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감 채와 물파래가 고루 어우러진 완성 파래무침이 흰 반찬 그릇에 담겨 있다. / 기사 이해를 돕기 위한 생성형 이미지 |
찬바람이 불기 시작하면 시장 좌판에 짙은 초록빛 물파래가 나오고, 비슷한 때에 단감도 제철을 맞는다. 바다 냄새가 은은하게 올라오는 파래무침은 다른 반찬을 많이 차리지 않아도 밥 한 그릇을 금방 비우게 되는 반찬이라, 물파래가 보이면 한 덩이씩 사 오는 집이 많다.
파래무침에는 대개 무를 가늘게 채 썰어 함께 넣는데, 무는 양념에 닿으면 물이 빠져나와 시간이 지날수록 그릇 바닥에 국물이 고이고 맛도 밍밍해진다. 파래 특유의 향이 강하다며 식구들이 젓가락을 잘 대지 않아 절반쯤 남기는 일도 생긴다.
이럴 때는 무 대신 단감을 채 썰어 넣어 보는 것이 좋다. 물파래 2덩이에 단감 1개면 3인분 무침에 충분하고, 바다 향이 나는 파래 사이로 달콤하고 아삭한 단감이 씹혀 늘 먹던 파래무침과 한입 맛이 달라진다. 손질부터 무치기까지 10분이면 끝나는 반찬이다.
짠맛만 남는 파래무침에 단감이 어울리는 이유
얇게 채 썬 단감과 물파래가 한 젓가락에 함께 담긴 모습이다. / 기사 이해를 돕기 위한 생성형 이미지 |
파래무침 맛이 한쪽으로 치우치는 것은 액젓과 고춧가루가 짠맛과 매운맛을 내는 데 비해 그 맛을 부드럽게 받쳐 줄 단맛이 부족하기 때문인데, 설탕을 따로 넣으면 양념에 녹아 전체가 달아질 뿐 씹는 맛까지 더해 주지는 못한다. 단감은 단맛이 과육 안에 들어 있어 씹을 때마다 단맛이 나오고, 얇게 채 썰어도 단단한 편이라 양념에 버무린 뒤에도 아삭한 식감이 남는다.
단감을 넣을 때는 순서도 맛을 가르는데, 파래는 물기를 머금은 채 가늘게 엉켜 있어 양념과 한꺼번에 섞으면 한쪽에 뭉치기 쉽다. 단감 채에 양념을 먼저 고루 묻혀 두면 나중에 넣은 파래가 단감 채 사이로 흩어지면서 양념이 고르게 배고, 한 젓가락에 파래와 단감이 함께 집힌다.
넓은 스테인리스 볼에서 주황빛 단감 채에 고춧가루 양념을 얇게 묻혀 나무젓가락으로 살살 버무린다. / 기사 이해를 돕기 위한 생성형 이미지 |
파래무침에 단감 넣어 아삭하게 무치는 방법
찬물에 헹군 밝은 연초록의 가는 물파래 실가닥이 둥근 스테인리스 체에서 물기를 빼고 있다. / 기사 이해를 돕기 위한 생성형 이미지 |
준비물은 물파래 2덩이, 단감 1개, 액젓과 고춧가루 각 1큰술, 다진 마늘 1/3큰술, 깨 1/2큰술이다. 물파래는 소금을 조금 뿌려 찬물에서 풀어 가며 서너 번 헹궈 모래와 이물질을 빼고, 체에 밭쳐 물기를 뺀 다음 손으로 가볍게 짠다. 헹군 물 바닥에 모래가 더 가라앉지 않으면 다 씻은 것이다.
단감은 껍질을 벗기고 씨가 있으면 빼낸 뒤 얇게 저며 가늘게 채 썬다. 두껍게 썰면 부드러운 파래와 따로 씹혀 어색하니, 파래 가닥 옆에 놓았을 때 크게 도드라지지 않을 만큼 가늘게 맞추는 것이 좋다.
껍질 벗긴 단감을 얇고 가늘게 채 써는 손질 단계다. / 기사 이해를 돕기 위한 생성형 이미지 |
넓은 볼에 액젓, 고춧가루, 다진 마늘, 깨를 넣어 섞고 단감 채를 먼저 넣어 버무린다. 단감 채 겉면이 고춧가루로 고르게 붉게 물들면 양념이 다 묻은 것이다. 물기 뺀 파래는 도마에 놓고 칼로 서너 번 잘라 먹기 좋은 길이로 만든 뒤 볼에 넣는다.
파래는 손가락을 벌려 위아래로 털어 가며 단감 채 사이에 흩어 넣듯 가볍게 무치는 것이 좋은데, 세게 주무르면 파래가 다시 엉겨 덩어리진다. 무친 뒤 오래 두면 단감에서도 물이 나와 아삭함이 줄어드니 한 번 먹을 만큼만 무쳐 그날 먹는 것이 좋다.
단감이 맛있는 10월 중순부터 11월 초까지, 물파래가 보이면 단감 한 개를 함께 사 와 무 대신 채 썰어 넣어 보길 권한다. 제철 과일 하나를 더하는 것만으로 늘 남기던 파래무침을 식구들이 끝까지 비우는 반찬으로 바꿀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