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늘진 베란다의 건조대 위에 얇은 패딩을 앞면이 보이게 넓게 펼쳐 둔 모습. / 기사 이해를 돕기 위한 생성형 이미지 |
10월에 들어서면서 아침저녁 바람이 차가워지면 옷장 깊숙이 넣어 두었던 얇은 패딩을 꺼내게 된다. 한 철을 접어 둔 옷이라 묵은 냄새가 그대로 남아 있고 목깃과 소매 끝은 눌려 납작해져 있어서, 입기 전에 한 번 세탁하고 시작하는 집이 많다.
세탁까지는 어렵지 않은데 문제는 말리는 과정이다. 다른 빨래와 똑같이 옷걸이에 걸어 베란다에 내걸어 두는 경우가 많은데, 하루이틀 지나 마른 패딩을 꺼내 보면 아랫단은 두툼하게 불어 있고 어깨와 가슴 쪽은 납작하게 꺼져 있다. 한 번 그렇게 되면 손으로 털어 봐도 좀처럼 돌아오지 않는다.
패딩은 걸어서 말리는 옷이 아니라 눕혀서 말리는 옷이다. 넓게 펴서 바닥과 나란히 두고, 마르는 동안 물을 비운 빈 페트병으로 뭉친 자리를 가볍게 두드려 주면 충전재가 고르게 퍼진 채로 마른다.
옷걸이에 걸어 말리면 충전재가 아래로 쏠리는 이유
옷걸이에 걸린 젖은 패딩의 아래쪽 칸에 충전재가 몰리고 윗부분은 평평하게 보이는 모습. / 기사 이해를 돕기 위한 생성형 이미지 |
패딩 안쪽은 바느질로 나눈 칸마다 솜이나 깃털이 들어 있고, 이 충전재는 평소에는 가벼워서 칸 안에 고르게 퍼져 있다. 그런데 세탁을 하면 충전재가 물을 그대로 먹어 무게가 몇 배로 늘어나고, 옷을 세로로 세워 두는 순간 젖어서 무거워진 충전재가 칸 아래쪽으로 주르륵 내려앉는다.
그 상태로 물이 다 날아가면 아래로 몰린 모양 그대로 굳어 버리기 때문인데, 충전재가 서로 엉켜 덩어리가 되면 몇 번 입고 털어 내는 정도로는 풀리지 않는다. 솜이 빠져나간 어깨와 등판은 얇은 천 두 장만 남은 셈이라 바람이 그대로 들어오고, 옷은 멀쩡해 보여도 따뜻함은 눈에 띄게 줄어든다.
반대로 옷을 바닥과 나란히 눕혀 두면 중력이 한쪽으로만 당기지 않아 충전재가 칸 안에 넓게 깔린 채로 서서히 마른다. 여기에 마르는 중간중간 겉에서 가볍게 충격을 주면 이미 뭉치기 시작한 덩어리까지 풀어지면서 원래 두께에 가깝게 펴진다.
세탁한 패딩 눕혀서 말리고 뭉친 솜 펴는 방법
수건을 깐 접이식 건조대 위에 패딩과 뚜껑을 닫은 빈 페트병을 준비한 모습. / 기사 이해를 돕기 위한 생성형 이미지 |
필요한 것은 빨래건조대와 마른 수건 두세 장, 그리고 안에 든 물을 비우고 뚜껑을 닫은 500밀리리터 페트병 하나다. 건조대 살 위에 수건을 깔아 평평한 바닥을 만들어 두면 패딩이 살 사이로 처지지 않고, 아래로 떨어지는 물도 수건이 먼저 받아 준다.
세탁이 끝난 패딩은 비틀어 짜지 않고 큰 수건으로 감싸 손바닥으로 눌러 물기를 뺀다. 그다음 건조대 위에 앞면이 위로 오게 펼쳐 놓고 소매를 몸통 옆으로 나란히 펴서 천이 겹치는 자리를 없앤다. 겹친 자리는 끝까지 덜 마르고, 그 부분에서 냄새가 남는다.
큰 수건으로 감싼 패딩을 깨끗한 손바닥으로 눌러 물기를 빼는 모습. / 기사 이해를 돕기 위한 생성형 이미지 |
이제 서너 시간에 한 번씩 패딩을 살펴보면서 솜이 두툼하게 뭉친 자리를 빈 페트병 옆면으로 톡톡 두드린다. 세게 내리칠 필요는 없고 손목 힘만으로 가볍게, 덩어리 하나에 열 번 정도면 충분하다. 두드린 다음 손바닥으로 바깥쪽을 향해 쓸어 주면 풀린 충전재가 비어 있는 쪽으로 퍼진다.
건조대 위에 펼친 패딩의 한 칸을 빈 페트병 옆면으로 가볍게 두드리는 모습. / 기사 이해를 돕기 위한 생성형 이미지 |
두드리는 사이에 한 번은 옷을 뒤집어 반대 면도 같은 방법으로 말린다. 자리는 직사광선이 들지 않고 바람이 통하는 그늘이어야 하는데, 햇볕에 바로 두면 겉감 색이 바래고 겉만 먼저 말라 속은 축축하게 남는다. 빨리 말리려고 전기난로나 온풍기 앞에 세워 두는 것도 피한다. 겉감이 열에 눌리면 그 자리에 광택이 생긴다.
다 마르는 데는 하루에서 이틀이 걸린다. 손바닥으로 꾹 눌렀을 때 속에서 차가운 느낌이 올라오지 않고 손을 떼자마자 두께가 되돌아오면 끝난 것이다. 건조기를 쓸 생각이면 저온이나 울 코스로 돌리고 테니스공을 두어 개 같이 넣는 것이 좋다. 고온으로 돌리면 겉감이 수축해 옷이 작아진다.
패딩은 한 번 뭉치면 되돌리기 어려운 옷이라, 세탁은 한 철에 한 번 정도로 줄이고 말릴 때는 눕혀 두는 습관을 들여 보길 권한다. 솜이 고르게 펴진 채로 마른 패딩이 겨울 내내 따뜻하다.