의 없기 때문인데, 녹두 반죽은 밀가루 전보다 기름을 많이 먹는 편이라 어떤 기름에 지지느냐가 맛을 크게 좌우한다. 맛이 없는 기름을 먹은 녹두전은 녹두의 구수함만 남아 심심하게 느껴진다.
눅눅해지는 것은 대개 불 세기 때문이다. 센 불에서 부치면 겉면만 빠르게 익어 단단한 막이 생기고, 그 안에 갇힌 수분이 빠져나오지 못한 채 식으면서 겉으로 번져 바삭하던 가장자리까지 물러지는데, 기름을 더 붓는다고 나아지지 않는 것도 그래서다.
돼지비계를 팬에서 녹이면 고기 굽는 냄새가 나는 고소한 기름이 나오고, 이 기름에 반죽을 지지면 돼지고기의 감칠맛이 녹두전 겉면에 고루 밴다. 여기에 약한 불로 오래 지지면 속까지 천천히 익으면서 겉면의 수분이 조금씩 날아가, 속은 촉촉하고 겉은 바삭한 녹두전이 된다.
집에서 녹두전 고소하고 바삭하게 부치는 방법
숟가락에서 천천히 떨어지는 되직한 간 녹두 반죽 / 기사 이해를 돕기 위한 생성형 이미지 |
껍질 벗긴 녹두를 찬물에 4~6시간 불린 뒤 손으로 비벼 남은 껍질을 헹궈 내는 것이 먼저인데, 껍질이 남으면 맛이 텁텁해진다. 불린 녹두는 믹서에 넣고 물을 조금씩 부어 가며 가는데, 숟가락으로 떠서 흘렸을 때 천천히 떨어질 만큼 되직해야 팬에서 퍼지지 않는다.
간 녹두에 다진 돼지고기를 같은 양으로 넣고 소금과 후추로 간을 해 고루 섞는다. 전분이나 밀가루는 넣지 않고, 반죽은 부치기 직전에 섞는 것이 좋은데, 미리 섞어 오래 두면 물이 생겨 묽어지기 때문이다.
간 녹두와 다진 돼지고기를 고루 섞는 반죽 / 기사 이해를 돕기 위한 생성형 이미지 |
팬을 약한 불에 올리고 돼지비계 몇 조각을 놓아 기름을 녹인다. 비계가 노릇하게 줄어들고 팬 바닥에 기름이 고르게 깔리면 비계는 한쪽으로 밀어 두고, 반죽을 한 국자 떠서 손바닥 크기로 둥글게 편다. 뜨거운 기름이 튈 수 있으니 반죽은 팬 가까이에서 살며시 내려놓는 것이 안전하다.
채반 위에 펼쳐 식힌 노릇한 녹두전 / 기사 이해를 돕기 위한 생성형 이미지 |
불은 끝까지 약한 불로 두고 가장자리가 갈색으로 변하며 뒤집개로 들었을 때 바닥이 노릇하게 굳어 있으면 뒤집는다. 반죽이 기름을 먹어 팬이 마르면 밀어 둔 비계를 다시 가운데로 가져와 기름을 보탠다.
다 부친 녹두전은 접시에 겹쳐 쌓으면 김이 서로 배어 눅눅해지니 채반에 펼쳐 식히는 것이 좋다. 남은 녹두전을 데울 때는 전자레인지 대신 기름을 두르지 않은 팬에 올려 약한 불로 앞뒤를 데우면 바삭함이 다시 살아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