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리 그릇에 담아 낸 홍시 배추겉절이. / 기사 이해를 돕기 위한 생성형 이미지 |
가을 배추가 달아지는 10월 중순이 되면 김장까지 기다리지 않고 저녁 반찬으로 겉절이를 한 번쯤 무치게 되는데, 막상 양념을 버무려 보면 고춧가루와 젓갈 맛만 세게 느껴지고 단맛은 따로 노는 경우가 많다. 설탕을 한 숟갈 더 넣으면 맛이 맞는 듯해도 금방 물리는 맛이 되어 젓가락이 자주 가지 않는다.
그래서 설탕 대신 매실청이나 올리고당을 넣어 보는 집도 많지만, 이런 단맛도 혀끝에서 먼저 느껴지고 배추 맛과 잘 섞이지 않아 양념만 달게 남기 쉽다. 단맛을 줄이면 이번에는 맵고 짠맛이 앞으로 나와 어느 쪽으로 맞춰도 아쉬움이 남는다.
이럴 때는 숟가락으로 떠먹던 홍시를 꺼내 보는 것이 좋다. 씨와 껍질을 뺀 홍시 3~4개를 설탕 대신 넣고 버무리면 겉절이에 달콤한 과일 맛이 더해지는데, 가을 배추와 감이 함께 나는 이맘때 바로 해 볼 수 있는 방법이다.
설탕 대신 양념에 녹아드는 홍시의 단맛
숟가락으로 으깬 홍시 속살이 고춧가루 양념과 고르게 섞인 모습. / 기사 이해를 돕기 위한 생성형 이미지 |
겉절이는 김치처럼 익혀 먹는 반찬이 아니라 무친 날 바로 먹는 반찬이라 양념 맛이 그대로 혀에 닿는다. 익은 김치는 시간이 지나며 맛이 하나로 어우러지지만, 겉절이는 그럴 시간이 없어 짠맛과 매운맛, 단맛이 각각 따로 느껴지기 쉽고 설탕을 넣으면 그 단맛만 도드라지는 경우가 많다.
설탕 양을 줄이거나 다른 시럽으로 바꿔도 단맛의 성격이 비슷해서 양념이 겉도는 느낌은 크게 달라지지 않는다. 단맛을 빼는 것이 아니라 단맛의 종류를 바꿔야 양념 전체가 부드러워지는데, 그 자리에 잘 맞는 것이 잘 익어 물러진 홍시다.
홍시는 속살이 젤리처럼 물러 있어 숟가락으로 몇 번만 으깨도 걸쭉하게 풀리고, 고춧가루 양념과 섞으면 덩어리지지 않고 배추 잎 사이사이에 고르게 묻는다. 그래서 한입 먹을 때마다 설탕과는 다른 달콤한 과일 맛이 배추와 함께 느껴진다.
배추겉절이에 설탕 대신 홍시 넣는 방법
노란 배추 속잎과 말랑하게 익은 홍시를 함께 준비한 모습. / 기사 이해를 돕기 위한 생성형 이미지 |
배추는 두 포기를 준비해 억센 겉잎을 떼어 내고 안쪽의 노란 속잎만 골라 쓴다. 속잎은 잎이 얇고 연해서 겉절이로 바로 먹기 좋은데, 한입 크기로 썬 다음 소금을 뿌려 숨이 죽을 때까지 절여 둔다. 홍시는 3~4개를 준비하고, 손으로 눌렀을 때 말랑하게 들어갈 만큼 잘 익은 것을 고르는 것이 좋다.
배추가 절여지는 동안 홍시를 손질한다. 꼭지를 떼고 껍질을 벗긴 뒤 속살만 그릇에 담고 씨를 하나씩 골라내는데, 홍시 씨는 미끄러워 놓치기 쉬우니 숟가락 끝으로 속살을 눌러 가며 찾는 것이 좋다. 씨를 다 골라낸 속살은 숟가락으로 몇 번 으깨 두면 양념과 섞기 편하다.
씨를 골라낸 홍시 속살을 작은 그릇에서 숟가락으로 으깨는 모습. / 기사 이해를 돕기 위한 생성형 이미지 |
절인 배추는 찬물에 헹궈 소쿠리에 밭쳐 물기를 뺀다. 큰 볼에 평소 쓰던 고춧가루와 젓갈, 다진 마늘 양념을 담고 설탕을 넣던 자리에 으깬 홍시를 넣어 먼저 고루 섞는데, 양념이 주황빛을 띠며 걸쭉하게 하나로 섞이면 배추를 넣고 조물조물 버무린다.
으깬 홍시를 넣은 양념에 절인 배추를 손으로 버무리는 모습. / 기사 이해를 돕기 위한 생성형 이미지 |
잎마다 양념이 고르게 묻고 볼 바닥에 홍시 덩어리가 남지 않으면 다 된 것이다. 간을 보고 싱거우면 젓갈로 맞추고, 단맛이 모자라도 설탕을 더하기보다 홍시를 조금 더 넣는 것이 좋다. 덜 익어 단단한 감은 떫은맛이 양념에 남으니 쓰지 않는다.
올가을 겉절이는 설탕 대신 홍시로 무쳐 보길 권한다. 제철 과일 하나로 단맛을 내면 식구들이 날마다 먹는 반찬 맛을 한결 순하게 바꿀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